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과 지하철
마보융 지음, 양성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 장르는 뭘까
장르는 판타지 소설이다. 용이 나오고 비행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판타지 세계관 중에서 중세풍의 배경에 메카닉이 같이 들어간 세계관을 쓴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독특하게 유럽의 중세가 아닌 중국 명나라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모든 것을 자국화시키는 중국의 저력이 소설에까지 미친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전형적인 중세 판타지를 자국화해서 본인만의 스타일로 만들어냈다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판타지는 북유럽의 신화를 바탕으로 여기저기 전설이나 이야기를 한데 뭉쳐 만들어진 세계이다. 판타지 소설의 시초가 된 것은 반지의 제왕으로 그 이후 일본으로 넘어가 일본식 판타지와 미국식 판타지로 가지를 달리 해서 발전해 왔다. 뭐 이건 학설이나 정립된 결과가 아닌 옛적부터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결과다.

그 이후 다양하게 발전하여 여러 판타지 세계관이 생기게 되었다. 그렇지만 배경은 놔두고 내용물만 바꾸는 수준으로 중세라는 배경은 바뀐 적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무협이라는 장르가 있어 비슷한 유형인 판타지 장르와 혼합하여 퓨전 판타지라고 나오는 경우가 제법 많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무협이나 퓨전 장르가 아니다. 판타지라는 장르에서 마법 대신 도술을 수정구슬 대신 법기라는 방법으로 판타지를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시대는 당나라로 명기하고 무공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지 않은 순수 판타지를 만들어내었다. 사실 이후로 지속적으로 책이 출간되어야 중국풍 판타지라는 장르가 확립될 테지만 이런 시도만으로도 흥미로울 따름이다.

# 배경 전설
중국의 전설 중 [황하 상류 용문의 거센 물길을 뚫고 오르면 용이 된다]는 이야기가 이 소설의 모티브다. 매년 황하에서 용이 탄생하고 이 용을 길들여 사회를 운영한다. 영물인 용이 매년 잡혀 들어가면서 용들의 한이 쌓여가고 그 원한에서 요괴가 탄생하여 인간들을 공격한다는 내용이다.

스토리는 평범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소재의 참신함이라고 할까? 흥미를 돋우는 내용으로 지면을 가득 채웠다. 중국식으로 바꾼 도술도 흥미로웠고, 메카닉 부분도 오크나 오우거의 부속물이 아닌 황소나 중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물들로 만든 것도 최대한 서양 판타지적 요소를 배제하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 분량과 단편 소설
분량은 장편소설이라 칭할 수 있을 만큼은 된다. 하지만 판타지라 부르기에는 짧다. 판타지는 장르 특성상 설명이 많다. 독자로 하여금 세계관을 이해시켜야 하기 때문에 세계관에 대한 설명이 드문드문 들어가 분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봤을 때 이 책은 장편 판타지라고 부르기에 다소 짧다. 30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분량으로 그래서 그런지 전개가 너무 스피디하다.

좋게 말해 스피디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너무 끊어지는 느낌이 난다. 책의 절반 정도 읽었는데 이미 마무리 분위기다. 주인공의 갈등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종막을 향해 가는 것 같았다. 거기다 에필로그라는 부분이 절반이 조금 더 지난 부분에 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직 100페이지 이상 남았을 텐데 왜 에필로그지? 책 어디에도 장편과 단편으로 이루어졌다는 설명이 없었는데, 장편 1개와 단편 3개로 구성된 책이었던 것이다.

사실 이 부분에서 허무감이 느껴지긴 했다. 단편소설은 장편에 비해 허술하고 재미도 없었다. 분량을 채우기 위해 넣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출판사도 장편 하나만으로 책을 출판하기에는 분량이 다소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보였다.

# 중국식 판타지는..
살짝 흥미가 일기는 했지만 지속적인 재미를 줄 것인지 사실 장담하지 못하겠다. 오히려 무협소설 같은 경우 영화로 제법 많이 나왔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지만 이 세계관이 영화로 나올 수 있을까 그리고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는 미지수이다. 영화로 만들었을 때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미있게는 읽었지만 흥미로움과 호기심으로 인한 관심으로 소설 내용에 대한 재미는 아니었다. 다만, 판타지 소설이 더욱 풍부해지는 수단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더욱 재미있는 중국식 판타지 소설이 나왔으면 한다.

대얼룡의 위기가 지나간 후, 황제는 새로운 법령을 발표했다. 새얼이 생기지 않도록 매년 용을 포획하던 용문절 규정을 폐지한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장안성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기존 지하룡의 근무 규정을 새로 만들었다. 일단 용들을 대형 톱니바퀴 쇠사슬에 묶지 않았다. 그리고 장안성을 떠날지, 그대로 남아 지하룡 일을 계속할지 스스로 선택하게 했다. 용들은 매일 여섯 시진씩 일하고 대신 편안한 거처와 충분한 식량을 제공받았다. 나머지 시간에는 아무 제약 없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었다. 대다수 용은 이 근무 조건에 매우 만족했다. 이들은 일이 끝나고 퇴근하면 성 밖으로 나가 자유롭게 하늘을 날았기 때문에 원한이나 증오는 전혀없었다. 장안 백성들은 이 새로운 관계를 기꺼이 받아들였고 이 방법이 훨씬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백운관 도사들은 경계를 늦추지 말고 규칙을 어기는 용들이 있지는 않은지 매일 지하룡 역을 순찰했다. 심문약이 도사들의 불쌍한 처지를 들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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