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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늦지 않았어 사랑해 ㅣ 책 읽는 샤미 45
박현숙 지음, 해랑 그림 / 이지북 / 2025년 5월
평점 :

폐지를 줍는 가난한 할머니와 사는 겨울이는 더운 여름날 에어컨도 없이 견뎌야 하는 자기 처지가 너무 싫었다.
돈으로 다 되는 건 아니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할머니를 답답해했다.
매번 꼬치꼬치 묻고 치대는 동생 여름이도 귀찮아한다.
겨울이는 이런 자신의 현실이 너무 싫어서 비뚤어지게 행동했다.
할머니가 말했던 ‘돈으로 다 되는 건 아닌 일’. 그것은 바로 아빠의 생명이라고 겨울이는 생각했다.
겨울이는 엄마를 떠나게 만들고, 가족이 가난에 찌들어 사는 게 다 아빠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겨울이는 병상에 있느라 늘 가까이에 있지 못한 아빠가 한없이 그리워한다.
어쩌면 그래서 더 미웠는지도 모른다.
겨울이네 아빠는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다.
처음 병원에 갈 때는 걸어 다닐 수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좋아지기는커녕 더 나빠졌다.
이제는 침대에서 일어나기도 힘들어한다.
아빠는 거기 누운 채 나와 동생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한다.
겨울이는 그런 아빠가 밉지만 미안하기도 한다.
름이는 그런 아빠가 불쌍하다고 하지만 겨울이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겨울이는 누워 있는 아빠를 보면 화가 난다.
왜 화가 나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쉽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가슴속에서 파도 소리가 들리며 화가 막 치솟는다.
그 바닷물이 내 눈에서 쏟아져 나올 것 같아 더 화가 난다.
불우한 현실도 화가 나는데 친구 사랑이와 다양한 갈등과 사건을 겪으며 겨울이의 마음은 점점 더 낭떠러지로 밀리는 것 같았다.
할머니, 여름이와 겨울이가 저녁을 먹고 방에 들어왔을 때, 사랑이에게 부재중 전화가 스무 통이나 와 있었다.
문자도 수없이 많이 와 있었다.
그때 또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귀찮아진 겨울이는 휴대폰을 꺼 버렸다.
어째서인지 겨울이는 잠이 오지 않았다.
‘내일이 안 왔으면 좋겠어.’ 겨울이는 생각했다.
복잡한 일들이 많았던 겨울이는 아빠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온 가족이 아빠를 둘러싸고 동생 여름이는 울면서 아빠를 껴안으며 말했다.
“아빠, 사랑해.”라고 말이다.
겨울이도 말하고 싶었지만, 입속에서 빙빙 돌기만하고 입 밖으로는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사랑이가 겨울이에게 20일의 시간을 주었었다.
겨울이는 다시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죽어가는 아빠에게 "아빠 사랑해!"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읽다가 궁금증이 생겼다.
책의 끝이 보일 때 겨울이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빠, 사랑해!" 말했다.
따스한 감정이 책을 뚫고 나오는 것 같았다.
나는 늘 사랑이라는 감정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사랑이라는 감정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도 얼른 가서 말해야겠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