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2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E L 제임스 지음, 박은서 옮김 / 시공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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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데렐라 스토리의 책
전형적인 스타일의 신데렐라 스토리는 아니다. 기반은 신데렐라 스토리가 맞는데 19금 신데렐라 스토리다. 원작이 수동적인 신데렐라라면 이 책의 신데렐라는 능동과 수동의 사이를 오가는 캐릭터이다. 초반은 수동적인 캐릭터로 보였으나 결말에서 적극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다고 신선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런 유의 스토리는 21세기로 넘어가면서 흔히 나오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특이한 것은 신데렐라는 맞는데 19금 신데렐라라는 것에 있다. 완벽하게 보였던 왕자님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고 그것을 SM플레이를 통해 해소하고 있다는 것도 쇼킹한 이야기이다. 왕자에게 끌리는 여자 주인공은 자신의 주체성을 잃어버리는 것과 왕자님을 잃어버리는 것 중 어떤 것이 자신에게 더 큰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본인을 선택하게 된다.

신데렐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고전의 신데렐라는 철저하게 수동적인 캐릭터이다. 본인이 잊어버린 구두로 본인을 찾는데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본인 신발이라는 항변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책의 여자 주인공은 자신의 자아를 위해 적극적으로 본인의 생각을 주장한다. 그것에 남자 주인공은 매력을 느끼게 된다.

# 남자 주인공과 SM
남자 주인공 그러니깐 그레이에게는 정상적인 관계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고, 경험하지도 않았다. 그러다 보니 변태적인 관계만 가능할 뿐이었다. 그렇지만 주인공 버프라는 것이 늘 존재하듯 여자 주인공인 아나와 처음으로 정상적인 관계를 갖게 된다. 그레이는 이런 관계가 어쩌다 우연하게 맺어진 관계일 뿐 계속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나는 달랐다. 이런 관계가 너무도 자연스러운 관계로 생각하고 다른 관계를 요구하는 그레이의 요구에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그레이와 사랑에 빠진 아나는 일단 그의 요구를 들어준다. 하지만 그 요구사항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된다. 정말로 그러한 행위가 자신이 용납할 수 있는 것인가? 또한 자신이 원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게 된다. 정상적인 관계라고는 경험한 적이 없다는 그레이는 자신의 요구 수용을 아나에게 계속 바란다. 아나는 그레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그레이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결심을 한다.

하지만 그 결심은 체험을 할 때마다 약해진다, 저런 관계를 본인이 이어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과 자존감이 떨어지는 저런 관계를 본인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에 대해서 생각한다. 처음부터 고민했던 그 관계는 결과적으로 그의 만족보다는 본인의 만족이라는 당연한 결과로 인해 파경을 맞이하게 된다. 그레이는 애초부터 그런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한듯한 반응을 보이면서 이 책을 마무리 되게 된다.

# 스토리의 개연성
남녀 간의 관계가 원래 스파크 튀듯 생긴 다지만 이 두 남녀의 관계는 너무 생뚱맞다. 대학생 여자와 성공한 거대 기업 CEO가 공적으로 만나는 자리에서 호감을 느끼고 우연하게 다시 만나 사랑하게 된다. 그런데 남자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고 여성은 너무 주체적이다. 남자의 정신적 문제를 여자는 보듬어 주고 싶었으나 여자의 주체적인 성향 때문에 결과적으로 헤어짐을 선택하게 된다.

이것이 이 책 스토리의 전부다. 2부에서는 못 잊은 남자는 여자를 다시 찾게 되고 여자는 그런 남자 때문에 고민한다., 3부는 두 남녀가 다시 만나 결혼에 이르게 된다. 그렇지만 관계는 역전되어 여성이 주도권을 갖게 된다. 이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2부, 3부는 보지 않았지만 대충 줄거리를 훑어보니 그러했다. 더 이상 이야기를 볼 이유는 없어 보이지만 1부를 읽고 너무 궁금하여 찾아보았다. 책을 읽고 싶지는 않지만 절묘하게 우리나라 드라마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책이 끝나 어쩔 수 없었다.

이 책이 왜 이렇게 인기가 있었는지 그 포인트는 이제까지 없었던 유형의 이야기로 그 강렬함에 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이 저자가 과연 다른 이야기를 쓴다면 더 큰 인기를 끌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너 날 사랑할 수 없어, 아나. 안 돼…… 그건 잘못된 거야."
그는 겁에 질렸다.
"잘못되었다고요? 왜 잘못되었다는 거죠?"
"너를 봐. 난 너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어." 그의 목소리에는고뇌가 어렸다.
"하지만 날 행복하게 해주고 있어요." 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 순간은 아니었잖아.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는 그럴 수없잖아."
젠장. 정말로 그랬다. 이것이 바로 모든 것의 결론이었다. 양립할 수 없다. 모든 불쌍한 서브들이 깨닫게 된 것이었다.
"우리는 결코 여기서 벗어날 수 없겠죠?" 내 정수리가 공포로 따끔거렸다.
그는 쓸쓸하게 고개를 저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차마 그를볼 수 없었다.
"그럼…… 난 가는 게 좋겠어요." 나는 일어나 앉으며 움찔거렸다.
"안 돼, 가지 마." 공포에 질린 목소리였다.
"머물러봤자 아무 의미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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