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비명을 찾아서 - 하 - 京城, 쇼우와 62년
복거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무리 좋은 내용의 책이라도 읽기가 쉬워야 한다. 이 책은 내게는 읽기가 무척 힘들었다. 마치 20~30년 전에 출간된 책들처럼 글자가 어찌나 작은지 도무지 한참을 읽어낼수가 없었다. 보관하고있는 책들중에 다시한번 읽어보고싶은 책들이 있어도 펼쳤다가 작은글자에 질려 도로 책꽂이에 꽂아넣곤 했다. 이제까지 책의 활자체나 편집에 불만을 품은적은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의 통증을 참아가며 읽은것은 1984년 첫 발행을 시작으로 초판이 29쇄 재판이 8쇄나 발행되었다니 도대체 어떤내용이길래 그렇게나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졌나 궁금했기 때문이다. 시작부분 때문에 '뭐야 ?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인가?'하는 냉소를 지었는데 , 읽어가며 수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자신의 뿌리를 전혀 몰랐던 주인공이 각성하는 과정에서 민중들에게 눈을 돌리는 장면은 매우 흥미롭다. '문득 명치께가 결려왔다. 그는 멈춰서서 아픈마음으로 둘러다 보았다. 눈에 들어오는 것마다 비참한 가난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 사람들 , 이 조선인들...... 이 사람들의 이토록 처참한 삶을 두고 시는 무엇을 할수 있는가? 내가 밤을 새워 다듬은 시들이 이들을 위해서 과연 무엇을 할수 있는가? '' 생각을 하는것이 아니라 마치 절규하는것 같다. 시대적 상황과 ,지식인과, 민초들과의 함수관계는 많은 책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이기도 하고 역사적 현실로서도 풀기어려운 난감한 문제이기도하다. 작가가 설정한 주인공의 여정은 무리가 없어서 밋밋하다는 것이 오히려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현실은 그렇게 극적인 것이 아니니까.

주인공을 40세로 설정했다는 것도 충분한 공감이 간다. 젊었더라면 치미는 열기를 자제할수도 없었을테고, 그렇게 차근차근 자신의 뿌리를 찾아간다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했을것이다. 그리고 의외로 얻은 수확- 한용운 님의 '알수 없어요'를 몇번씩이나 읽어보았지만 그토록 아름다운지를 처음알았다. 어렸을때 몹시 더운날 엄마를 졸라 아이스바를 하나 사왔는데 열어보니 두개가 들어있었을때 느꼈던 행복감! 이 책을 읽으며 눈은 많이 아팠지만 충분히 감수할만 했다. '우연히 찾은 헌 책 한권이 한사람의 운명을 이렇게
바꿔놓다니-' 했는데 정말 맞는 말이다. 좋은 책 한 권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터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
틱낫한 지음, 류시화 옮김 / 김영사 / 200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터널은 경부고속철도의 상촌터널로 9975m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긴 터널이 내 마음속에 있었다. 남편이 실직한 6년이라는 세월은 그 자체가 기나긴 암울한 터널이었고 그 세월의 길이만큼 내 마음속에도(햇볕도 들지않고 공기도 탁하고 하늘도 볼수없는) 기나긴 터널이 생겨났다. 화를 내야할 대상을 찾지 못했기에 화가나도 그냥 꾹꾹 참을수 밖에 없었고, 어떻게 화를 내야 하는지도 몰랐기에 화를 다스린다는것은 더더욱 알수없었다.

틱낫한 스님의 < 화 > 라는 책은 제목만으로 울화가 치밀었다. 국가경제를 그 지경에 빠뜨린 위정자들에게도, 가진자들의 한심한 행태에도 울화가 치밀었지만 워낙에 술을 못마시는 나는 한잔으로 울화를 푸는 그 작은 자유조차 누릴수 없었다. 내 마음은 피폐해 질대로 피폐해져 갔고 대인관계 기피증 까지생겨났다. 집안경제가 다시 회복되어가기 시작했어도 내겐 아직 햇볕도 닿지 않았고 하늘도 보이지 않았다.

어느날 내게로 온 <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 >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크나큰 위안이 되었다. 그냥 책 표지를 바라보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내 마음속의 길고긴 터널에서 빠져나와 처음으로 본 세상은 너무나도 순수한 미소로 다가왔다. '우리는 잘못된 것에는 그토록 많은 주의를 기울이면서 경이로움과 생명력을 주는 것에는 왜 관심을 갖지 않는가'그랬다.

내가 기나긴 암울한 세월이었다고 믿었던 그 시절에도 경이롭고 창조적인 일은 도처에 있었던 것이다. 다만 내가 눈을 감고 보지 못했을뿐.내가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경이로운 순간' 임을 자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매일 매일 바쁘게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우리들에게 틱낫한 스님은 말한다. 걸으면서 명상하라고, 긴장을 풀고 삶을 누리라고, 온전하게 깨어 있으라고.

나는 이제 아침마다 1시간씩 걷는다. 걸으면서 내가 딛고 있는 지구별을 생각하고 숨을 들이쉬면서 '마음에는 평화', 숨을 내쉬면서 '얼굴에는 미소' 로 하루를 시작한다. 땅위를 평화롭게 걷는 진정한 기적을 매일매일 체험하며...... 내 무의식 깊은곳까지 찾아와 잠들어있는 나를 깨워준 가슴 뭉클한 한 구절, '숨을 들이쉬면서 마음에는 평화, 숨을 내 쉬면서 얼굴에는 미소, 나는 느낀다. 내가 살아 숨쉬는 지금 이순간이 가장 경이로운 순간임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모네모 로직 1
테츠야 니시오 엮음 / 제우미디어 / 199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로직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신문을 통해서 였지요. 크로스워드퍼즐만 하다가 처음 로직을 보았을때는 새롭고 흥미로웠는데 몇번 하다보니 너무 쉽더라구요. 그런데 어느날 서점에서 <네모네모 로직>책을 발견하고는 이제까지의 견해를 바꿔야 했지요. 처음에는 볼펜을 들고 시작했는데 신문보다 난이도가 높아 틀리니까 속수무책이더라구요. 그래서 연필로 바꿔 틀릴때마다 지우개로 지워가며 하기 시작한것이 한권을 다 끝냈을때는 새 연필은 몽당연필로 바뀌고 가운데 손가락에는 큼지막하게 굳은살이 박였지요.한권을 다 끝냈을때 너무나 허전했고 시간은 왜 그렇게 많이 남아도는 것처럼 느껴지는지......

결국 사흘을 견디지 못하고 지우개로 모두다 지워버리고 다시한번 하고야 말았지요. 지금은 새로운 책을 하고 있답니다. 처음처럼 무엇에 쫓기듯이 중독된 모습으로가 아닌 여유있게 즐기면서 하니까 더 재미있네요. 하루에 몇개씩 천천히 할 생각이에요. 맛있는 것을 아껴먹듯이...... 가슴절절한 사랑의 상처로 슬픔에 잠긴분, 너무슬퍼하면 심장과 폐에 손상이 갑니다. 슬퍼하지 말고 로직을 하세요.

주식투자로 있는돈 날리고 실의에 잠긴분, 너무 화내고 고민하면 간에 무리가 갑니다. 전전반측 잠못이루면 피부도 나빠지고 늙는답니다. 더 이상 생각하지말고 로직을 하세요. 슬퍼할새도 고민할 겨를도 없을거에요. 여러분~~ (슬프거나 화날때) 로~직 하세요~~~~~~ 그리고 다시한번 힘을 내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년기의 끝 그리폰 북스 18
아서 C. 클라크 지음, 정영목 옮김 / 시공사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SF의 거장이 1953년에 발표한 책이다. 50년전에 쓴 책이라고는 전혀 상상할수없었는데... 인류가 달 착륙을 하기도 훨씬전에 어떻게 이런책을 쓸수있었는지 정말 놀랍다. 전혀 다른 존재로 진화하는 신인류--그들은 개개인이 아니라 집단이며,절대적인 어떤존재 혹은 신(?)의 일부가 되기위한 준비과정을 거쳐 인류멸망과 함께 신에로 귀속되는 단일유기체이다.미래 인간을 낳은 부모세대들과 진화되지 못한 나머지 인류는 그저 아무 가치도 없는, 인간에게 있어서의 아메바와도 같은 그런 존재일 뿐인가 하는 물음표를 던지게 된다. 끝부분에서는 말할수 없는 허망함을 느끼게하는 이 작품을 한 편의 영화로 보게 된다면 더욱더 쓸쓸함을 느낄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 MBC 느낌표 선정도서, 보급판, 최순우의 한국미 산책, 학고재신서 1
최순우 지음 / 학고재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한장 한장 읽다보면 작가가 우리의 건축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여실히 알수있다. 하지만 어쩐지 너무 귀족적이라는 느낌이 드는것을 어찌할수 없다. 어려서부터 제대로 된 우리의 건축물을 보면서 자라온 사람과, 격조나 품격과는 거리가 먼 일상생활을 위한 주거공간으로서의 건축물들만 보고자란 사람과의 괴리감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정어린 마음을 갖게 되니 이 또한 어찌할수 없다. 궁궐이나 오래된 건축물을 볼때 그냥 그 건물의 아름다움만 보던 과거와는 달리 이젠 주변 환경과의 조화라던가 그곳에서 바라보이는 풍경, 아름다운 선등을 염두에 두며 감상하게 되었다. 정말로 제대로 느끼고 싶어진 것이다. 언젠간 나도 정말 마음에 쏙들고 내 눈에 기꺼운 그런 건축물 하나 찾아 두고두고 사랑해 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