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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ice of Inequality (Paperback, Reprint) - How Today's Divided Society Endangers Our Future
Stiglitz, Joseph E. / W W Norton & Co Inc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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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댓가 – The price of Inequality

이 책은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콜럼비아 대학교 교수가 쓴 미국 자본주의 비판서다. 말미에는 더 평등하고 민주적인 미국을 만들기 위한 경제 정책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관한 제언이 담겨있기도 하다.
스티글리츠가 문제 삼고 있는 미국의 불평등 문제는 우리나라 상황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대표 사례를 든다면 부의 편중, 양극화, 재벌과 같은 기득권층의 편만 드는 정부의 편향 등이다. 재벌 총수는 쉽게 사면되지만 노동조합은 조금의 흠만 있어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당하고 단죄되는 사법 환경, 언론 환경은 비단 우리나라의 사례만은 아니었고 미국은 그 원조였고 최첨단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불평등의 원인으로 저자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발흥 (시카고 학파의 비조인 밀턴 프리드만과 그 추종자들이 대표적이다.)과 더불어 상위 1% 부자들이 선거 운동 자금으로 정치인을 매수하여 기득권자들의 이해만을 반영하는 정치 상황을 들고 있다.
그는 불평등과 부패의 문제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시기로 2008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제시한다. 금융에 대한 규제 완화를 끈질기게 요구했던 자본가들에게 굴복한 결과 비우량주택에 대한 무절제한 대출이 이루어졌고 이를 담보로 해서 계속 만들어진 파생상품들은 금융부문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할 때에 이르러서는 대체 해소해야 할 부채의 규모가 얼마인지를 은행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을 만들어 냈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리먼브라더스니 AIG 보험이니 골드만 삭스니 하는 금융사들과 은행이 파산하기는커녕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회생하게 된 반면, 서민들은 대출금에 물린 집을 빼앗기거나 경기침체에서 기인한 실업의 고통에 시달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스티글리츠가 제안하는 불평등 완화 조치라는 것은 알고 보면 매우 간단하고 상식적인 것들이다. 금융이 사고를 치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하고 감시하라는 것, 금융이나 토지보유 등 불로소득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에 대해서는 중과세를 하라는 것, 중과세를 통해 얻은 세수로는 평범한 일반 시민의 자제를 위한 공교육 확충이나 실직자 직종 전환 교육 등에 쓰라는 것이다.
정부나 법조계의 타락, 언론의 부패를 막기 위한 여러 제안들은 우리도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호주가 투표율 제고를 위해 실시한다는 기권자에게 벌금 부과는 투표율을 90%대로 끌어올렸고 호주의 정치인들은 상위 1%가 아닌 다수 99%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선거자금 운영을 공영화하여 더 이상 돈으로 정치인을 매수하지 못하도록 해는 규제도 필요하다. 통화정책 등 중요 정책을 담당하는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구성을 다양화하고 은행가, 자산가 일방적 견해가 관철되지 않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 책에는 우파들이 그간 선전했던 여러 신화를 통렬히 비판하면서 그것이 사실이 아니고 다르게 볼 여지가 있음을 선전하는 구절이 여럿 있다. 예를 들면 공유지의 비극은 없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이기적으로 행동하기에 공유지는 관리되지 않고 황폐화될 것이므로 팔아치워서 개인의 소유로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주장에 맞서 예전부터 공유지는 잘 관리되었고 민주적인 공동체가 있다면 황폐화의 비극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대마불사의 신화도 비판한다. 너무나 크기 때문에 정부가 죽이지 못하고 회사를 살릴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죽이지 못할 정도의 회사는 애초에 생기지 말았어야 한다는 논박한다. 그 외에도 모든 경제 성장은 다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비판적 분석, 정부 예산 적자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는 균형재정론의 한계, 부자는 다 그 자신의 노력만으로 자수성가한 것이고 그들의 부에는 그들만의 노력 또는 재능이 담겨있는 것이라는 논리의 허구도 강력하게 부정되고 거기에는 모두 적당한 예증이 붙어 있다.
저자는 불평등을 문제 삼는 것이 단순히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를 질시하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역설한다. 불평등은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잠재적 역량을 갉아 먹고 민주주의를 부패시킴으로써 장기적인 성장 원동력도 망치기 때문에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돌이켜 우리 나라의 주요 선거 국면에서 자주 회자되는 경제 슬로건도 비판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파이를 먼저 키우고 분배는 한참 뒤에 가서야 생각할 문제라는 트리클 다운론, 투기를 통해 번 내 돈을 세금 폭탄으로 거둬가는 정부는 비효율적인 사회주의 정부라는 색깔론에는 기득권을 지키고 사태를 호도하려는 우파의 기획일 가능성이 높다.
불평등한 사회는 기득권층의 기획이지만 바로잡는 것은 정치의 몫이고 양심적인 경제학자와 깨어있는 시민들의 협업으로 더 평등하고 민주적이며 효율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신념이다.
(202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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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 the Beautiful Forevers: Life, Death, and Hope in a Mumbai Undercity (Paperback)
Katherine Boo / Christian Large Print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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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아름다움의 이면 - beyond the beautiful forevers

이 책은 론리 플래닛 인디아 편에서 인도 뭄바이 지역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추천하여 읽어 보게 되었다. 뭄바이 중에서도 구체적으로 뭄바이 국제공항 주변의 안나와디라는 슬럼가가 이야기의 중심무대가 된다.
이책의 장르는 논픽션이고 사회학적으로 참여관찰이라고 볼 수 있는 방법론을 활용하여 4년간의 마을 공동체 관찰을 서술한 르포다. 하지만 생생한 대화와 심리의 묘사는 때때로 이것이 작자의 창작 소설인가하고 착각하게 할 정도로 정교하고 핍진한 표현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르포를 관통하는 하나의 사건은 이웃 장애인 여성인 파티마의 분신자살과 그에 연루된 압둘 가정의 파탄과 회복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단순한 말다툼이 비화되어 분신자살로 이어지고 많은 목격자들이 있음에도 이권, 원한관계, 질투심 등에 사로잡힌 주변인들의 비협조, 위증에 의해 주인공 가족은 오랜 기간 구치소 생활을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는 무죄로 석방되지만 그 과정에 주인공 가정은 사법시스템의 부패로 인해 구명 운동 과정에서 많은 재산을 잃게 된다. 경찰은 경찰대로 사건 관련 뇌물을 요구하고 정부 사건 조사관, 법의학자, 시체공시소 관리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계의 부패고리가 연루되어 있었다. 이들은 증언을 조작하고 객관적인 판정을 내리는 일에도 당사자의 유불리를 가늠하여 선처의 댓가를 요구하곤 한다.
재판 이야기와 더불어 병행되는 주제는 마을의 여성 지도자인 아샤와 그의 딸 만주의 성공스토리다. 이들은 안나와디 지역 민원책임자로서 잡다한 탄원을 중계하고 관청에서 나오는 보조금 사업을 분배 또는 편취함으로써 사익을 추구한다. 예를 들면 대학생인 만주가 어머니 아샤의 명의로 된 사설 유아원을 운영하는 것이다. 인도의 열악한 공교육 상황은 이런 미인가 사설 유아원에 정부기관의 또는 해외 원조 자금을 배분하는데 이것 역시 수익원이 되는 것이다.
이 암울한 인도 빈민가의 이야기는 지금 한국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져서 내가 살아보지도 않았던 50년대나 60년대 한국에서 벌어지던 일이 현대 인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상상을 하게 했다. 공항 주변 무허가 슬럼가에 대한 강제 철거와 주민 퇴거, 새 주거지로 갈 입주권 딱지에 대한 상류층의 투기 거래, 세입자나 이주 이력이 짧은 이들이 무권리 상태에 놓이는 상황 등이 옛날 도심 무허가 주택 재개발 상황과 매우 흡사했다.
르포가 전하는 여러 비참한 상황중에는 어린이들의 죽음이 여러 번 나온다. 넝마주의를 하다 도둑으로 몰려서 맞아 죽고, 신변을 비관하여 쥐약을 먹고 죽고, 부모나 어른들의 관리 소홀로 익사하기도 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마을에서 말을 키우던 사람이 간이 경마대회에서 마차 관리 소홀로 달리던 말이 죽는 사고가 발생하자 방송국 기자들과 동물보호 협회가 총출동하여 말에 대한 영양 상태 평가를 한 후 동물학대로 말주인을 구속하라고 나발을 분 일이었다. 이를 본 학생들은 말보다 못한 처지에서 천덕꾸러기로 살아왔던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며 황당함을 느낀다.
제목인 영원한 아름다움의 저편에서 영원한 아름다움이라는 표현은 뭄바이 국제공항과 슬럼가를 가르는 공항 벽면에 붙은 이탈리아 타일회사의 광고문구에서 따온 것이다. 공항과 공항 이용객이 상류사회를 표방한다면 아름다움의 저편은 소외된 인도 빈민층의 삶을 대표한다. 그곳의 사람들이 활기를 잃지 않고 그곳의 아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비단 인도인만의 과제가 아니고 모든 인류의 과업이어야 마땅하다.

(2023.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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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ising Sun: The Decline and Fall of the Japanese Empire, 1936-1945 (Paperback) - 『일본 제국 패망사』원서
Toland, John / Modern Library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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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태양 (The Rising Sun)


저자 존 톨런드는 현대 전쟁사 전문 저술가다. 주로 2차대전과 태평양 전쟁 관련 저서를 많이 냈다. 그는 1971년에 이 책 "떠오르는 태양"으로 퓰리쳐상 논픽션 역사 부문에서 수상했다.

한국에서는 "일본제국 패망사"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이 책의 주제는 일본은 왜 태평양 전쟁을 벌였으며  그 경과는 어떠했고 교훈은 무엇인가이다.

먼저 전쟁의 발단 요인을 저자는 크게 세가지 정도를 드는 것 같다. 첫째는 일본 군부 엘리트 집단에 퍼져있던 독특한 선민의식이나 오도된 사명감 따위가 전쟁의 이데올로기 역할을 수행했다. 그들은 일본정신(대화혼)이라고 하는 것을 국가 지도 이념으로 절대시하면서 이를 동아시아에 수출 정립시킴으로써 동아시아를 백인제국주의로부터 해방시키고 그들의 나태함과 우매함을 진작시키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삼는다. 이 일을 수행하는데 방해가 되는 요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처단하는데 국내적으로는 일왕의 눈을 가리는 부패한 민간정치인의 처단이 한 축이 되고 국제적으로는 제국주의 영토 확장 전쟁이나 벌이는 주제에 일본보고 이래라 저래라 하대하는 미영귀축을 타도하는 것이 또 하나의 축으로 대두된 것이다.

두번째 문제라면 군인들이 현실 정치 속에서 문민통제가 안 되는 제도의 미비가 전쟁 장기화라는 결과를 초래한 요인으로 지적한다. 당신 군부의 요구로 내각에는 전쟁상, 해군상 등의 직제가 있었고 군부의 합의에 의해 천거된 이들이 사의를 표하면 무조건 내각이 붕괴되는 관례가 관철되고 있었다. 민간 직업 정치인들이 군부의 동향에 좌지우지되면서 책임있는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었다. 전쟁 초반 승기를 잡는 것처럼 보일 때는 무리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세가 역전되고 국민이 도탄에 빠질 때에도 민간정치인들이 종전 평화를 위한 교섭에 쉽사리 나설 수 없게 만드는 제도가 작동되는 구조였다. 전쟁은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기에 장군들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는 서구 선진국의 지혜를 일본은 배우지 못했던 것이 분명하다.

마지막 요인은 서양과 동양의 사고방식 차이와 이런 차이점을 인식하고 좁히며 상호이해하기 위한 양측의 노력부족이다. 에둘러 말하며 행간의 뉘앙스로 이심전심 소통하기를 바라는 동양에 비해 서양은 직선적이었고 좌우양단간의 판단을 많이 했다. 전쟁 전의 화의 교섭, 전쟁말의 평화교섭에 동원된 동양의 소통방식은 탐구되기보다는 묵살되기 일쑤였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그렇다면 전쟁의 전개는 어떠하였는가? 간략히 요약한다면 41년 12월 하와이 진주만 기습과 이어진 필리핀 점령으로 초반 승기를 잡은듯 했던 일본은 이후 미드웨이 해전에서 박빙열세를 보이고 남태평양 비스마르크 제도를 둘러싼 공방전에서 최초 패배를 함으로써 전세가 기울기 시작한다. 정신 전력이 약해서 졌다기 보나는 무기체계, 군수조달 등 물질문명의 풍요에 진 것이라고 보는 것이 객관적일 것 같다. 일본은 미군에게도 애국심이 있다는 것을 인식했고 그들이 자국군의 인명을 귀하게 여기며 보급품이나 무기체계 등의 수량과 품질에서 그들을 능가한다는데서 사기를 점차 잃어갔다.

이후 대만에 비축해 두었던 공군기지가 파괴되면서 제공권을 잃고 필리핀 탈환을 앞두고 벌인 해전에서 해군력이 무너지면서 이제 일본은 1억의 국민이 다 죽기를 각오하고 싸운다는 처참한 전술 하나만이 남게 된다.

이는 사이판, 괌  전투, 이오지마 섬과 오키나와 섬 전투에서 패전한 군인들 뿐만 아니라 일반 민간인들의 집단자살로 이어졌다. 이들은 붙잡히면 미군에 의해 능욕을 받고 처참하게 살해되느니 차리리 자살이 낫다는 논리로 세뇌시켰으니 무책임한 국가 폭력의 제일가는 사례라고밖에 볼 수 없다.

미국은 태평양 전쟁에서 막대한 인명과 물자를 소모했다. 아마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신형무기인 원자폭탄을 사용하기로 결심한데는 더이상 소모적 공방전은 하고 싶지 않다는 수뇌부의 판단이 있었다. 물론 원자탄도 일종의 화력이니 한  번 써보고 효과가 입증되면 전후패권 유지의 발판이 될 거라는 수판 셈 또한 한 몫했을 것임도 분명하다.

결과적으로 두 번의 원폭투하 후 일주일 이내에 일왕의 결단으로 항복 방송이 나가고 공식적으로는 9월 2일 도쿄만에 정박한 미주리함 선상에서 항복문서에 서명함으로써 4년간의 전쟁을 마무리한다.

이책은 특별히 교훈을 정리하고 있지는 않지만 유추는 가능하다. 전쟁은 이해 충돌 요소를 제외하면 대체로 의사소통의 부족, 상호이해의 부족, 독선이나 자만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작금의 미중갈등이라는 것도 패권 경쟁요소 경제 전쟁 요소를 논외로 한다면 대화 부족, 이해 부족, 소통하려는  노력의 부재라는 비슷한  위험요소가 감지된다. 동양과 서양의 다양한 사고 방식의 차이, 소통방식의 상이함은 더욱 탐구되고 규명되어야 한다. 한때의 강자가 독선과 자만의 태도를 견지해서는 안 되며 약자의 입장을 보살펴야만 평화가 지속될 수 있음을 역사는 기록으로 남겨두고 있다.

(2023.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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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rime So Monstrous: Face-To-Face with Modern-Day Slavery (Paperback)
Skinner, E. Benjamin / Free Pr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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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rime So Monstrous :  너무나도 참혹한 범죄


벤자민 스키너가 쓴 이 책의 주제는 인신매매 및 노예노동의 실태를 고발하고 대책 수립을 촉구하는 것이다. 제목에도 나와 있듯이 그 범죄는 너무나도 참혹하여 인간으로서 저런 착취를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며 읽는 도중 한숨을 쉰 적도 여러 번이었다.

저자는 미국 국제관계 연구원에서 일하던 중 현대사회에서도 꽤 많은 노예노동이 존재함을 감지하였고 퇴사 이후 5년간에 걸친 취재 여행과 인터뷰 등을 통해 이 르포르타쥬를 발간하였다.

취재를 위한 여정 또한 광범위한데 중남미의 빈국 아이티에서부터 시작하여 수단, 루마니아, 몰도바, 터키, 네덜란드, 아랍에미리트 연합, 인도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거의 모든 대륙을 섭렵하였다 이를 통해 인신매매 및 노예노동은 단지 구시대의 유물이 아니라 현대에도 만연하고 있는 사회악임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미국무부는 매년 전세계 각국의 인신매매 근절 노력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내고 있는데 말미에는 등급화된 평가 결과를 제시한다. 3등급을 받으면 무역제재를 받고 국제 원조 수령에도 지장을 받게 되므로 3등급의 낙인이 찍히지 않도록 각국은 인시매매 방지를 위한 법규 정비라도 하는 시늉을 한다. 우리나라도 2등급이고 위에 저자가 여행했던 나라들 대부분이 2등급이 되는 이유지만 책의 본문에는 정치적 고려 및경제관계 등 여러 복잡한 원인으로 인해 등급이 재조정되는 막후 암투도 그려져 있다. 

왜 인신매매가 발생하는 것일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가난이리고 진단한다. 공산권의 붕괴, 아프리카의 내전,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의 존재는 국민들의 생활경제를 파탄으로 몰아내고 이때 부모들은 한입이라도 줄이기를 위해 감언이설로 어린이들을 유괴하는 국제인신매매 집단에 자식을 위탁한다. 좋은 곳에 취직시켜준다 공부도 시켜준다고 꾀지만 현실은 강요된 비지불 노동과 감금 그리고 성착취다.

책 속에는 이러한 착취에서 탈출하여 살아남은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많이 실려있다. 이들 중에는 여러 국제기구와 정부기관의 도움으로 속박에서 벗어나 공부도 계속하고 취직도 하고 예전 노예생활에 비해 높은 생활 수준을 영위하며 자존감을 되찾은 사례도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학습된 무기력으로 인해 독립적 생활을 추구하지 못하고 다시 속박된 노동으로 복귀하는 사례 또한 많다고 하니 단순히 그들을 해방시키는 것에서 멈춰서는 안 되고 그들을 교육하고 재활시키고 직업을 갖게 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임을 저자는 역설한다.

독자들에 대해서도 저자는 다음과 같은 일을 하도록 촉구한다. 우리 주변에도 폭력에 의해 강요되는 비지불 노동에 종사하는 현대판 노예들이 있지 않은지 살펴보기, 정부기관을 압박하는 편지를 보내 노예노동을 방치하는 국가와의 교역이나 원조에 대해 감시 감독을 강화하도록 요구하기, 국내에서 또는 국제적으로 인신매매 예방 및 근절을 위해 노력하는 기관 단체에 후원 또는 회원으로 가입하여 직간접적인 행동으로 돕기 등을 예로 든다.

인신매매나 노예노동은 박제가 되어 역사속으로 사라진 것이 아님을 기억하면서 자유롭고 존엄한 인간의 삶이 보장되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2023.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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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ustralian Book of Disasters (Paperback)
Larry Writer / Independent Pub Group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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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재난사- The Austrailian Book of Disasters


2013년 호주를 여행할 때 시드니에 있는 해양박물관 기념품 코너에서 산 것으로 기억한다. 귀국 후 읽어보려고 했는데 10년이 넘어서야 펼쳐보게 되었다.

이 책은 근, 현대 호주에서 발생했던 다양한 자연재해, 인명 사고를 다룬다. 섬나라다 보니 해난 사고가 많고 홍수, 지진, 산불 등 자연재해도 잦고 육상 및 항공 사고도 발생하였는데 그 중 굵직한 것을 골라 연대기 순으로 다룬다.

호주 해난 사고만의 특색을 설명한다면 희생자들이 바다에서 조난하는 동안 설상가상으로 상어의 공격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기록을 보면 희생자들 구조하고 보니 상어에 의해 사체가 훼손되어 지체가 온전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는 보고를 자주 접하게 된다.

재난에 관한 책을 읽으려다 보니 우리나라의 재난 상황과 비교를 많이 하게 된다. 해난 사고 부분에서는 세월호 사건과 서해 페리호 사건이 생각났고 20세기 초 호주가 겪었던 스페인 독감 확산을 다룬 장에서는 지난 해까지 맹위를 떨쳤던 코로나 19 팬데믹 대처과정을 비교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홍수나 산사태를 다룬 장에서는 작년과 올해 유난했던 강남 홍수와 오송 지하 차도 참변이 계속 뇌리에 떠올랐다.

호주가 재난에 대처하는 방식은 우리와 흡사한 점이 많았다. 대비가 부족하고 책임자가허둥대기도 하며 영웅적 무명인사가 헌신적인 노력으로 인명을 구조하는 스토리가 그러하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와 다르고 깊은 인상과 시사점을 주는 몇 가지 사례가 있었다.

첫째는 철처한 사후 조사를 통해 원인을 규명하고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수립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빠질 수는 없겠지만 촛점은 책임자를 찾아 응징하는 것이나 공분의 대상으로 삼는 것에 있지 않앗다. 도리어 관심사는 진실의 규명과 개선지점 및 정책 방향을 찾고자 하는 것에 있었다.

세월호 사건과 마찬가지로 호주에서 발생한 재난의 근본 원인에는 이윤 추구에만 전념하는 사업주들의 안전 불감증이 있었다. 선박간 통신 체계의 미흡, 철도 선로 관리의 부실함.항공기 블랙 말승의 성능 미달 등 다양한 원인을 찾아내고 향후 개선지점을 정리하여 안전설비 확충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다. 

두번째 특이점은 국가기관이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기억을 충분히 보장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교파를 초월한 종교 의식을 통해 영결식을 하는 것은 물론이요 사건 현장 주변에 추모비를 세우고 정기적으로 추도회를 개최하여 희생자의 넋을 달래주고 유족을 위로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일부 몰지각한 인사들이 하는 바와 같이 '죽은 건 불쌍하지만 잊는 게 상책이다.'라든가 심지어 '놀러다니다 죽은 건데 언제까지 물고 늘어질 것이냐?'라는 식의 몰상식한 반응은 발견하지 못했다. 동방예의지국이니 정이 많은 민족이니 하는 허황된 수사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재난에 맞서 함께 대처하고 위로하는 공동체를 우리가 구성하고 있는가에 대해 스스로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세번째는 재난 대처에서 용기를 발휘하고 헌신했던 사람들에 대해서 국가는 반드시 그 공적을 기억하고 표창한다는 것이다. 소방관, 경찰과, 자원봉사자들에게 훈장을 수여하고 지역 신문에 명단을 올리고 해서 그들의 명예를 높인다. 우리나라가 재난 이후에 책임자 색출 처벌이 중대 급선무인 것처럼  열중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돌이켜 보면 세월호 구조 작업세서도 지하차도 침수 사건 초동 대처에서도 제 한 몸을 돌보지 않고 영웅적인 희생과 헌신으로 생면부지의 이웃을 살린 분들이 있었다. 이 분들에 대해 그 공적을 충분히 인정하고 보상하고 있는가는 조금 의심스럽다. 이들을 인정하고 공적을 기리는 과정은 향후 재난 공동체의 형성, 유지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재난은 완벽히 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자연은 항상 우리의 상상 범위를 초월하는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재난을 완벽히 막아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는 것이라기 보다는 과거의 재난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고 대비 태세를 점검, 개선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호주 재난 당국은 재난 이후에 반드시 다음 사항을 점검했다. 재난 조기 경보 체계와 의사 소통 체계는 적절히 가동되었는가? 관련 공무원들의 역할 분담과 책임 수행은 충분했는가? 지휘부는 현장 상황을 잘 파악하고 타당한 상황 판단을 했으며 지휘 전달 체계는 적절히 운영되었는가를 면밀히 살피고 개선책을 권고했다.  이 과정에는 검시관과 법률전문가, 민간 기술자들이 참여하는 수 년이 걸리는 검토작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이런 체계적인 후속작업이 있어야 비슷한 재난이 비슷한 시기에 반복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단지 자연재해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되며 다수 인명이 손상되는 산업재해, 안전 사고, 감염병 사태 등 여러 분야로 확산되어야 할 것이다.

(2023.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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