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은 없고요?
이주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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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은 없는지 안부를 묻고 싶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8편의 이야기.

 

아랫집 아저씨의 방화 사건 이후 회사에 사직서를 쓰고 엄마가 사는 원룸으로 향하는 ’(별일은 없고요?), 엄마의 죽음을 겪은 ’(사람들은), 할머니의 장례식이 끝나고 시골로 내려간 ’(어른), 가정 폭력을 하는 아버지를 둔 ’(이 세상 사람), 20대를 함께 한 친구의 기일에 모인 ’(서울의 저녁),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와 소녀(위해) 등등.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는 별일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들의 삶은 가까이 들여다보면 별일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인물들에게 별일은 없냐고, 괜히 모른 척 물어보며 말을 걸고 싶어진다.

 

별일이 있더라도 그 사건에만 빠져서 전개되는 것이 아닌, 아무렇지 않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풍경의 연속이 담겨있다는 점이 이주란 소설의 서정이자 매력이지 않을까!


그날 밤 나는 숨죽여 울었다. 밤이었고, 엄마는 잠이 들었고, 나는 낮잠을 자고 저녁에 깨어난 뒤로 다시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숨죽였으나 5평짜리 원룸에서 울음소리를 감추기는 어려워 복잡한 마음이었다. 시간은 자정을 지나 2시를 넘겼고 엄마의 방엔 엄마와 방과 내가 있었는데 엄마의 코 고는 소리도 작고 방도 작고 나의 울음소리도 작은, 모든 것이 작은, 그런 밤이었다. 아랫집 아저씨의 방화가 내가 그간 해온 오랜 고민을 해결했다는 게 어쩐지 허탈한, 그런 밤. - P14

사람이 없어도 먼지는 쌓이는 범이니까, 하면서 청소를 한번 한 뒤로 얼마간 열어보지 않았던 은영 씨의 방에서 필요한 책을 한 권 찾았다. 둘러보면 별건 없고 은영 씨가 없다는 사실만 있는, 그런 방이었다. 이 집에 처음 온 날 내가 사 온 꽃은 이제 곰팡이가 슨 채로 말라 있었다. 나는 그 마른 꽃을 가지고 은영 씨의 방을 나왔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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