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 일간 아르바이트 뉴스 연재
하루키는 소설과 소설 사이에 잡지 같은 곳에 장기간 연재를 하고는 한다. 소설 쓰고 남은 소재들을 가지고 한 번에 1년 치를 미리 써 놓고 연재 기간 동안 정해진 분량을 소모하는 식이다. 이 책은 일간 아르바이트 뉴스라는 곳에 1년 9개월 동안 연재했던 칼럼들을 모아서 출간한 책이다. 여기서 특징적인 부분이 있다. 일간지에 연재했던 칼럼이라서 그런지 하나의 칼럼이 굉장히 짧다. 그리고 1, 2, 3, 4 식으로 긴 내용은 같은 주제를 연이어 쓰는 방식으로 칼럼을 썼다. 하루키의 다른 에세이에 비해 좀 특이한 방식을 취했다고 볼 수 있다.

# 안자이 미즈마루 글 무라카미 하루키 그림
짧은 2개의 칼럼이긴 하지만 둘의 역할을 바꿔서 쓴 내용도 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는 하지만 저자의 이름을 걸고 나오는 책에 저런 식으로 역할을 바꿔서 책을 쓴다는 것은 굉장히 특이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여태껏 많은 책을 봐왔지만 저런 식으로 역할을 바꾼 건 처음 봤다. 삽화를 그리는 작가가 소회를 밝히는 것은 흔하지만 완전히 뒤바꿔 글 쓰는 이 가 그림을 그리고 삽화작가가 글을 써서 역할을 바꾸고 칼럼을 써 내려간 것은 이 책이 처음인 것 같다. 좀 독특한 구성으로 보였다. 둘의 용기에 찬탄을 보낸다.

# 80년대 초반의 감성
하루키는 시대상을 알 수 있는 내용을 쓰지 않으면 언제 쓴 것인지 잘 알 수 없는 글이 많다. 사고방식이 쿨해 21세기라 하더라도 믿을만하기 때문에 시대상을 알 수 없다. 그런데 이번 글은 시대를 쉽게 눈치챌 수 있는 많은 소재들이 널려 있다. 유명인, 전철표, 영화 제목 등 80년대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오래전 이야기라는 것은 쉽게 눈치챌 수 있을 만한 많은 흔적들이 남겨져 있다.

하루키의 책은 시대상을 알지 못하는 책이나 쉽게 알 수 있는 책이나 크게 괴리감 없이 잘 익힌다. 칼럼으로 연재한 책들은 확실히 술술 읽히도록 잘 썼다. 다만 한 없이 가벼운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라 할까? 하지만 일간지 칼럼에 쓰는 내용이 심각하면 얼마나 재미없을까 생각해보니 딱히 단점이라고 여겨지진 않는다.

# 대담이라는 방식에 대하여
후반부에 미즈마루와 대담 형식으로 4개의 칼럼이 쓰였다. 양이 제법 많은 것을 보니 잡지에 실린 것이 아닌 추가한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여전히 하루키식으로 안 들리면 쿨하게 안 들려서 못 적었다 이런 식으로 대담집을 정리했다. 대단한 주제에 대해서 토론하거나 인터뷰한 것이 아니라 신변잡기에 대해 서로 주고받는 대담 형식으로 글을 썼다.

어떻게 보면 굉장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저런 책을 출간할 수 있을까? 나름 인기 작가였기 때문일 수 있고 쿨한 성격이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재미있었고,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 쿨함에 대하여
쿨내가 진동하는 책이다.

하루키 그래요. 빚이란 아주 바람직하죠.

미즈마루 열심히 일하게 되니까.

하루키 연대감 비슷한 것도 생기고 말입니다.

미즈마루 그렇게 생각하면 역시 일찍 결혼하길 잘했다는 얘기가 되는데, 어째 학생 결혼의 장점만 열심히 선전하는 대담 같은데요(웃음).

하루키 아무래도, 도움닫기가 길었던 만큼 결혼 후에는 아주편했어요.

미즈마루 연애란 어느 한쪽이 앞서 돌진하면 대개 실패로 끝나죠. 처음에 남자 쪽이 너무 열을 올리면 여자 쪽이 이상한 자신감을 가져서 거만을 떨고, 거꾸로 여자 쪽이 푹 빠지면 남자쪽은 지나치게 여유를 부리게 되고, 비슷한 속도로 꾸준하게 진행돼야 해요. 서로 비슷한 정도로 좋아하면서, 점점 가까워지는 게 좋죠.

- 본문 P307 중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