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할아버지 오신 날 느림보 그림책 54
이영미 글, 오승민 그림 / 느림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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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를 소재로 한 삶에 관한 이야기.

돌아가신 조상이 후손이 차려준  밥을 먹으러 온다는 발상 자체가 어찌보면 동화같은 판타지다.

그런면에서 이 이야기는 다양한 결로 다가온다.

아이의 관점에서 보면 뜻하지 않게 만난 친구와 즐겁게 하루를 보낸 이야기이고,

어른의 관점에서 보면 현재와 과거의 시간이 교차된 지점에서 같은 또래의 왕할아버지와 증손자가 만난 이야기다.

좀 더 깊이 들어가보면 과거와 현재, 저승과 이승,그리고 세대간의 경계를 허물고 삶의 본질에 다가서게 된다.

배경이 되는 시골집과 마을은 개인, 더 나아가 한 집안 그리고 마을 구성원들의 반복된 삶과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며 그들을 품어준 자연은 삶의 연속성과 반복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예상과 달리 천진한 아이 모습으로 와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을 누비며 뛰어노는 왕할아버지를 통해 살아가면서 스치게 되는 행복한 순간을 떠올려 보게 된다.

엄청난 성취나 성공이 아니더라도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아주 사소한 순간이 얼마나 눈부시고 아름다운가를…….

 

처음 낯선 아이를 만나는 장면

나무는 이승과 저승, 과거와 현재, 세대간의 경계를 허무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낯선 아이를 쫓아가는 장면...

집 밖으로 나간 낯선 아이는 자신이 나고 자란 자연속으로 민호를 이끈다.

 

이 책의 베스트 명장면!!!

그림작가는 두 아이가 헤엄치는 장면을 물속에서 올려다 보는 구도로 설정했다.

투닥투닥하던 두 아이가 의기투합해 벌거벗고 물장구치는 장면인데 물속을 헤엄치는 듯 하면서 물 위로 투과된 하늘 풍경으로 인해 마치 하늘을 나는 듯한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허물고 두 아이가 합일을 이룬 상징적인 장면이다.

 

달빛을 배경으로 왕할아버지의 존재감을 신비하고 아련하게 드러낸 장면....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그림책, '왕할아버지 오신 날'로  어른과 아이가 함께 힐링하기를....

아이 뿐 아니라 어린시절의 향수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한 어르신들께는 아련한 추억과도 같은 책.

"왕할아버지 오시는 날이라 맛있는 거 많아."
민호가 식혜를 마시다 말고 웃음을 터트려요.
"너도 나처럼 단물만 마시는 구나. 우리 왕할아버지도 그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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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2021-02-08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펼쳐 읽을 때마다 묘한 감정이 일어요. 내 아이가 어릴 적 왕할아버지를 만나 함께 어울려 노는 공간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글과 그림이 참 잘 어울려요. 가끔 펼쳐보게 되는 책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