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목소리가

김주니를 찾아서
엘렌 오 지음, 천미나 옮김 / 길벗스쿨 / 2023년 2월

  역사는 우리를 비쳐주는 거울이라고, 우리는 과거를 통해 배워야 한다고 흔히들 이야기한다. '김주니를 찾아서'는 그러한 주제를, 한국계 미국인인 작가가 자신과 부모님의 삶과 그 모습을 담아 풀어낸 이야기이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지만 또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이 아니라면 덮어놓고 지냈을 한국전쟁 이야기와, 미국에서 다른 인종이 겪는 혐오와 차별의 문제를 함께 엮어 내었다. 역사소설이면서 성장소설인 이 이야기는 이민3세인 작가가 잘 쓸 수 있는 이야기였고, 하지만 그렇기에 이야기하기 힘들었을 이야기임이 느껴졌다. 

  한국 전쟁을 겪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과거 이야기와 그 손녀가 겪는 인종차별 이야기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슬프고 끔찍하지만, 그보다 더 처참하고 가슴 아픈 일들이 벌이진 것이 실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 주니의 현재 생활과 할머니,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과거 회상이 번갈아 나오는데,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들려주시는 이야기가 전혀 지루하지 않고 몰입도가 높았다. 

  "학교는 누구든지 마음껏 배울 수 있고, 두려움과 혐오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곳입니다. 우리 사회는 모두를 환영하며 누구에게나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라는 교장 선생님과

  "침묵은 총이나 칼이 될 수 있다는 걸 항상 명심하렴.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거나 악에 대항하지 않고 그저 내버려 둔다면 그 사람들 역시 부패하게 되는 거야."라는 할아버지,

  "살다 보면 옳은 일과 안전한 일 중에서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순간들이 오기 마련이지. 그건 살면서 가장 어려운 선택일 거고, 설령 네가 안전한 쪽을 택했다 해도 아버지는 절대 화내지 않았을 거야."라던 할아버지의 아버지까지, 

  교훈이 너무나 직접적인 말로 제시되고 있긴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어른들이 있음에 어른으로서도 감사한 마음이 드는 책이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가족들의 따뜻한 사랑까지, 가슴 벅차게 만드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