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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 24시 - 상
마보융 지음, 양성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추천별: ★★★★☆
누군가 내게 좋은 소설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뒷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소설'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외에도 깊이가 있다거나, 사전 조사가 탄탄하다거나 등등 여러 조건이 있겠지만 특히 손에 땀을 쥐고 읽어야 하는! 도저히 다음 이야기를 예상할 수 없는!
스릴러 소설이나 추리 소설 같은 것을 읽을 때는 이 조건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장안 24시는 합격!!!(책 두껍다고 벽돌로 쓰지 말기ㅠㅠ)
사실 지금도 계속 생각난다.. 나는 지금 상권만 있고 하권이 없으므로...
빨리 하 권 읽어야 겠다..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
사실 중국 소설이라고 해서, 나도 모르게 편견이 있었다. 줄거리 파악보다 인물 파악이 더 어렵다는 러시아 소설처럼 주인공들의 이름이 난해하거나, 외우기 힘들진 않을까? 아님 대륙의 스케일(...)이 너무 커서 반도의 일개 독자가 따라가기는 너무 어렵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 웬걸... 너무 재밌자나!!!
진짜 홍보 뭐 이런 거 아니고요... 처음에는 두께가 너무 두꺼워서(600페이지 실화냐;) 장안에서 하루
24시간 벌어지는 일을 모조리 적은 이야기인가 보다 했거든요? 근데 숨 가쁘게!! 손에 땀을 쥐고!! 읽었는데 막 세 시간 지나있고 이럼... ㅎㅎ 그만큼 심장 쫄깃하고!! 차라리 이야기가 안 끝났으면 싶습니다..ㅇㅣ거 끝나면 나 무슨 낙으로 살아오... 책 읽기 전에 저 같은 길치를 위해서 출판사 분들이 친절하게 장안성 지도까지!!
넣어주셨지만!!
진정한 길치는 눈 앞에 지도가 있어도 읽을 줄을 모르는 게 함정^^ 고로 이 지도 몰라도 괜찮습니다 ㅎㅎ 어차피 장안성이 너무 넓고 주인공이 너무 빠르고 길도 너무 잘 알아서 그 뒤만 쫄쫄쫄 따라가도 됩니다 ㅎㅎ 주인공이 누구냐고요? 주인공은 바로!
왜 나를 선택했습니까?
무려 자신의 상관을 죽인 죄(이것도 다 사연이 있다능..ㅠㅠ 아직은 모르지만..어쨌든 있을 거야! 사연!ㅠㅠ)로 사형을 선고 받은 장안 최악의 살인마, 장소경!(a.k.a.장염라) 장소경은 서역에서 10년, 장안에서 불량수로 9년이나 근무했기 때문에 장안의 지리를 누구보다 훤히 꿰뚫고 있는 인물입니다. 게다가 북방에서 전투를 벌이던 중 돌궐 족에 둘러싸여 장장 9일을 넘게 포위 되어 있었을 때! 모두가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 때!! 끝까지 살아남았던 최후의 3인 중 한 명이 바로 장소경이었습니다. 그러니 무술 실력도 장안 최고!! 하지만 조정과 얽힌 과거의 악연(소설로 확인해보시길!)때문에 지배 계층에게 뿌리 깊은 원한과 냉소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소경에게 중요한 것은 오로지 군인 사이의 신의와 백성들의 안전 뿐. 장안에서 일어날 테러를 막기 위해 차출되었을 때도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며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던 사람입니다.
때문에 장안 테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으로 장소경을 골랐던 사람, 장소경이 가장 미워하는 지배 계층 중 한 명, 이 필이라는 엘리트 선비는 장소경을 붙잡기 위해 이렇게 소리칩니다.
장소경! 자네는 이 임무를 꼭 성공시켜야 해. 자네 손에 수십만 장안 백성의 목숨이 달려 있어. 수십만이라고!
백성이라는 말에 장소경은 어쩔 수 없이 장안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걸기로 결심합니다. 자신이 이 임무를 성공시키더라도 조정은 자신을 죽일 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이 필은 명문 귀족 집안의 외동 아들로 어려서부터 신동으로 소문이 났고 현재는 태자 곁에서 그를 위해 일하는 엘리트 관리입니다, 이 필은 언제든 조정을 배신할 것만 같은 장소경을 믿지 못하고 그를 감시할 충직한 스파이 한 명을 붙여 놓는데요.
난 언제든 당신을 체포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이제 막 장안성 포리(아마 경찰?)가 된 신입 포리(이름도 왜 포리야..) 요여능!! 입니다. 이 필로부터 장소경을 감시하란 임무를 맡았을 때 요여능은 장소경을 보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생각한 포리의 고수는 칼날처럼 올곧고 위엄 있게 예기를 뽐내며 악인을 완벽하게 제압하는! 정의의 사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장소경은 모든 규칙과 모든 제약을 일말의 망설임 없이 깨버리고 필요하다면 편법과 협박도 서슴지 않는, 요여능으로서는 존경할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장소경을 따라다니면서 장소경이 보여주는 진심과 백성들을 향한 애정, 홀로 감춰두었던 은밀한 고독까지 엿보게 되는 요여능은 점차 정의란 무엇인지, 자신이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깨닫고 성장하는데요. 요여능의 흑화(?)를 보고 있는 것도 짠하면서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조금 더 있으면 저절로 알게 될 거야. 장안성에서 포리로 살다보면 거의 매일 이런 선택지와 마주하게 돼. 옳지 않은 일이지만 반드시 해야 하고, 옳은 일이지만 하지 말아야 할 때가 아주 많지. 언제까지 군자의 길을 고집할 건지, 빨리 결정하는 게 좋아. 그러지 않으면......."
"그러지 않으면?"
괴물이 되지 않으면 괴물한테 잡아먹히는 거지
사실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소재는 장안에서 벌어지는 테러를 막는 것인데요, 소설을 읽다 보면 테러를 벌이려는 돌궐 족보다 자신의 부귀만을 생각하고 백성들이나 자신이 부리는 일꾼들의 목숨은 헌신짝처럼 취급하는 지배 계층의 모습 때문에 복잡하고 화 나는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제가 테러를 쫓는 것인지, 테러 뒤에 숨은 지배 계층의 욕망을 쫓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ㅠㅠ 돌궐이든 장안이든 어디든 백성 목숨 파리 목숨처럼 여기는 건 똑같나 봅니다. 여기 백성 울어요...ㅠㅠ 그래서 장소경이 죽을 고비를 넘기고(고문 장면 나올 때는 제 겨드랑이가 다 아팠다는..)테러를 진압할 때마다 복잡미묘한 감정에 휩싸이기도 해요!
소설을 꼭 읽어보세요..ㅠㅠ
아 이 소설이 맘에 드는 포인트가 하나 더 있는데요! 그건 바로 주체적인 여성 인물들입니다!!
핵심 인물로 나오는 여성은 이 필의 시종, 단기와 장소경과 인연이 있는(러부는 아직 모름ㅎ)문염이라는 낭자입니다.
단기는 과거 파키스탄 쪽에 있었던 소발률이라는 부족 국가 출신의 혼혈인데요. 어려서부터 이 필 집안의 하녀로 자랐지만 총명하고 지혜로워서 이필의 총애를 받는 여성입니다. 단기는 빛나는 지성으로 이 필을 돕고 나중에는 장소경과 함께 하면서 장소경이 위기에 처했을 때 멋지게 도와주기도 하는!(이 장면은 꼭 소설로 보세요! 단기가 위험을 무릅쓰고 플랜B를 쓰는 게 진짜 멋있★) 주체적인 여성이에요. 불같고 거침없는 장소경과 생각이 깊고 냉철한 단기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나오는 게 정말 좋더라고요. 과거부터 무역이 발달하고 다른 나라와 교류가 자유로웠던 중국답게(국사 시간에 배운 게 다지만^^) 페르시아 왕자도 나오고.. 한국의 드라마나 조선을 배경으로 한 소설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여러 인종이 나와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마음가짐이 외모를 만든다고 했습니다. 그저 거칠고 천박한 호색한으로밖에 안보입니다. 공자의 앞날이 걸린 일인데, 왜 그 사형수에게 도박을 걸었는지 솔직히 이해가 안됩니다."-단기
마지막으로 소개할 사람은 장안 최고의 향수를 만드는 '문기방'의 주인, 문염입니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난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었을 뿐인데! 문염이 붓을 집어던지고 머리로 조파연을 들이받았다. 조파연이 창고 쪽을 보며 잠시 상황을 살피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우물 정자는 텅 비어 있었다. 문염이 사라졌다."
문염은 장소경에게 은혜를 한 번 입은 적이 있어서 그가 사형 선고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매일매일 그를 위해 기도를 했던 인물입니다. 장소경이 풀려났다는 소식을 듣지도 못하고 향수 배달을 갔다가 난데없는 사건에 휘말려 목숨이 위태로워지기도 하지요! 장소경은 문염을 구하기 위해 한 가지 꾀를 내는데요! 이건 비밀이에요★ 소설로 확인 >▽< 하기
이렇게 개성 있는 네 명의 인물 외에도 장군 '최기'(아 진짜 이 사람 성격은 진짜 입체적이어서 마지막에는 반전이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어요.), 번뜩이는 지혜로 대활약을 하는 장소경의 친구, 서빈(서빈 너 괜찮은거지?)이 필의 스승이자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는 하지장 어르신, 페르시아 왕자(이긴 왕자인데...) 이사 집사, 가난하지만 똑똑한 선비 잠삼(나 얘 좋아..♥ 덕후 양성할 것 같아요) 등등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인물들이 많이 나와서 읽는 재미 역시 쏴라 있답니다~!! 마보융이라는 작가는 사실 처음 접하는 작가인데, 책 소개를 보니까 중국 역사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정점! 문학의 귀재! 라고 불리는 인물이래요. 이름값!!! 제대로 하는 것 같아요!!! 중국에서는 드라마로도 만들고 있다네요!! 중국판 미드 24시? 라고도 불린다는데 혹시 보신 분!!?? +▽+ 구글링해보니까 중국에 조금 관심 있는 분들은 이 소설이랑 드라마를 다들 알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 놀랐어요. 오오 내가 읽은 거 엄청 유명한 소설이었구나!!
시간이 많이 남는데 머리를 싹 비우고 싶으신 분!
심장 쫄깃하고 흥미진진한 소설을 읽고 싶으신 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