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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람 마녀 ㅣ 산하작은아이들 75
김은하 지음, 우지현 그림 / 산하 / 2024년 7월
평점 :
여름이면 온 집안의 문과 창문을 활짝 열고 바람길을 열어주던 풍경은 이제 먼 옛이야기가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더울수록 문을 꼭꼭 처닫고 에어컨 바람에 의지해 더위를 식히게 되었다. 실내에서 배출된 더운 공기와 복사열은 외부 온도를 높여 더 덥게 만들고 사람들은 에어컨에 의지해 점점 더 고립되어 간다.
창밖의 매미 울음, 바람에 흔들리던 산천초목과 하늘을 유유히 지나가던 뭉게구름까지 눈과 귀, 때론 마음까지도 달래주던 자연 또한 창밖의 풍경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무더위에 접하게 된 이 짧은 동화는 마음속에 깃든 한 줄기 바람처럼 잊었던 순간들을 떠올리게 했다. 살아오면서 나의 일상을 스쳐 간 수많은 바람들 그 순간은 단순한 시원함을 넘어 위로와 휴식, 삶의 동력까지 실어다 주었음을 새삼 깨닫게 한 것이다.

시적인 글 밥과 귀여우면서도 서정적인 그림체를 통해 우리는 미처 깨닫지 못한 바람의 종류와 역할에 대해서도 접하게 되면서 환경 문제도 아울러 생각해 보게 하였다. 바람은 시원함 뿐 아니라 숲에 씨를 퍼트리고 생명을 이어주는 삶의 원천이자 에너지였음을 깨닫게 하고 도시화로 인해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비단 바람뿐 아니라 살아갈 힘을 얻게 했던 소통과 정서였음을 말이다. 그것은 결코, 에어컨이라는 외부와의 차단이 필수로 요구되는 서늘함 속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것임을 말이다.
숲의 소멸과 도시화의 과정속에 적응해 가는 바람 마녀의 고군분투는 인간한테 시달리는 자연을 상징하는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삭막한 공간에서조차 조화롭게 제 역할을 하려는 바람 마녀의 활약을 보면서 그 천진스러움과 너그러움에 가슴이 짠하고 미안해졌다. 인간을 향한 자연 또한 그러한 모습이지 않을까 싶어서.
잘 고른 글 밥과 예쁜 그림 속에 담고 있는 메시지 또한, 감동적이어서 읽는 내내 시집 한 권을 읽은 듯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이 읽기에도 참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