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두 살 여자, 혼자 살만합니다 - 도시 여자의 리얼 농촌 적응기
가키야 미우 지음, 이소담 옮김 / 지금이책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 이번엔 여자
가족과 사회에 많은 관심을 갖고 소설을 쓰는 작가인 [가키야 미우]의 장편소설이다. 출판일 순으로 책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내가 읽었던 다른 책과 어떻게 흐름이 변하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읽었던 책들은 사회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법이 신설된다는 가정하에서 사회적인 혼란과 과정을 통해 어떤 사회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번은 오로지 초점을 여자에 맞췄다. 그리고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 놓고 해결하는 방식도 더더욱 아니었다. 여성의 경제적 자립과 귀농 문제를 다뤘는데 우리나라와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어 전작처럼 우리와 비슷한 나라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주 별개의 나라의 별세계 이야기라는 생각이 다분히 들었다.

# 여성의 경제적 자립
우리나라와 일본은 문화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흡사한 면이 많다. 그래서 일본 이야기를 보면 우리나라의 현실과 오버랩되는 내용이 자주 나온다. 그런데 이번의 사회 문제에서는 많이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근본적으로 여성의 위치가 우리나라보다 많이 낮았다. 30이 넘은 주인공은 동거하던 남자와 헤어지자마자 곧 경제적 위기를 맞이하였다.

파트타임 이외의 직장을 구할 수도 없고, 직장이 없으면 방도 빌려주지 않는다. 직장과 방이 없기 때문에 그녀는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없었다. 이건 일본은 조금만 여성이 나이를 먹으면 경제적인 자립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옛날 대학교 선배의 어머니를 통해 겨우 방을 빌리고 버텨보지만 파트타임 또는 파견직 이외의 직업은 아무것도 구할 수 없다.

# 귀농의 현실
경작하지 않는 밭이라도 외부인에게 팔지 않는다. 심지어 빌려주는 것조차도 안된다. 귀농을 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아무리 열심히 귀농을 위해 공부를 하고 실습을 해도 그 누구도 밭을 빌려주지 않는다. 설사 밭을 놀리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거기다 밭을 놀린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트랙터로 밭만 갈아 놓고 농사는 짓지 않는다는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

우리나라는 외지인을 경계하더라도 적어도 밀어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본은 적극적으로 외지인을 강하게 밀어내는 것이 보였다. 우리의 경계에 들어오지 말라고 대놓고 선을 긋고 있었다. 여기서 격차를 느꼈다. 많은 부분 흡사하다고 생각했는데 이토록 많이 다를 줄은 예상도 하지 못했다. 확실히 다른 나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마지막까지 안타까운 여운이
주인공은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혼자 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하지만 주변인 모두가 여자 혼자 독립을 못하고 다들 남자에게 의지 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주인공 여성조차 혼자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들지만 신뢰를 주지 못한다. 하루 바삐 남자를 만나 안정적일 것을 권한다. 여성 저자로서 비판적으로 글을 썼지만 결국 사회의 편견을 극복하지는 못하는 모습을 보인 것 같다.

보란 듯이 성공하는 것으로 그렸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반면에 그런 모습을 그리기 어려울 정도로 일본 사회가 경직된 것일까 하는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저자의 [며느리를 그만두는 날]도 그렇고 굉장히 노력하지만 결국에는 여성이 사회의 편견으로부터 극복하지 못하고 순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아쉬운 면이 아니라 할 수 없었다.

"무슨 소리야. 구미처럼 야무진 여자는 잘 없어."
"그럼. 내가 봐도 그래."
아야노도 말했다.
야무지다.
어려서 이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속으로 반발했다. 알고 보면 자신은 작고 연약한 여자애다.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드디어 생각이 바뀌었다.
"그래요. 저는 강하니까요."
그렇게 말하자 셋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강하기 때문에 인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쉽게 결혼으로 도망치지 않았다.
물론 자신의 힘만으로 이루진 않았다. 많은 사람의 도움을받아 여기까지 왔다. 그러니 언젠가 자신도 누군가가 궁지몰렸을 때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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