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꿀벌과 천둥"은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열 여섯의 피아노 신동 '가자마 진'과 관련 있다. 세계적 명성의 요시가에 국제 피아노 콩쿠르 대회를 등장 만으로 왈칵 뒤집어 버린 천재 소년 가자마 진이 양봉업을 하는 집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무대에 홀연히 나타난 그는 누구도 따라 잡을 수 없는 엄청난 재능으로 어릴 때부터 철저히 고액 레슨을 받아온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1차 예선을 통과한다.
더 놀라운 것은 그가 얼마 전 작고한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유지 폰 호프만의 유일한 제자라는 사실이다. 그의 등장은 마치 천둥처럼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어떤 이는 그의 연주를 듣고 입을 떡 벌리며 감탄하지만 반대로 두려워하고 혐오하는 이도 왕왕 있기 때문이다.
가자마 진의 등장이 과연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호프만이 주는 폭탄일지, 혹은 선물일지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또 다른 주인공, 한 때 가자마 진처럼 피아노 신동이었으나 어머니의 죽음 이후 돌연 무대에서 도망쳐 버린 비운의 소녀 에이덴 아야가 있다. 여전히 무대에 서는 것이 두려운 그녀를 이끌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가자마 진이었다. 과거 음악에 완전히 심취해 있던 자신을 떠올리게 하는 소년이 꾸밈 없이 순수하게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며 음악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각성하게 된 것이다.
가자마 진의 연주는 비단 에이덴 아야 뿐 아니라 다소 평범해 보일 수도 있었던 다른 참가자들의 연주를 돋보이게 해주고 잠시 무대를 떠나 있던 심사 위원들에겐 다시금 피아노를 치고 싶다는 소망을 불러일으킨다. 가자마 진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 지 고민하던 심사 위원들은 마지막 본선까지 치르고 나서야 호프만이 이 콩쿠르에 가자마 진을 내보낸 이유를 깨닫게 된다.
그것은 오랫동안 자신이 잊고 있던 진정한 '음악'의 의미를 다시금 사람들이 깨닫도록 하는 것, 자신이 왜 연주를 해야 하는지, 자신에게 음악이 무엇인지를 상기하게끔 만들기 위해 호프만이 살아 생전 남기고 간 선물이었던 것이다.
한바탕 혼을 쏙 빼놓는 천둥 뒤에 시원하게 내리는 비처럼 가자마 진의 연주는 꿈을 쫓는 이들에게 새로운 활력으로 남는다. 소리를 글로 묘사하기가 참 어려웠을텐데 작가는 그것을 굉장히 환상적이고 자세하게 풀어낸다. 아니 들려준다.
아래는 내가 특히 인상 깊게 느꼈던 장면이다. 작가는 가자마 진과 에이덴 아야가 함께 "월광"을 치면서 느끼는 감정들을 아주 아름답게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