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바람
잉그리드 고돈 그림, 톤 텔레헨 글, 정철우 옮김 / 삐삐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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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통 그림책이라 할 때 떠올리는 느낌과는 많이 다른 책이다. '나의 바람'이라는 제목처럼 매 장마다 쏟아내는 주인공들의 바람도, 우리가 보통 떠올리는 것들과는 그 결이 조금 다르다.

넓은 미간과 길이가 짧은 눈, 커다란 얼굴로 가득한 초상화들은 독특하면서도 기묘한 느낌을 주는데, 그 초상화에 영감을 얻은 작가가 써내려 간 글이라니, 두 예술가의 만남 자체가 인상적이었다.

책에 실린 서른 세 개의 초상화들은 제각기 성별도, 나이도, 생활 환경도 달라 보이지만, 남다른 비율로 공통적인 특성을 부여한다. 그리고 가장 큰 특징은 하나같이 꾹 다문 입술의 무표정한 얼굴들이라는 것, 그럼에도 눈만큼은 다채롭게 빛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작가처럼 이 그림들을 보고 글을 써내려 가진 않더라도, 머릿속에서는 무수한 이야기들을 생각해게끔 만드는 표정들이다. 그리고 그래서 왠지 마음이 쓰이고 왠지 보듬어주고 싶은 인물들로 다가온다. 그림을 보는 사람들은 이 무표정함 속에 숨겨진 감정들을 읽으며 자신의 표정 뒤 감정을 살피게 되고 그러면서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게 되는 것 아닐까?

이 책의 작가도 그림들을 보며 자신의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어떤 바람은 누구나 가지는 생각이 아닐까 싶게 평범하고, 어떤 바람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나 싶게 강렬하다. '바람'이라는 것이 단지 소망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어떤 이들의 고민과 공포, 슬픔, 절망 등을 담아내면서 무겁게 가슴을 두드리고 있다. 불완전하기에 꿈을 꾸고, 그러기에 아름다운 보통의 사람들에게, 이 책은 꽤 괜찮은 선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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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쉬운 뮤지컬 수업 - 온오프라인 교육뮤지컬 수업 디자인과 수업 사례 교실 속 살아 있는 문화예술교육 2
원치수 지음 / 푸른칠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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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정말 대단한 분이구나!"

책을 읽는 내내 감탄이 나왔다. 아마추어라도 뮤지컬을 하셨다는, 그래서 얼마나 다재다능한 분이실까 싶은 마음으로 책을 읽게 했던 이분은 글마저 왜 이리 잘 쓰시는지, 또 디자인한 수업 구성은 어찌나 논리적인지……. 이런 사람들이 이렇게 새로운 수업을 만들어나가는 것 아닐까? 책을 통해 뮤지컬 수업에 한 걸음 다가서는 것만큼 한 걸음 더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 책을 읽는 솔직한 내 심정이었다. 

사실 나는 뮤지컬에도, 그리고 뮤지컬 수업에는 더욱이 관심이 없었다. 아니, '뮤지컬 수업'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저 연극놀이나 연극수업은 책이나 연수로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뮤지컬 수업은 그 말조차 생소하여 호기심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생각하는 교육뮤지컬이란 무엇인지, 교육적 관점에서 뮤지컬 수업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부터 그 이야기를 시작한다. 학생들에게도 이해시킬 수 있는 저자가 직접 만든 짧은 스토리텔링도 소개해주고, 개념과 사례가 적절하게 섞여 글이 쉽게 읽혔다. 특히 교육뮤지컬 수업 디자인 과정을 6단계로 나누어 설명하면서, 역사교육, 독서교육, 진로교육, 인권교육, 인문교육의 수업 사례, 그 수업 디자인 과정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교육과정 분석을 통해 수업의 흐름과 차시별 활동을 구성한 구체적인 예시들을 보며 꼭 뮤지컬 수업이 아니더라도 융합교육, 프로젝트 수업을 위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교사들에게 좋은 사례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도 내가 직접 뮤지컬 수업에 도전해 보겠다는 포부같은 것은 없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완성도 높은 공연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감상 중심, 창작 중심의 교육 뮤지컬 수업부터 도전해 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비로소 들기 시작했다. 

음악에도 춤에도 문외한인 내게도 이런 작은 불씨나마 생긴 것은 오로지 저자 덕이다. 예술에 대한 사랑, 교육에 대한 열정, 그리고 삶에 대한 성실함이 가득 묻어나는 이 저자의 기록에 마음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운이 좋게도 좋아하는 것과 해야 하는 일이 맞아 떨어져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저자의 소개말이 맴돈다. 뮤지컬수업에 대한 배움을 차치하고라도, 실제로 그러하다 믿어지는 사람의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흐뭇해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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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치수 2021-10-04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세상에서 가장 쉬운 뮤지컬 수업>의 저자 원치수입니다. 책을 좋게 봐주시고 이렇게 감동적인 리뷰글을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큰 힘이 됩니다 :) 혹시 출처를 밝히고 독자님께서 적어주신 리뷰의 일부를 저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공유해도 괜찮을까요?

i-m-future 2021-10-13 20:4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선생님? 이렇게 인사드리게 되니 너무 신기하네요.^^ 그리고 제가 이 댓글을 너무 늦게 확인하여 죄송합니다.
예, 제가 적은 리뷰가 보잘 것 없어 부끄럽지만, 선생님께 작게나마 힘이 되었다니 한편으로는 영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ㅎㅎ 제게는 불편할 일 없으니 공유하셔도 괜찮습니다. 좋은 책 만나게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혁명이 궁금해! - 세상을 뒤흔든 세계로 한 발짝
박동석 지음, 우지현 그림 / 봄볕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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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운동? 반란? 이 책에서 서술하고 있다시피, 정치적인 용어인 혁명을 간단히 정의 내리기는 불가능하고, 하나의 사건을 두고 혁명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것도 명확하지가 않다. 그럼에도 이 책은 14가지 혁명을 추려 혁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러 나라에서 펼쳐진 다양한 형태의 혁명을 만나면서 혁명의 이유를, 혁명의 필요성을, 그 한계와 가능성을 생각해보게 된다. '혁명'이란 말에, 사건에, 때론 분개하고 때론 통쾌해하며 가슴 뛰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 책이 만들어진 이유일 것이다.
이 책에서는 혁명의 이유를 크게 4가지로 구분하여 사례를 들고 있다. 혁명이 일어나게 된 원인별로 차례로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서로 다른 나라 혁명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며 생각해보게 되었다. 정치, 종교 갈등, 외세의 침입과 독재에 대한 항거로 일어난 혁명의 이야기는 물론 어린이 책이어서기도 하겠지만 술술 쉽게 읽힌다. 역사적 배경이나 전개 과정을 잘 모르고 있었던 혁명도 있었지만, 장마다 그러한 배경 지식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어서 사건을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다. 관련된 사진이나 삽화도 글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삽입되어 있고, 독자가 궁금해할 만한 것을 따로 풀어서 설명해 주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혁명이라고 부르는 대표적인 역사적 사건들을 다루고 있어, 세계사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기본 상식을 쌓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다. '혁명'이 역사에 남기는 흔적이 전부 긍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세상과 권력에 무조건 순응하지 않고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며 한 걸음 더 내딛으려 한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서,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은, 그래도 인간과 역사의 희망이지 않을까? 그리고 표지 그림 속 촛불을 들고 모인 사람들처럼, 평화적인 방법의 혁명으로도 세상을 뒤흔들 충분한 힘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실천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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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왕 차 샘과 못 말리는 귀염둥이들 함께 걷는 교육
차승민 지음 / 우리학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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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8년부터 초등교사로 근무 중이라는 대마왕 차 샘, 차 샘이 들려주는 본인의 이야기, 아이들의 이야기.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있으면서도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듯, 무섭기도 재미있기도 한 대마왕 '차 샘'을 주어로 써 내려간 이 이야기에서는 스스로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이 느껴진다. 귀염둥이들과의 관계가 만족스럽지 않았다면 결코 이런 글이 탄생할 수는 없었으리라 생각하니, 20여 년이 넘는 교사 생활을 멋지게 해내고 계시는 선생님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차 샘 교실의 귀염둥이들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꾸러기들로, 내가 그동안 만나 온 아이들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나를 힘들게 하거나 괴롭게 한 아이도 있었고, 서로 상처를 주고 받아야 했던 아이들도 있었다. 말썽꾸러기가 문제아는 아니라는, 말썽을 말썽으로 여기지 않으면 귀염둥이가 된다는 차 샘의 말에 동의하지만, 아이들을 만나는 내 마음이 항상 그만큼 여유롭지는 못했다. 문제의 원인을 찾으려 하기보다는 당장 눈앞의 문제를 가리기에 급급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차 샘의 교실 이야기를 읽는 시간이, 내게는 과거의 나의 교실 속 아이들을 다시 마주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신기하게도 교사의 자리가 아니라 아이들의 자리에서였다. 내가 차 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은 들지 않고, 차 샘의 말을 듣고 아이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상상해보게 되는 시간이 훨씬 더 많았다. 차 샘의 영향력 아래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내는 동안 아이들은 어느 방향으로 얼마큼 마음이 움직였을지 궁금했고, 교사의 어떤 말이 아이에게 상처가 되고 어떤 말이 희망이 될지 뒤늦은 고민과 반성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스스로의 말과 행동에 자신감 넘치는 차 샘의 바탕은 스스로와 아이들에 대한 믿음이 아닐까, 동시에 나도 나를 좀 더 믿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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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렌디드 수업 -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박재찬(달리쌤) 외 지음, PBL PLANET 기획 / 경향BP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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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일상의 많은 부분이 변화하였고, 학교도 그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이와 함께 학교에서 자주 듣게 된 말이 원격수업’, ‘블렌디드 수업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블렌디드 수업은 펜데믹 상황에서 생겨나 한시적으로 유행하는 수업 방법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되었다.

  좁게는 온오프라인 학습을 혼합한 것을 나타내는 블렌디드 수업은 이 책에서는 보다 넓은 의미로 전통적 수업 방식에 온라인 학습 또는 다양한 기술, 매체, 교육학적 방법 등을 혼합한 수업으로 정의되고 있었다. 이렇게 블렌디드 수업의 개념과 효과, 유형 등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 이 책은 실제 수업에서의 적용이 쉽도록, 크게 온라인 학급의 토대를 만드는 방법과 다양한 블렌디드 수업 도구 활용법, 블렌디드 수업에 대한 주요 고민을 논의하는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패들렛, 라이브워크시트, 플립그리드 등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았던 수업 도구들이 많았는데, 각각의 도구별로 다양한 기능과 수업에의 적용 방법을 자세히 안내하여 쉽게 따라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학교 현장에서 근무하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저자로서 자신들의 경험과 사례를 나누어 주셔서 이해도 잘 되고 다양한 수업 계획에 대한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었다. 보다 나은 수업을 위해 끝없이 고민하고 또 이렇게 그 정보와 지식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시는 선생님들이 계시다는 것이 감사하고 자랑스럽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곧 잠잠해질 것이라 믿지만, 이번 팬데믹 상황으로 학교 현장에는 보다 많은 온라인 수업 도구들이 갖추어졌고, 교사와 학생들 또한 새로운 수업 방식에 눈을 뜨게 되었다. 원격수업이 끝나더라도, 학교에 들어온 태블릿PC 등을 이용해서 보다 다양한 수업을 구상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교사에게는 '블렌디드 수업'이라는 한 가지 무기가 더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무기를 놓지 않고 잘 갈고 닦아 학생들에게도 또 다른 성취의 기쁨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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