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따위를 삶의 보람으로 삼지 마라 - 나답게 살기 위해 일과 거리두기
이즈미야 간지 지음, 김윤경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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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별: ★★★☆☆

책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무엇이 되지 않아도 괜찮아'


사람들은 살면서 수많은 다짐을 하고 계획을 세운다. 새해이고 월요일이면서 1일이기까지 했던 그런 계획들을 세우기 더없이 좋은 타이밍이었다. 그것들 중 상당수가 실패하리란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사람들이 계획 세우는 것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아주 어릴 때부터 계획 하는 삶을 살았다. 가장 기초 교육기관인 유치원에 입학하기 전부터 가정에선 부모와 함께 기상시간, 간식시간, 잠 자는 시간 등을 만들었고(물론 부모의 강요가 대부분이었겠지만) 공교육에 편입된 이후론 그 계획에 '부지런할 것'과 '시간낭비 하지 말 것'을 가치로서 교육 받으며 칸이 꽉꽉 찬 시간표를 짠다. 이로써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낭비'이고, 결국 아무것도 되지 않은 사람 역시 '낭비'라는 것을 체득하게 되었다. 의심할 것 없이 훌륭한 사회화였다.


그런데 그것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자신을 찾아오는 청년들이 하는 질문이 과거와 미묘하게 바뀌었단 걸 알게 된다. "내가 이 직업을 가질 수 있을까요?"에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가 된 것이다. 후자의 질문은 '주체성'이 결여되어 있다. 어릴 때부터 강요 된 부지런함을 주입 받은 청년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스스로 삶을 계획해서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신의 가치가 아닌 사회의 가치를 쫓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에게 꿈을 물어보면 '무엇이 되겠다'고 하지 '어떻게 살겠다'고 하지 않는다. 성인도 마찬가지다. '무엇이 될 수 없는'사회에서 '무엇이 되리라'다짐하는 것은 개인을 괴롭게 만든다. 악순환이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실존적인 물음을 고민하는 상담자가 늘어나는 현상은 어느 사이엔가 물질적이고 경제적인 만족이 포화점에 달해 이것만으로 더는 우리에게 '살아가는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p12


그렇다면 언제부터 노동이 신성시 되었을까. 우리를 채찍질하는 '일 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슬로건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마치 태초부터 있었을 것만 같은 이 노동의 신성함은 사실 몇 백 년 전 유럽의 종교개혁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사도 바울의 명제는 무조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 노동 의욕이 없다는 것은 구원 받지 못한 상태를 드러내는 징후다 p93


기독교 국가가 아닌 나라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친숙하게 들리는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말이 여기에서 비롯되었다는 데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p93


 이와 비슷하게 '노동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명제 역시 반어적이다. 노동은 인간을 기계의 부품처럼 속박 시키고, 노동하지 않는 자, 노동할 수 없는 자를 사회에서 배제시키기 때문이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은 필수다. 돈 없이 살 수 없진 않은가. 저자가 지적한 것은 노동하지 말라가 아니라 노동을 통해서 삶의 의미를 찾겠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이 자신의 삶을 위한 수단이란 것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에 속박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것으로 저자는 '관계에서의 자유로움'과  '자발성'을 든다.


한편, 고독에 떨며 의지할 데 없는 외로움과 무의미에 짓눌려 뭉개질 듯한 상태는 달에 비유할 수 있다. 달은 스스로 열과 빛을 낼 수 없기에 어떻게 해서든 누군가가 빛을 비춰주고 따뜻하게 해주길 바랄 수밖에 없다. 이것이 인연에 매달리거나 무리 짓고 싶어하는 심리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자신이 자신답게 존재한다'는 자유를 포기하고서라도 무언가에 복종하고 마는 것이다. p148


삶을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고독'이다. 앞서 말한 '고독'과는 다르다. 신경증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정신과 의사인 모리타 마사타케가 만든 '모리타 요법'이란 게 있다. 이는 초기에 누구하고도 교류하지 않으면서 심지어 기분을 달래는 일조차 일절 금지하고 오로지 자신과 마주하는 절대와욕기(환자가 개인실에서 일주일간 침대 또는 이불 위에서 지내는 것)라는 과정이다. 자신의 내면과 조용히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치료가 될 수 있단 것이다. 삶은 노동과 무관하게 가치 있어야 한다. 어딘가에 속박 되는 순간 괴로움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대로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 지금의 괴로움을 이겨내기 위해서 자신만의 고독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삶의 보람을 삶 그 자체에서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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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씨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송은주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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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에디터 B입니다. 2017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새해 다짐이기도 했던 책 읽기는 계속 하고 계신가요? 저도 매일같이 꾸준히 읽긴 어렵지만 포기하진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새해가  고작 나흘 밖에 안 남은 오늘도! 책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 독자가 되어 보자구요♥


스티커 이미지

오늘 제가 소개 해 드릴 책은 마가렛 애트우드의 "마녀의 씨"입니다! 사실 마가렛 애트우드라는 작가를 잘 몰랐는데 이번에 찾아보니 노벨문학상 후보에 매년 이름을 올리는 현대 영문학의 대표 작가라고 하네요!!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가즈오 이시구로였죠? 어쨌든 대단한 작가님의 대단한 작품을 읽게 되니 마음이 두근두근했습니다! 



▲위 분이 바로 마거릿 애트우드 작가님 +_+


"마녀의 씨"를 읽기 위해선 먼저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를 알아야 합니다!! 왜 갑자기 고전 중의 고전 셰익스피어냐고요? 바로 이 "마녀의 씨"가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세계의 유명 작가들이 선보일 셰익스피어 다시 쓰기! 일명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국내에선 현대문학 출판사를 통해 순서대로 만나보실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중에는 제가 좋아하는 요 네스스뵈 작가님도 계시답니다! 그 분은 맥베스를 재해석 한다고 하네요^^ 우와 빨리 출간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래는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 줄거리입니다


[출판사 서평 中]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는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한 남자가 복수를 꿈꾸다 결국 화해와 용서를 거쳐 행복한 결말에 이르는 이야기이다. 밀라노의 대공 프로스페로는 마법 연구에 골몰한 나머지 공국의 실무를 동생 안토니오에게 모두 맡겨 버리는데, 사악한 안토니오는 프로스페로가 방심한 틈을 타 그의 정적인 나폴리 왕 알론소와 작당하여 형을 몰아낸다. 프로스페로는 어린 딸 미란다와 함께 물이 새는 배에 태워져 망망대해를 표류하다가 외딴섬에 도착하고, 본래 그곳에 살고 있던 정령 아리엘과 ‘마녀의 씨’라 이름 붙인 흉측한 괴물 칼리반을 마법으로 지배하며 복수를 꿈꾼다. 그리고 12년 후, 운명의 여신이 프로스페로의 적들을 그에게로 불러들인다. 


프로스페로는 폭풍우를 일으켜 적들이 탄 배를 난파시킨 뒤, 이들을 섬으로 유인하는 한편 알론소왕의 아들 페르디난드를 미란다와 만나게 하여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도록 만든다. 프로스페로는 자신을 몰아낸 죄인들을 벌하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그토록 혐오했던 ‘악함’과 ‘어둠’이 자기 안에도 있었음을 인정하고 용서를 택함으로써 ‘복수’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다음 세대인 미란다와 페르디난드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 준다. 

애트우드는 이렇듯 마법과 환상으로 가득한 400년 전 거장의 작품에 자신만의 해석과 현대적 장치들을 덧붙여 “셰익스피어 시대의 우아함을 간직한 괴물 같은 소설”([보스턴 글로브]) 『마녀의 씨』를 빚어냈다.

마녀의 씨

저자 마가렛 애트우드


출판 현대문학


발매 2017.11.30.


다음은 "마녀의 씨"의 줄거리입니다 [출판사 서평 中]


애트우드의 손에서 부활한 현대판 프로스페로, 필릭스 필립스는 메이크시웨그 연극 축제를 총지휘하는 예술 감독이다. 셰익스피어의 프로스페로가 마법 연구에 빠져 공국을 다스리는 일에 소홀했듯이, 필릭스 역시 후원자를 상대하거나 회의에 참석하는 등의 ‘사소한 일’은 부하 직원 토니에게 일임한 채 비평가와 관객들을 놀라게 할 ‘최고의 연극’을 구상하는 데에만 몰두한다. 결혼한 지 1년도 채 안 된 아내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애지중지 키운 외동딸 미란다마저 어린 나이에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자 연극에 대한 그의 집착은 더욱 심해진다. 필릭스는 죽은 딸을 위한 연극을 기획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를 무대에 올리고 직접 프로스페로를 연기하기로 한다. 현실에서와 달리 무대 위 그의 미란다는 죽지 않고 어여쁜 아가씨로 자라나 페르디난드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것이므로. 


그러나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보이던 그때, 토니가 본색을 드러낸다. 필릭스가 연극에 빠져 방심한 사이, 필릭스와 적대 관계인 샐 오낼리를 끌어들여 그를 몰아낼 음모를 꾸미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예술 감독 자리를 빼앗기고, 자신의 전부나 다름없던 연극 [템페스트]마저 잃은 필릭스는 그와 같은 처지의 밀라노 대공Duke of Milan 프로스페로를 연상케 하는 ‘듀크Duke’라는 가명으로 위장한 채 플레처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에게 셰익스피어 희곡을 가르친다. 그가 쫓겨난 지 12년째 되던 해, 드디어 적들에게 복수할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사이 승승장구하며 문화유산부 장관에 오른 토니가 샐과 함께 플레처 교도소의 희곡 수업을 시찰하러 오기로 한 것이다. 필릭스는 12년 전 그들로 인해 포기했던 [템페스트]를 멋지게 선보이기로 한다. 외딴섬에 갇혀 복수를 꿈꾸는 프로스페로 역을 직접 맡아, 토니(안토니오)와 샐(알론소)을 파멸로 이끌 덫을 설치하기로 마음먹는다. 


스티커 이미지

아, 아니!! 줄거리 끊는 솜씨가 정말 영화 같네요!! +_+ 그래서 필립스의 복수는 성공한다는 건가요?? 실패한다는 건가요??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책으로 확인해보시길!! ^^


책을 다 읽은 제가 감상을 말하자면, 일단 너무 재밌었습니다!! 제가 고전을 정말 어려워하고 ㅠㅠ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제대로 접해본 적이 없어서 처음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땐 혹시 제대로 읽어내질 못할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요!! 그런 걱정 안하셔도 될 것 같아요 ㅠㅠ 진짜 재밌고 긴장 되거든요♥ 아니 이 짜릿한 걸 저만 읽다니!! >_<


부분부분 연극의 구성을 띄고 있는 이 마녀의 씨는 첫 장부터 지문과 대사로 이루어져 있는 대본을 제시해 주고 소설과 연극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듭니다. 특히 프로스페로 역을 맡은 극작가 필립스의 성격이 뚜렷해서 좋았어요. 주인공이 개성 넘치니 그의 적대자인 토니도 멋지게(?물론 나쁜 놈이지만!!) 살아나는 느낌이었습니다. 뮤지컬에서 개성이 뚜렷한 배우 두 명을 관객석에 앉아 보고 있는 기분이랄까요!! 


극작가로 승승장구하는 필립스, 그러나 아내와 딸을 잃고 그 슬픔을 지우기 위해 더더욱 일에 몰두하던 필립스를 배신한 토니..! 그 바람에 필립스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추락하고 망령처럼 피폐한 삶을 살 때 정말 안타까웠어요. 그런 그가 절호의 기회를 얻고 다시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공연할 수 있게 되었을 때는!! 게다가 그 공연이 단순 공연이 아니라 복수를 위한 공연이었을 때는!! 짜릿짜릿 +_+


제가 이렇게 생생한 감정을 느낀 것은 이 소설에 사용된, 마치 무대장치 같은 묘사와 환상적인 분위기 때문입니다! 읽어보시면 알 수 있으실 거에요 ^^ 


후, 결말은 스포방지를 위해 비밀!! 


고전의 재해석이라니, 정말 신선하고 재밌었습니다. 다음 시리즈도 기대기대!! 책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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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5
레프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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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어깨 위에서 세상을 본다는 느낌을 이보다 더 확실하게 전달해주는 소설을 나는 알지 못한다. 소설가로서 톨스토이는 신이다

-이현우, 「로쟈의 인문학 서재」 저자-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그 중 제 1권을 읽었다. 흔히들 '고전'을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끝까지 읽지 않은 책"이라고도 부른다. 톨스토이에 있어, 나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버지니아 울프, 헤밍웨이가 극찬하고 죽기 전 꼭 읽어야 할 소설이라는 명성까지 있음에도 불구, 거대한 서사와 압도적인 분량, 러시아 문학이라는 낯설음에 쉽사리 도전하지 못했던 것이다. 문학동네에서 마련한 "톨스토이 탐험대"라는 재미난 이벤트가 아니었더라면 나는 이 도전을 또 어영부영 다음으로 미뤘을 것이다. 며칠 후면, 이십 대 중반! 그 길목에서 만난 고전, 톨스토이. 그는 이 불후의 명작으로 나에게 무엇을 알려줄 것인가, 나는 그에게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것인가.


때는 1805년, 러시아. 화려함과 부유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사교계의 한복판. 그러나 그 곳은 먹고 마시는 데에만 집중하는 한량들의 공간이라기보단 여러 정치 문제와 가문의 생존, 청탁과 계급이 존재하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곳이다. 특히 프랑스를 점령하고 전 유럽을 제패한 나폴레옹이 러시아까지 침공하려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세계 정세를 읽고, 군의 선봉장에 서기 위해 청탁하고, 가문의 생존을 도모하는 데엔 온 귀족들이 다 모이는 사교계만큼이나 안성맞춤인 공간이 없었다. 


하여 이 사교계의 인물들을 따라 가다 보면, 누가 러시아의 실력자인지, 어떤 가문이 몰락 직전에 있는지, 전쟁을 통해 야망을 성취하려는 이가 누구인지 속속들이 알 수 있다. 때문에 이 "전쟁과 평화"는 단지 하나의 "장편소설"이라고 치부 할 수 없다. 가문의 흥망성쇠를 다루는 가족소설이고, 당시 시대 상황을 그려낸 역사 소설이며,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농밀하게 그려낸 풍속소설이면서, 한 인물의 사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주는 성장소설 등 다양한 모습으로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도입부 역할을 하는 1권에서는 별 볼 일 없는 사생아에서 하루아침에 러시아 대 부호 베주호프 백작의 전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자로 변신한 피예르와 그의 지인이자 러시아의 영웅이 되고 싶은 야망을 가진 사내, 안드레이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특히 사랑하는 아내가 임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에 나가고야 말겠다는 안드레이의 모습이 인상 깊다.


모두가 말리는데도 왜 전쟁을 나가느냐는 피예르의 질문에 그는 참을 수 없단 듯이 이를 악물며 소리친다. 


"뭐 때문이냐고? 나도 모르겠어. 그래야 하는 거니까. 또한 내가 전쟁에 나가는 것은...." 그는 말을 멈췄다가 이었다. "지금 여기서 보내고 있는 나의 삶이, 내 삶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야!"

그는 줄곧 폐하에게 충성을 다하고, 러시아를 전쟁에서 구해내고 싶다고 힘주어 얘기하지만 이렇게 불쑥불쑥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속마음, 그러니까 '생활의 지루함'과 '전쟁'이라는 흥미 거리에 사로잡힌 자신의 어리석은 속마음을 발설 하고 만다. 하지만 안드레이는 그런 자신을 스스로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것은 그와 함께 군대를 지휘하는 로스토프도 마찬가지다. 


그는 말의 움직임을 예상할 수 있게 되자 차츰 즐거워졌다. (...) 이제 그 선을 넘어버렸으니 무서울 것은 아무것도 없을 뿐만 아니라 기분이 좋아지고 용기가 났다. ''그래, 녀석들을 단칼에 베어 죽이리라." 로스토프는 사브르의 자루를 힘주어 잡으면서 생각했다.

이 안드레이와 로스토프는 전쟁의 한복판에 떨어져, 그 광기에 저도 모르게 사로잡힌 사내들이다. 어디 그들만 그랬을까. 삶 아니면 죽음이라는 잔혹한 현장에서 도저히 '죽음'이라는 카드는 생각하지도, 볼 수도 없기에 오로지 '삶', 그것도 빛나는 명예가 있을 거라고 믿는, 그 '삶'을 맹목적으로 쫓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용맹하다기보다는 차라리 애처롭게 느껴진다. 그들을 그렇게 사지로 밀고 가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개인의 영웅주의? 아님 그 뒤에 존재하는 거대한 정복욕? 그러나 결국 허무로 끝나버리는 무언가?


그들의 눈을 가린 안대를 제일 먼저 풀어버린 이는 로스토프였다. 그는 적에게 칼을 맞고 말에서 떨어져 죽음을 실감하게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이 무엇 때문에 이 전쟁을 하고 있는지, 정말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도와주는 사람도, 가엾게 여겨주는 사람도 없다. 나도 한때는 내 집에서 건강하고, 쾌활하고, 사랑 받았는데.(...)그는 불 위로 날리는 눈송이를 보면서 따뜻하고 밝은 집, 푹신한 털외투, 쏜살같은 썰매, 건강한 몸, 가족의 애정과 염려가 연상되는 러시아의 겨울을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무엇 때문에 여기에 왔을까! '

그리고 안드레이 역시 전쟁을 치르던 중 이 허무를 맛보게 된다.


왜 나는 이 드높은 하늘을 보지 못했을까? 그러나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그렇다! 모두 허무하다, 모두 거짓이다, 이 끝없는 하늘 외에는. 그러나 이 하늘마저도 없다, 아무것도 없다, 정적과 평안 외에는. 그것으로 좋은 것이다!

죽음을 앞두고서야 전쟁의 허위를 알게 된 로스토프와 안드레이의 모습은 전쟁이라는 폭력성을 넘어 삶의 의미까지 성찰하게 만든다. 포가 날아다니고 총알이 귀 옆을 스치는 물리적인 전쟁이 아니더라도 지금 현대인들은 이렇게 자신이 진정 무엇을 소중히 여기는지 알지 못한 채로 하루하루 일상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 때 안드레이가 처음으로 바라보게 된 하늘, 그 하늘의 끝없음을 우리가 함께 바라보고 있노라면, 자신이 놓치고 있던 그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로스토프가 말했듯 한 줄의 선을 경계로 삶과 죽음이 나뉘어진다면, 지금 피예르는, 그 명석하고 순수했던 피예르는 많은 재산과 사랑에 취해 화려한 삶 속에서 안주하고 있는 것으로 그려진다. 이런 피예르의 모습과 전장의 잔혹한 모습들이 대비되며 이 1권의 서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임신한 아내마저 버리고 온 안드레이는,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 일상에 안주하고 마는 피예르는 과연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이런 질문들이 톨스토이의 작품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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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달러 힙합의 탄생 - 대한민국 최고의 힙합 아티스트 12인이 말하는 내 힙합의 모든 것
김봉현 지음 / 김영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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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힙합을 전혀 알지 못하는 힙알못, 힙찔이의 생각이니 대충 읽으시거나 비웃으셔도 좋습니다^^ 댓글로 비난하면....... 컨트롤 비트 못 틀어요 저는.


내가 더 이상 힙합을 듣지 않게 된 건 언제부터였을까. 꽤 오래 전인 것 같은데 사실 쇼 미더 머니 3가 시작되던 2014년부터 나는 두 귀에 이어폰을 꽂고 'X같은 놈', 'f---'같은 욕설이 터져 나오는 힙합을 열심히 듣고 있었다. 그 전, 내 고등학교 2,3학년 시절도 쇼 미 더 머니와 함께 보냈다. 그러니까 내가 처음 힙합을 알게 된 건 그 방송 때문이었고, 힙합이 좋아서 듣게 된 건 대학교 1학년 2학기 무렵이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힙합도, 쇼미더머니도 멀리 하게 되었다.  

이 책을 들고 있으려니 내가 왜 힙합을 좋아했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쇼 미 더 머니 1은 내게 "수퍼스타K"같은 거였다. 아직 무명의 일반인 래퍼들이 가수의 꿈을 가지고 도전하고, 존경하던 선배의 선택을 기다리고, 결국 이루어낸 무대에서 현란한 랩핑과 퍼포먼스로 자신의 성공을 온 몸으로 증명하는 순수한, 오디션 같은 거. 

어둠의 세계에서 사채업자로 살던 '일통', 무명 래퍼 로꼬, 힙합 닉네임도 없던 테이크 원, 무대 위에서 악플러들을 손가락질 하던 주석 등등 내가 기억하는 쇼 미 더 머니는 무분별하게 남을 비난하지 않았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을 떠벌리지 않았다. 

"랩을 하려는 수백 수천명이 줄을 서 있어요. 그리고 자기 순서가 돌아올 때까지 쫀 상태로 서 있어요. 그러다가 심사위원이 앞에 오면 공손하게 인사하고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센 척 랩을 해요. 그리고 랩이 끝나면 다시 공손하게 돌아와요. 그게 뭐예요. 저는 그게 너무 이상한 거예요."

제리케이가 지적했둣, 쇼 미 더 머니는 스윙스가 등장한 2 이후로 확실히 변했다.(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입에 담을 수도 없어 삐처리가 연속되는 욕을 의미 없이 하고, 자신이 제일 싸움을 잘하고, 너를 죽일 수도 있으며, 게다가 돈까지 많다고 아님 앞으로 돈을 굉장히 많이 벌어 명품으로 치장을 할 것이라고 떠벌리게 되었다. 더 이상 순수한 꿈을 찾던 일통 같은 래퍼도, 자기만의 뚝심이 있던 테이크 원 같은 래퍼도 없다. 쇼미더머니가 원하는 인재는, 그래서 대중이 원하게 된  인재는 이제 그들이 아닌 것이다.

힙합을 국내에 주류 음악으로 만든 것이 쇼 미 더 머니이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안 하고 넘어갈 수 없는데, 이 책에 나오는 몇 몇 래퍼들이나 지금 인기 있는 래퍼들 중 일부는 쇼미더머니 보고 힙합을 논하는 사람들을 손가락질 한다. 태어나게 한 어머니까진 아니어도 길러준 이모 정도 같은 방송과 사람들을비웃으니까 솔직히 어이가 없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그 길러준 이모에게 애증이 생기는 것을.

어쨌든 그런 방송의 입맛에 맞게 자신을 치장하고 나온 래퍼 수 천 명이 체육관에 일렬로 줄을 서고 있다. 공손하게 인사하고, 죽일 듯이 랩을 하다가, 다시 공손하게 인사하는 우스꽝스러운 태도로 '힙합정신'을 논하고 '자신이 힙합'임을 스스로 자랑하면서.

그런 허위로 가득 찬 작태가 너무 꼴불견이어서 쇼 미 더 머니3를 보지 않았다. 이후 쇼 미 더 머니 4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지원자 중 한 명은 그룹 세븐틴의 멤버 버논이었다. 왜 여기에 나왔냐는 심사위원의 물음에 자신이 속한 그룹을 알리고 싶어서 나왔다는 솔직한 대답 때문이었다. 그 발언은 순식간에 힙합정신을 모독한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버논에게 던졌지만, 나는 차라리 그게 나았다. 

그 시즌의 우승자 바비는 아이돌이 아니라 힙합을 하고 싶다고 했으나 진정한 힙합을 했는지, 러브송을 부르는 아이돌로 더 많이 일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갔으니까.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이 진짜가 아닌데도 자신이 keep it real하다고 말하는 그들을 볼 수가 없었다. 만일 쇼 미 더 머니가 원하는 지원자가 바르고 올곧은 품행단정한 래퍼였다면, 스윙스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나는 방송과 래퍼 중에 무엇이 먼저 탄생한 건지 잘 모르겠는, 그리고 자신도 헷갈려하는 지원자들을 볼 때마다 그런 의구심이 들었다.

만일 내가 좋아했던, 그래 크루셜스타.. 어머니께 자랑스런 아들, 좋아하는 음악을 위해 정진한다던, 방구석 꿈만 꾸는 게으름뱅이들을 질타하던 크루셜스타가 쇼미더 머니에 나올 때는 솔직히 너무 괴로웠다. 그 얘기는 손가락으로도 못 쓰겠다, 정말. 가사를 잊어버려서 탈락하고 나서도 몇 시간을 기다려 타블로에게 한 번 더 기회를 달라던 그의 모습은 keep it real인가? 아... 그래도 문제다. 그만 하자.

그렇다고 내가 힙합이 유교 경전을 달달달 말하고 예의범절을 중요시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래 누가 알겠느냐만은) 자신은 그런 모습이 아닌데 방송에서 그렇게 하라고 시켜서, 하는 모습이 너무 진실 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거야 말로 힙합을 좋아하던 리스너들에 대한 배신이 아닌가?

그래서 많이 생각해 봤다. 미디어나 음악을 통해 보여지는 게 진짜 그들의 모습인지, 아님 대구 지하철 참사를 가벼운 가사로 쓰고, 고인을 모독하고, 테러집단을 장난처럼 모방했던 게 그들의 진짜 모습인지. 아님 늘 "내가 제일 쎄!"를 외치다가 뒤의 일에 대해 대중들이 비난하자 얼른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는 게 그들의 진짜 모습인지. 너무 혼란스러워서, 나는 더 이상 힙합을 듣지 않는다. 내 속마음을 대신 해 주듯 시원하게 욕을 내뱉는 래퍼가 사실은 강자 앞에 약하고, 약자 앞에 강한 사람이면 어쩌나. 두려웠다. 여기서 김봉현과 래퍼들이 발라드 가수들에 대해서도 말했는데 그들은 다르다. 적어도 그들은 자신이 곧 발라드 정신임을, keep it real을 외치진 않잖는가. 

김봉현이 래퍼들을 인터뷰하면서 real이란 말이 진짜 많이 나왔는데, 바로 이 단어 때문에 이 책의 출간 의도와는 다르게(?) 나는 예술의 본질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즐겨 듣는 팟캐스트의 이동진 평론가와 이다혜 기자는 예술과 예술가를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지만(아닐수도있다.), 실제로 많은 불후의 명작을 남긴 예술가들이 부정을 저지른 사례가 있지만, 그래서 최근에도 친일파였던 이광수의 이름을 쓴 문학상을 제정할 것인지 말 것인지 논란이 있었지만, 그 때마다 내 나름의 기준을 내려보려고 해도 정말 어렵고 어렵게만 느껴진다.

더욱이 개인의 비행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약자를 짓밟는 행위를 한 래퍼들이 이 책에 나올 때는 정말 이 문제를 스스로 고민하느라 너무 괴로웠다. 사실 이 책 추천사에 고등래퍼 우승자 양홍원이 있을 때부터 그랬다. 언젠가 학교 폭력 당하는 꿈을 꾼 적이 있는데, 실제로 한 번도 그런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꿈에서는 엄청 아프고, 무섭고, 숨이 막혔다. 

그리고 내가 래퍼 창모의 노래를 참 많이 들었는데, 어느 날 그가 과거 '대구 지하철 참사'를 아주 가볍게 가사로 옮긴 것을 알고는 단번에 플레이리스트에서 삭제해 버렸다. 대구에 살면서, 매일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그의 노래를 듣는 것은 정말 잔인한 일이 아닌가.  

이 책의 출간목적이 분명 이런 철학적인 고민을 하라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의도치 않게 나라는 독자는 그런 수렁에 빠져 허우적 대느라 좀처럼 책 읽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 책에 나오는 열 두 명의 래퍼들 중 몇 명은 정말 흥미롭고, 몇 명은 기가 차고, 몇 명은 좋아하게 되었다. 

기가 차는 래퍼들의 인터뷰를 볼 때마다 뜨악 하기도 하고, 배신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일일이 나열 할 수 없어, 그냥 뭉뚱그려 얘기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내 나름의 real한 래퍼들, 강약약강을 보이지 않는 최소한 겁쟁이는 아닌 래퍼들을 가려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래서 힙합을 다시 들을 생각이 없었는데, 그들의 음악은 찾아 듣고 싶어졌다. 

이 책에서 김봉현은 예술가(의 그림자)와 예술을 분리하려고 한다. 가치 판단을 배제하고 오직 그들의 음악에 대한 태도 만을 인터뷰한다. 비평서가 아니니까 당연하다. 결코 문제 되지 않는다. 힙합을 미친 듯이 들었다가, 스스로 멀리 했기 때문에, 그 애증 때문에 괜히 잔소리를 늘어놓기는 했지만 좀처럼 인문서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유명 래퍼들의 인터뷰와 속내를 볼 수가 있는 것만으로도 분명히 흥미로웠다. 간만에 머리 아픈 고민까지 했으니까 그것도 좋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중 나 같은 범생이 한 명 쯤은 있겠지. 그리고 희열도 느끼고? ^^;

학교에서 '대중가요의 역사'를 다룬 교양 수업을 듣고 있어서, 그와 관련한 책을 몇 권 찾아 읽어보았는데, 아마 시간이 좀 지나면 이 책도 그 역사서들 틈에 끼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럼 한 오십 년 쯤 뒤에 대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빼들고 힙합의 역사에 대해 공부하고 있으려나.
그리고 좀 놀라지 않을까? 오, 김영사가 이런 힙! 한 책을 냈단 말이야? 이거야말로 허슬~스웩~
(으잉?^^;;)

아무튼 의도치 않게 나를 '힙지(知)리'로 만들어 준 책(이 라임 쓰고 싶었다. 힙질이, 힙지리~ yo)

아 참, 제리케이 뒤에 스윙스가 나온 것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 힙합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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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하나님
주원규 지음 / 새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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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 책 진짜 재밌어요ㅠㅠ 보면서 소리 엄청 지름ㅠㅠ 끄앙! 으어워워워! 허어억!!!! 저는 진짜 재밌게 봤고, ˝도가니˝ ˝이끼˝ ˝곡성˝ 같은 영화 흥미롭게 보셨다면 아마 이 소설도 맘에 드실 것 같아요! 완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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