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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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전 책을 보다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에 대해 알지만 그의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살짝 보니 대략 1년 정도가 되었다. 그 이전까지 작가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있다는 사실만 알았지 그다지 큰 관심은 두지 않았다. 1년 전 어떻게 하다 보니 에세이를 읽기 시작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소설책도 읽게 되었다.

10년 전 지인이 이 책을 읽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이름만 들어본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과 왜 제목이 지능지수가 84일까? 그런 궁금증이 깊게 남아 있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물론 기억에 남을 만큼 기억을 하고 있지만 그 당시에 굳이 왜 책 제목이 지능지수인지 찾아볼 만큼 궁금해하지 않았다. 물론 나중에 1Q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런가 보다 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오해에 대해서 궁금해하지 않았고, 정정된 이름에 대해서도 딱히 궁금해하지 않은 이유가 뭘지 궁금하다. 지금은 조금만 신기해도 찾아보는데, 아마 그 당시에는 검색이 생활화되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한다.

# 하루키 책을 볼 때부터 꼭 보고 싶었다
그런 에피소드가 있었어서 하루키 책을 볼 때부터 이 책은 꼭 보고 싶었다. 에세이부터 보자. 소설은 출판일 순으로 보자는 이상한 고집으로 인해 10년 전이라는 비교적 최신 작품이라 이제야 책을 꺼내 들게 되었다. 남아 있는 장편은 이제 두 권 밖에 남지 않았다. 단편을 보니 정말 엄청난 다작 작가라는 것에 한숨을 쉬게 하지만 어쨌든 소설가로서 완숙한 경지에 든 이후 낸 책이라는 생각이 든 작품이다. 얼추 생각해 보아도 60세 정도에 쓴 글이니 작가로서 절정에 이른 후 쓴 책일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 깜짝 놀랐다. 일단 책의 두께에 놀랐고 그런 책이 3 권 있단 것에 다음으로 놀랐다. 직전의 책인 애프터 다크의 경우 짧은 분량으로 따지만 중편 정도의 책이었는데 다음 책이 이렇게 두꺼운 책일 줄이야. 애프터 다크는 이 책을 쓰기 전 몸 풀기로 쓴 책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책의 분량은 방대했다.

과연 어떤 이야기로 이 많은 페이지를 채워 나갈 것인지 기대도 되면서 다소 걱정도 되었다. 에세이는 정말 재미있게 쓴다고 생각하는데, 소설은 글쎄다 였다. 못쓴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 취향과는 좀 멀어 보이기 때문이었다. 글의 시간적 흐름보다는 설명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여 지겨움을 쉽게 느끼게 하는 그런 문체를 다소 보였는데 또 그런다면 이 많은 내용을 읽는데 얼마나 힘이 들까 하는 걱정이었다.

# 오지 오웰의 1984?
소설을 보다 보면 배경이 1984년인 것을 알 수 있다. 거기다 주인공이 1984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내용이 그런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읽다 보면 그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그가 옴 진리교 사건을 바탕으로 소설을 쓴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그 내용이 모티브가 되었다는 것이 대다수 중론이라는 설명이 보인다.

그렇다면 1984 소설과 이 책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1권 까지는 그리 큰 공통점을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생각건대 아마 별 의미 없을 가능성이 높다. 엄청난 의도로 저런 제목을 정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루키는 그런 인물이다. 그 사람의 책으로 많은 해석을 하지만 그는 그런 해석을 의도해서 작품을 쓰진 않는다. 하긴 그렇게 생각한다면서 꾸준히 그런 논란이 있을법한 책을 쓰는 것을 보면 나름 그런 것을 즐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 지금까지의 이야기
지금까지는 다소 밋밋한 이야기로 진행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스토리가 굉장히 살아 있다고 생각한다. 하루키가 작정하고 이야기 중심의 소설을 쓴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이야기가 살아있다. 보통 하루키의 책은 이야기가 핵심이 아닌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스토리를 만들 때 정밀함이 없었다고 할까? 복잡한 구조를 만들기 싫어 쿨하게 판타지로 만들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말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판타지성을 띄지만 어느 정도 정밀하게 이야기가 만들어져 있다. 그 뜻은 이전보다 소설 읽기가 수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1권을 다 읽고 나니 어느 정도 머릿속에서 이야기가 그려지는 이제까지 하루키 소설에 비해 친절함이 물씬 나오는 소설이다. 그래서인지 호불호가 갈린다는 이야기도 봤다. 이제까지 그런 몽환적인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면 평범해졌다고 싫어할 법도 하다. 그럼 이제부터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사뭇 궁금해진다.

"텍스트는 마틴 처즐위트, 나는 열여덟 살이고, 프릴이 달린 귀여운 원피스를 입고, 머리는 포니테일, 엄청 착실한 학생이고 그때는 처녀였어. 어째 전생 얘기를 하는 것 같네, 아무튼lunatic‘ 과 insane‘ 의 차이가 대학에 들어가서 맨 처음 배운지식이었어. 어때, 상상하니까 흥분돼?"
"물론." 그는 눈을 감고 프릴이 달린 원피스와 포니테일을 상상했다. 몹시 착실한 학생이면서 처녀. 하지만 온갖 논리를 뛰어넘어 질투심이 강하다. 디킨스의 런던을 비추는 달, 그곳을 배회하는 인세인한 사람들과 루나틱한 사람들, 그들은 비슷비슷한모자를 쓰고 비슷비슷한 수염을 기르고 있다. 어디서 차이를 찾아야 좋을까? 눈을 감자 덴고는 지금 자기가 어떤 세계에 있는것인지 자신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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