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러복을 입은 연필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하루키를 검색하면 교보문고 집계로 10년간 최다 판매량을 기록한 작가라고 한다. 대충 계산해도 400만 권 이상의 책이 팔려 나갔을 거라고 하고 있는데, 물론 현 기준이 아닌 4년 전 기준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엄청난 인기 작가인 셈이다. 하지만 사실 난 하루키의 소설책은 단 한 권도 읽은 적이 없다. 그에 대한 반감에서 읽지 않은 건 아니고, 썩 좋아하지 않는 장르이기 때문에 읽지 않았던 것일 뿐이다.

순수문학에 해당하는 책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즉, 문학상을 수상하고 등단한 시인, 소설가들의 책을 읽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었다.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려 가며 책을 읽는 습관에서 스토리로 보면 페이지 하나로 끝날 것을 심리묘사, 풍경 묘사 등으로 책 한 권으로 만드는 그런 고전문학을 접한 이후 순수문학에 대해 질렸었다. 이게 좀 오래가서 한동안 문학 소설은 읽지 않았다.

그래서 한참 세계 고전 문학을 보다가 비문학 책으로 관심을 돌리게 되었다. 소설류는 장르소설을 주로 보았고, 그 외 문학 소설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 그러다 보니 순수문학으로 보이는 소설가의 책들은 잘 읽지 않았다. 하지만 한참 책을 읽지 못하다 다시 손에 책을 잡게 되니 그다지 이것저것 가리지 않게 되었고, 소확행의 인기로 인한 궁금함에서 찾게 된 하루키의 책 탐독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대표작인 소설에 손이 가지 않고 계속 에세이만 관심을 갖고 있다.

무라카미 수필 모음집으로 출간된 도서를 재구성해서 내놓은 것으로 예전에 총 3권으로 냈던 것을 분리하고 추가하고 하여 총 4권으로 다시 엮었다. 세일러복을 입은 연필은 [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집 2]와 완전히 동일한 내용이라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다른 책도 읽은 적도 관심도 없었으니 잘 모른 상태에서 읽은 것인데 하루키 수필집의 초기 작품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저 수필집의 글의 풍은 시종일관 동일하다. 쿨하다.

지금 나의 나이 즈음에 쓴 글이라 같은 나이 때의 다른 시공간에 있던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하고 웃으며 보게 된다. 사소한 일에서부터 사뭇 진지한 생각까지 다양한 생각을 쏟아내고 있다. 이 책은 비슷한 시기에 나온 다른 에세이보다 더욱 시대를 알 수 없게 쓰였다. 전작에서 처럼 시대를 유추할 수 있는 소재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물론 아예 없는 것은 아니나, 타국이다 보니 유명인들을 열거하면 추리해 낼 수 없다. 그래서 시대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사고방식도 쿨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을 터인데, 그래서 더욱 재미있었다. 지금 봐도 고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에세이는 신변잡기의 내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시대의 사고방식 작가의 생각이 그대로 드러난다. 소설처럼 주인공 뒤에 숨어 표현할 수 없다. 헤르만 헤세의 에세이를 같이 보고 있는데, 단박에 이 책은 헤르만 헤세가 썼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문체였다. 이 책은 고전문학이다. 그런 생각을 감출 수 없는 반면에 사진 몇 장 갖다 놓고 블로그에 올리면 신변잡기 이야기구나 할 정도로 생각이 쿨하다.

하루키의 소설을 접하지 않은 입장에서 하루키의 소설을 읽기 위해서 이 책은 읽는 게 좋습니다. 라던지 비판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에세이 작가로서 충분히 재미있고 즐거운 책을 쓰는 사람이다. 다음 책을 기다리는 것이 즐겁다.라는 생각을 해 본다.

결국 독서란 것이 유일한 신화적 미디어였던 시대가 급속하게 종식되고 만 것이다. 지금의 독서는 다양한 각종미디어 중 한 가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한 경향이 좋은지 나쁜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회현상이 그렇듯 이 역시 좋지도 나쁘지도 않을 것이 다. 개인적으로는 교양주의적, 권위주의적 풍조가 사그라진다는건 사그라지고 있는 게 맞겠지- 기쁘게 생각하나, 한편 한 사 람의 글쟁이로서 책이 안 읽히게 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 우리(출판에 관계된 여러 사람을말합니다)가 의식과 체질을 바꾸어, 새로운 지평에서 새로운 종 류의 좋은 독자들을 사로잡는 일은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언제까지고 한탄만 한다고 묘책이 생기진 않으니까.

- 본문 P155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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