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밝은 검정으로 - 타투로 새긴 삶의 빛과 그림자
류한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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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 5월 서평 도서로 신청한 책, 류한경 작가의 <가장 밝은 검정으로>(2023)를 제공받았다. 타투, 그것도 사진집이라는 소개만 봐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바로 고민없이 골랐다!

그리고 '타투'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이 궁금했다. 몸에 지워지지 않는 문장이나 그림을 새긴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졌다.

책장을 넘겨보았을 때 카메라의 시선을 따라 그들의 몸과 타투 하나하나 가까이 보여주면서 그들의 목소리까지 담겨있어서 더욱 힘있게 전달되는 느낌을 받아서 좋았다(!) 그리고 잡지와 같은 형식과 디자인까지 예뻐서 소장하고 싶은 책이었고, 사진과 인터뷰가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어서 가독성도 좋았다.

10명의 목소리가 다 너무 좋았지만, 가장 와닿았던 대목 몇몇을 가져오고자 한다.

"등에 새긴 심해어 '구터'가 가장 마음에 든다.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린 타투기도 하고 다른 타투에는 없는 의미가 구터에는 있어서. 잘 쓰지 못한 습작을 먹어치워준다는 이야기를 붙여주었다. 등에 있으니 막상 거울 없이 실제로 본 적이 한 번도 없지만, 물고기 한 마리가 내 곁에 있어서 든든하고 애정이 간다." (p12, 시인 김선오)

"사람은 극한의 고통 속에서 자신이 어떤 지향을 갖고 살아왔는지 잊기도 한다. 게다가 나는 조울증이 있어서 울증 삽화가 심하게 오면 모든 것을 부정해버린다. 그런 시기에 이 단어를 보면 희미한 삶의 의지가 생긴다. 삶과 죽음의 비밀이 적힌 커닝 페이퍼 같다. 나만 알아볼 수 있는 상징으로 피부를 채워서, 잊기 쉬운 것을 계속 확인하고 각성한다." (p125, 무당 홍칼리)

"어느 날 아침에 눈떴을 때 타투가 사라져 있다면 후련할 것 같다. 타투가 적절한지 아닌지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까. 하지만 솔직히 후회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강하다. 어쩌면 내게 타투가 있는 상담사에 대한 편견이 있는지도 모른다. 세례명은 함께 새긴 친구는 탈색 머리에 타투가 있는 상담 사면 더 좋겠다고 했다. 개성 있는
상담사와 소통이 잘 될 것 같았나 보다.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p207, 상담심리사 임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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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맨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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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부터 다리까지 신체 부위가 하나씩 사라진 여섯 개의 살인사건의 퍼즐을 하나씩 맞춰나가는 이야기.

 

장기보존액이 담긴 욕조 안에서 발견된 머리 없는 시체를 시작으로 신체 부위가 하나씩 사라지는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이 사건의 수사를 맡은 형사 가부라기 데쓰오를 중심으로 신체 부위를 깨끗하게 절단해가는 이유를 추리해나간다. 그러던 중에 자신이 여섯 개의 신체 부위를 모아서 다시 살아난 데드맨이라고 소개하는 메일을 받게 되면서 살인사건 속 진실에 한 발씩 다가서게 된다.

 

추리 소설의 특성에 맞게 가독성이 좋았고, 꽤 긴 분량임에도 흡인력이 높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형사 가부라기의 시점과 데드맨의 시점을 교차하여 보여주고 있어서 더욱 속도감 있게 느껴졌다. 특히, 범인과 데드맨을 추적함과 동시에 40여 년 전의 과거까지 연결되는 스토리는 읽는 독자 역시 잊고 있던 기억을 되찾는 듯한 느낌이 들게끔 만들어서 인상 깊었다.

 

개인적으로 데드맨의 정체와 범인이 가지고 있는 사연이 후반부로 갈수록 반전이었고, 정말 예상할 수 없는 흐름으로 이어지긴 했지만마지막에는 놀라움보다는 씁쓸함이 남는 소설이었다. 의료사고에 대한 이야기와 안타까운 복수도 담겨 있기 때문에.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추듯 읽어나가야 하는 추리미스터리소설이라서 특정 대목을 가져올 수 없었지만, 더운 날에 오싹한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다면, 데드맨과 범인의 정체가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은 책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

#작가정신 #작가정신서포터즈 #작정단1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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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질투 -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노란상상 그림책 99
조시온 지음, 이소영 그림 / 노란상상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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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을 빨간색으로 물들인 빨강이의 파랑을 향한 질투.

 

온 세상이 빨강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갑자기 올봄 유행할 색은 파랑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빨강은 점점 파랑으로 물들여지는 걸 보면서 파랑의 흉을 보기 시작한다. 파랑은 우울하고 어둡고 외롭다고. 파랑을 질투하던 빨강은 끝내 파랑을 지우기 위해 새빨간 지우개를 가지고 돌아다닌다. 하지만 하늘도 바다도 끝없이 파랗기만 한 것을 보고 빨강은 우울에 빠진다. 그러다 빨강은 파란 눈물을 흘린 것을 보고 진짜 잣니이 원하는 것까지 지우개로 지워버린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빨강은 파랑과 어우러져 적당한 온도로 맞춰지는 세상을 보면서 파랑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더 빨갛게 익어가겠다고 다짐을 한다.

 

빨강과 파랑으로 계절과 심리를 실감나게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부정적인 감정과 욕망을 가감 없이 쏟아내는 빨강의 모습은 어린아이들의 서툰 표현 방식을 보는 것 같았다. 빨강이 파랑을 질투하는 것을 넘어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과정을 보면서 아이들도 질투를 건강하게 느끼고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빨강과 파랑이 함께 어우러져

빛나는 풍경은 더 없이 눈부셨지.’

 

, 눈부신 파랑!

온몸으로 받아들여 더 빨갛게 익어갈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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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은 없고요?
이주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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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은 없는지 안부를 묻고 싶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8편의 이야기.

 

아랫집 아저씨의 방화 사건 이후 회사에 사직서를 쓰고 엄마가 사는 원룸으로 향하는 ’(별일은 없고요?), 엄마의 죽음을 겪은 ’(사람들은), 할머니의 장례식이 끝나고 시골로 내려간 ’(어른), 가정 폭력을 하는 아버지를 둔 ’(이 세상 사람), 20대를 함께 한 친구의 기일에 모인 ’(서울의 저녁),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와 소녀(위해) 등등.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는 별일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들의 삶은 가까이 들여다보면 별일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인물들에게 별일은 없냐고, 괜히 모른 척 물어보며 말을 걸고 싶어진다.

 

별일이 있더라도 그 사건에만 빠져서 전개되는 것이 아닌, 아무렇지 않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풍경의 연속이 담겨있다는 점이 이주란 소설의 서정이자 매력이지 않을까!


그날 밤 나는 숨죽여 울었다. 밤이었고, 엄마는 잠이 들었고, 나는 낮잠을 자고 저녁에 깨어난 뒤로 다시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숨죽였으나 5평짜리 원룸에서 울음소리를 감추기는 어려워 복잡한 마음이었다. 시간은 자정을 지나 2시를 넘겼고 엄마의 방엔 엄마와 방과 내가 있었는데 엄마의 코 고는 소리도 작고 방도 작고 나의 울음소리도 작은, 모든 것이 작은, 그런 밤이었다. 아랫집 아저씨의 방화가 내가 그간 해온 오랜 고민을 해결했다는 게 어쩐지 허탈한, 그런 밤. - P14

사람이 없어도 먼지는 쌓이는 범이니까, 하면서 청소를 한번 한 뒤로 얼마간 열어보지 않았던 은영 씨의 방에서 필요한 책을 한 권 찾았다. 둘러보면 별건 없고 은영 씨가 없다는 사실만 있는, 그런 방이었다. 이 집에 처음 온 날 내가 사 온 꽃은 이제 곰팡이가 슨 채로 말라 있었다. 나는 그 마른 꽃을 가지고 은영 씨의 방을 나왔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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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엄숙한 얼굴 소설, 잇다 2
지하련.임솔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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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실의 모순과 억압, 차별과 폭력을 직시하는 인간의 진실한 얼굴을 이야기하는 지하련과 임솔아의 소설들.

 

단단하고 지적인 언어로 쓰인 다섯 편의 소설과 한 편의 에세이가 수록되어있는 책이다.

 

우선, 지하련 작가의 네 편의 소설을 읽어나갔다. 결별에서는 기혼 여성인 형예가 친구 정희의 결혼식에서 하루를 보내면서 남편과의 관계를 되돌아보며 결혼제도의 모순과 가부장제의 억압을 느끼는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그리고 오라버니와 오라버니 친구 태일을 관찰하며 식민지 지식인을 통찰하는 삼희의 이야기 체향초, 아내의 친한 친구인 정예가 자신을 사랑하는 걸 느끼는 석재의 이야기 가을, 병을 앓고 있는 화가 철재와 야망을 지닌 청년 태식’, 그리고 석희정원의 지식인 집단의 성찰이 담긴 종매가 발표 순서대로 배치되어있었다.

 

그다음에는 임솔아 작가의 소설과 에세이가 배치되어있었는데, 체향초에서 제목을 빌려오고, 지하련 소설 속 인물들의 얼굴을 담고 있으며 강릉에서 에어비앤비를 청소하고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중국 동포 영애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 제법 엄숙한 얼굴, 그리고 지하련 작가의 그늘과 지하련 작가의 리라이팅 작업을 하면서 느낀 이야기가 담긴 약간의 다름과 미묘한 같음이 담겨있었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은 책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

#작가정신 #작가정신서포터즈 #작정단1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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