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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앞에 뭐가 있는데? ㅣ 북멘토 그림책 10
장잉민 지음, 마오위 그림, 류희정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1월
평점 :
표지에는 '맨 앞에 뭐가 있는데?'라고 묻는 제목 아래, 바닷속 생물들이 서로의 머리로, 손으로, 몸으로 앞의 생물을 밀며 뒷장까지 긴 줄을 잇고 있다. 뭔가 놀이하듯 즐거워하는 표정이 아니라, 아픔을 참기도 하는 진지한 표정들이다. 그리고 갈매기 한 마리가 멀리 앞을 보며 그 위를 날아가고 있다.
이야기는 표지의 그 그림과 함께 시작한다. '태풍이 막 지나간 뒤', 줄지어 서서 무언가를 밀고 있는 바다거북, 흰동가리, 파랑비늘돔, 개복치……. 그들은 묻고 답한다. "뭘 미는 거야?", "나도 모르겠어!" 그리고 그 줄은 다시 초원 위로 이어진다. 악어, 하마, 하이에나, 들소, 고슴도치……. 역시 동물들이 머리로, 손으로 앞의 동물을 밀고 있다.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던 동물들의 줄을 더 멀리에서, 위에서 내려다 보기도 하고, 맨 앞을 궁금해하며 답을 찾아가는 갈매기에게 개와 고양이, 쥐, 토끼처럼 도시에 사는 동물들도 나와서 서로 밀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꽃들에게 희망을'에서 꼭대기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 채 끊임없이 위로 올라가려고 했던 애벌레들이 생각났다. 하지만 꼭대기에 무언가 멋진 곳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서로를 떠밀고 차고 밟으며 나아가던 애벌레와 이 책의 생물들은 다르다. 이들 또한 맨 앞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 채 그저 서로를 따라 하는 점은 비슷하지만, '누군가를 도와주려는 것 같아서' 밀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복어가 이야기에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며, 끝내 그들은 맨 앞에 있던 무언가를 움직이게 만든다.
그 무언가를 움직이게 하기 위해 넘어지고 물보라에 휩쓸리기도 했지만, "다음엔 조심해!", "잘 가.", "다들 도와줘서 고마워!" 인사를 주고받는 선량한 마음들이 '꽃들에게 희망을'에서의 모습과는 분명 다르다.
몸에 돋은 가시며 점박이 무늬까지 가까이에서 생생하게 보이던 장면들이, 지구 밖에서 동물들이 만든 기나긴 줄을 바라보는 표현의 장면으로 변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 기나긴 줄은 지구 한 바퀴를 돌아 다시 맨 앞으로 온다. 사실 어디가 맨 앞인가를 알 수 없는 지구 한 바퀴.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마음들, 그 마음들이 이 푸른 별을 지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모양과 크기, 여러 가지 색깔의 물고기들과 땅 위의 동물들, 하나씩 그 생김새를 들여다보게 된다. 여러 가지 색의 색연필과 물감을 섞어 사용한 듯, 부드러운 느낌이 드는 색채도 인상적이다. 줄지어 서 있는 동물들의 이름을 짐작해 보기도 하고, "맨 앞에 뭐가 있을까?" 물으며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하면서 아이와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