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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마음 노트 ㅣ 초등 읽기대장
소연 지음, 전명진 그림 / 한솔수북 / 2024년 11월
평점 :
흔히들 죽음은 예기치 않게 순서 없이 온다고들 한다.
가장 두려운 지점은 나의 죽음이 아닌 너의 죽음이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혼란은 온전히 남은 자의 몫이기 때문일 거다.

평범한 하루에 균열이 가듯 불길한 소식이 전해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교통사고 당한 선생님 소식에 아이들은 큰 충격을 받고 혼란에 빠진다.
생전에 아이들의 삶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마음 노트를 쓰게 했던 선생님.
자신들의 마음을 꺼내 보이는 게 쉽지가 않았던 네 명의 아이들을 통해
작가는 이들이 슬픔을 직면하고 극복해 가는 과정을 먹먹하면서도 담담하게 보여 준다.
하준- 이전에 이미 아빠를 잃은 적이 있는 하준은 아빠를 빼닮은 자신의 모습에 힘들어하는
엄마로 인해 상처받은 아이였다.
그런 하준을 보듬고 공감해 주면서 마음 노트를 쓰도록 이끌 어 준 사람이
선생님이기에 하준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선생님의 죽음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하준은 친구들이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을 보이다가
주먹다짐까지 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가슴이 아프고 슬펐던 장면이었다.
성재- 엄마의 부재 속에 할머니와 함께 사는 성재 또한 선생님과의 추억이 각별하다.
다친 할머니로 인해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준
선생님 덕분에 성재는 현실을 버틸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해나- 학습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던 해나 역시 선생님으로 인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모색하며 돌파구를 찾을 수 있었다.
지우- 가정 폭력에 시달리던 지우 또한, 선생님으로 인해 조심스레 행복을 꿈꾸며
숨통이 트였던 아이다.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있던 아이들은 선생님의 장례식장에서 선생님의 아이를 보게 된다.
선생님도 한 아이의 엄마였고 그 아이 또한 자신들 못지않은 아픔을 안고 살아가게 될 것을 직감하게 된다.
죽음의 의미를 모르는 여섯 살 아이는 천진한 웃음을 보이고 성재와 하준은 선생님이 자신들을 보듬었던 것처럼 아이 곁에 있어 주겠다고 다짐한다.
마지막 서랍-굳게 잠겨 있던 선생님 책상 마지막 서랍에는 마음 노트에
일일이 답장한 메시지와 졸업 선물에 대한 암시가 들어 있었다.
졸업, 행복, 마음이라는 힌트로 노트에 숨겨둔 암호를 하나씩 찾아내는 아이들.
드디어 드러난 선생님의 졸업 선물은 축하 현수막과 고깔모자, 풍선등 파티 용품과 더불어
함께 웃고 떠들던 사진들이었다.
선생님의 세심한 마음 씀 덕분에 아이들은 순간이나마 지난날을 돌이키며 웃음 짓는다.
그리움으로 슬픔을 위로받는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아이들과 함께한 순간들을 모아 특별한 졸업 파티를 준비해 왔던 선생님.
그런데 선생님 없는 졸업 파티라니……. 아이들의 눈엔 다시 눈물이 고이고 이를 지켜보던
새로 오신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돌아가신 선생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종이에 적게 한다.

종이비행기로 접어 창밖으로 날려 보내는 사무친 마음들…….
선생님은 운동장 곳곳에 떨어진 종이비행기를 찾아 한복판에 모아 놓게 한 다음 불을 붙인다.
“이젠 편지가 하늘에 닿을 거야.”
선생님의 말에 돌아가신 선생님 이름을 부르며 목놓아 우는 아이들.
슬픔을 직면하고 받아들인 아이들은 졸업식 날 울지 않기로 다짐한다.
하얀 눈이 소복이 내리는 졸업식 날 아이들은 비로소 웃음 짓는다.
함께 했던 소중한 순간들을 마음 깊이 간직하며…….
예기치 않은 죽음이라는 어두운 소재임에도 먹먹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하준의 손끝에 내려와 녹아내린 눈처럼 선생님과 아이들의 마음결이
섬세하게 다가와 짙은 여운과 감동으로 승화되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