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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2016년 말, 정부가 북핵의 위협에서 우리나라를 지킨다는 명목 아래 미국에서 개발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싸드'를 들여놓기로 결정했다. 박근혜 정부가 물러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두 달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를 격렬하게 흔들고 있는 싸드란 녀석! 그런데 여기, 그것이 불러올 파장을 2년 전에 이미 예견한 사람이 있다! 그가 바로 2014년 출간된 동명의 소설 "THAAD(싸드)"의 작가 '김진명'!
그런 김진명이 3년 만에 또 다시 파격적인 신작을 들고 독자의 곁에 돌아 왔다. 그것이 바로 소설 "예언(Prediction)"이다. 이 엄청난 제목을 자신 있게 써 붙이고 나타난 그가 우리 사회에 몰고 올 충격이 과연 어떤 것일지, 그리고 매번 역사의 흐름에 먼저 도달해 있던 그가 예언한 내용이 도대체 어떤 것일지, 살 떨리는 전율이 벌써부터 온 몸을 짜릿하게 한다.
소설의 배경은 미, 소 양국의 냉전이 도저히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던 1983년. 인천공항에 서 있는 주인공 '지민'은 오래 전 미국으로 입양 간 동생 '지현'의 귀국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도착 시간이 지나도 지현은커녕, 뉴욕 발 비행기는 보이지 않고, '지민'을 비롯한 환영객들이 모두 두려움에 짜여 있던 그 순간! 뉴스는 다급한 목소리로 속보를 전한다!
대한항공 KAL 007 여객기가 제 3국에 의해 격추되었습니다!
지민은 이 충격적인 사고로 한 순간에 여동생을 잃고 만다. 하지만 이 비극을 국제적으로 규탄해야 마땅할 정부는 소련을 '제 3국'이라 부르며 사건을 쉬쉬하는 비겁한 모습을 보여준다. 뉴스의 1면에 나와야 할 이 사건 대신 대통령이 마당을 빗질 하는 장면이 나오는 이 웃지 못할 아이러니에 지민을 비롯한 온 국민이 분노한다.
급기야 지민은 비겁한 정부 대신 동생과 희생자들의 복수를 하기로 결심하고 우여곡절 끝에 미국으로 가게 되지만 지민의 앞길은 계속해서 꼬이기만 한다. 그러다 FBI의 함정 수사로 감옥에 수감까지 되며 지민의 운명은 일생일대의 위기에 놓인다. 동생의 복수도 못하며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며 괴로워하는 그에게 나타난 한 사내.
앞으로 7년 내 공산주의는 멸망합니다!
당시로선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이 엄청난 예언에 지민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하지만 '문'이라 불리우는 의문의 사내와 그를 따르는 많은 사람들은 그 말을 한 줄기 빛처럼 믿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과업을 수행한다. 이 땅에! 이 세계에! 억압과 폭력만이 난무한 공산주의를 몰아내고 반드시 자유와 평화의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겠다는 그 과업을 말이다.
과연 지민은 동생의 복수를 할 수 있을까? 정말 '문'의 말처럼 공산주의는 멸망할까? 지민과, '문'과 수많은 민간인들이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밑바닥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고 있을 때!
사진: 항공기 테러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논스톱"의 한 장면
269명의 무고한 희생자를 낸 이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 정부는 무얼 하고 있었나!
매번 역사에 정면승부하며 성역 없는 상상력을 펼쳐냈던 김진명. 실제 1983년에 있었던 대한항공 KAL 007 피격 사건을 바탕으로 한 소설 "예언"은 지금, 미국과 중국 등 세계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
이렇게 현대사의 시발점이 된 미, 소 냉전의 종식에 대한 작가의 국제정치적 통찰이 지적인 즐거움을 주는 한편, 주인공 '지민'이 겪게 되는 스펙터클한 사건들은 드라마적 재미의 극치를 선사한다.
지민의 거침없는 서사는 결말을 향해 멈추지 않고 빠르게 돌진한다. 독자를 빨아들이는 김진명의 흡인력 또한 이 소설의 놀라운 점 중 하나다.
역사와 재미, 둘 다를 놓치지 않는 이 시대의 작가, 김진명.
끊임 없이 진화하는 작가 김진명의 놀라운 예언 두 번째가 이 소설에 담겨 있다.
미래를 먼저 엿보고 싶은 독자라면, 망설이지 말기를.
기대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