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내용의 책이라도 읽기가 쉬워야 한다. 이 책은 내게는 읽기가 무척 힘들었다. 마치 20~30년 전에 출간된 책들처럼 글자가 어찌나 작은지 도무지 한참을 읽어낼수가 없었다. 보관하고있는 책들중에 다시한번 읽어보고싶은 책들이 있어도 펼쳤다가 작은글자에 질려 도로 책꽂이에 꽂아넣곤 했다. 이제까지 책의 활자체나 편집에 불만을 품은적은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의 통증을 참아가며 읽은것은 1984년 첫 발행을 시작으로 초판이 29쇄 재판이 8쇄나 발행되었다니 도대체 어떤내용이길래 그렇게나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졌나 궁금했기 때문이다. 시작부분 때문에 '뭐야 ?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인가?'하는 냉소를 지었는데 , 읽어가며 수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자신의 뿌리를 전혀 몰랐던 주인공이 각성하는 과정에서 민중들에게 눈을 돌리는 장면은 매우 흥미롭다. '문득 명치께가 결려왔다. 그는 멈춰서서 아픈마음으로 둘러다 보았다. 눈에 들어오는 것마다 비참한 가난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 사람들 , 이 조선인들...... 이 사람들의 이토록 처참한 삶을 두고 시는 무엇을 할수 있는가? 내가 밤을 새워 다듬은 시들이 이들을 위해서 과연 무엇을 할수 있는가? '' 생각을 하는것이 아니라 마치 절규하는것 같다. 시대적 상황과 ,지식인과, 민초들과의 함수관계는 많은 책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이기도 하고 역사적 현실로서도 풀기어려운 난감한 문제이기도하다. 작가가 설정한 주인공의 여정은 무리가 없어서 밋밋하다는 것이 오히려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현실은 그렇게 극적인 것이 아니니까.주인공을 40세로 설정했다는 것도 충분한 공감이 간다. 젊었더라면 치미는 열기를 자제할수도 없었을테고, 그렇게 차근차근 자신의 뿌리를 찾아간다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했을것이다. 그리고 의외로 얻은 수확- 한용운 님의 '알수 없어요'를 몇번씩이나 읽어보았지만 그토록 아름다운지를 처음알았다. 어렸을때 몹시 더운날 엄마를 졸라 아이스바를 하나 사왔는데 열어보니 두개가 들어있었을때 느꼈던 행복감! 이 책을 읽으며 눈은 많이 아팠지만 충분히 감수할만 했다. '우연히 찾은 헌 책 한권이 한사람의 운명을 이렇게 바꿔놓다니-' 했는데 정말 맞는 말이다. 좋은 책 한 권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