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피난소
가키야 미우 지음, 김난주 옮김 / 왼쪽주머니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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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구마 같은
어쩌다 보니 고구마가 답답함의 대명사가 되었다. 아마 대선 때 어떤 정치인의 발언이 시원하여 사이다 같다는 평을 듣게 되었고, 답답한 사람은 반대의 의미로 고구마라는 호칭을 얻게 되었다. 시원함의 대명사 사이다와 달리 고구마는 답답함의 정도에 따라 10개, 100개 등 수량으로 답답함을 표현하게 되었다. 고구마 서너 개 하면 좀 답답하구나 하지만 10개, 100개 이렇게 말하면 정말 답답하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길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다른 거 없다. 이 책의 전개가 고구마 100개는 먹은 듯 꽉 막힌 답답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가키야 미우]의 다른 책들 그러니깐 초기의 책들은 일본 사회를 살짝 비꼬는 듯한 그러면서 적당히 해피 앤딩으로 끝내는 그런 책을 냈었다. 거기다 새로운 사건을 만들고 그 속에서 만들어줬기 때문에 답답함이 느껴지기 전에 사건이 전개되고 마무리가 되었었다. 하지만 이 책은 마지막 10장을 빼고는 끝없는 답답함만을 남겨주었다.

# 일본 대지진
2011년 일본에 엄청난 지진이 발생했다. 10년도 안된 일이기도 하고 지금도 그 여파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 일을 잊지 않는다. 제삼자인 우리나라 사람들도 그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그 이후 일본 사회는 많은 변화가 발생하였고, 우리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아무리 방사능으로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직접 당사자는 아니다. 그럼 당사자인 일본은 어떤 충격을 당했던 것일까?

그 이야기가 이 책의 내용이다. 여자들의 피난소는 다름 아닌 일본 대지진 당시 피난소를 의미하는 것이다. 저자의 말에 보면 이 책의 소재가 된 것은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피난소를 만들어 운영했는데 한 가족처럼 위난을 극복하기 위해서 한 피난소에서 칸막이를 하지 않았더란다 라는 그 실화를 바탕으로 썼다고 한다.

아무리 일본이 민족적으로 그런 성향을 어느 정도 갖고 있다고 하지만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가족끼리도 독립된 공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생면부지인 사람들이 왜 같은 공간에 공개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그런 비이성적인 사고가 어떻게 그 상황에 만들어질 수 있을까? 이건 일본이라는 특수성이 존재한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 점을 작가는 집어 내었고, 여기다 여성들의 행동을 좀 더 표현해 주었다.

# 보수적인 일본 사회
일본은 폐쇄적인 국가다. 문명 이래로 단 한 차례도 외침을 받아본 적 없다. 유일한 외침은 세계 제2차 대전 미국에 의한 핵공격이 전부일 것이다. 그 전과 후 한 번도 외부로부터 어떤 공격도 받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폐쇄적이고 국민들이 적극적인 저항도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끊임없이 외침을 받다 보니 부당한 공격이라고 생각하면 강하게 반응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반면에 일본은 순응한다. 격렬하게 저항할만한 사건이 있어 본 적이 없다. 세계 대전 때도 미사일 공격 두 번에 항복을 할 정도로 외부 공격에 취약하다. 유일하게 강한 건 자연재해에 대응하는 것과 자연재해 후 복구하는 것이 전부일 것이다. 오히려 저런 자연재해가 많았다는 것이 국민들을 더 순응하도록 만들었지 않나 싶다.

# 피난소와 여성
피난소는 모든 사람이 불편하지만 여성에게 더욱 불리하다. 그렇게 불리한 여성들을 여러 종류로 보여준다. 애를 돌보는 어린 여성, 배우자가 없고 어린아이를 돌보는 여성, 배우자가 있으나 무능력한 여성 이런 세 명의 이야기를 돌아가면서 보여준다. 어떻게 이렇게 무능력할 수 있을까 놀랄 정도로 이들은 무능력하다. 그런데 이 무능력이 여성 때문이 아니다. 사회가 무능력하게 만들었다.

중요한 사실은 그러한 무능력에 대해서 이 여성들은 적극적으로 반발하지 않는다. 마냥 순응한다. 그러다 도저히 못 참지만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이것이 일본인가 할 정도로 너무 답답하다. 결과적으로 끝까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진 않는다. 다만, 늘 그랬듯 해피 엔딩으로 끝나긴 한다. 그렇지만 과연 이것이 해피 앤딩인가 하는 생각만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남편병‘ 이라는 병의 특집 프로그을 본 적이 있다. 남편이 옆에만 있어도 아내는 스트레스가 쌓여서 몸이 이상해진다고 한다. 그런 병은 도시에사는 예민한 아내가 걸리는 것이지, 시골에 사는 자신과는무관하다고 여겼다.
남편이 죽을 때까지 계속 본가에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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