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ustralian Book of Disasters (Paperback)
Larry Writer / Independent Pub Group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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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재난사- The Austrailian Book of Disasters


2013년 호주를 여행할 때 시드니에 있는 해양박물관 기념품 코너에서 산 것으로 기억한다. 귀국 후 읽어보려고 했는데 10년이 넘어서야 펼쳐보게 되었다.

이 책은 근, 현대 호주에서 발생했던 다양한 자연재해, 인명 사고를 다룬다. 섬나라다 보니 해난 사고가 많고 홍수, 지진, 산불 등 자연재해도 잦고 육상 및 항공 사고도 발생하였는데 그 중 굵직한 것을 골라 연대기 순으로 다룬다.

호주 해난 사고만의 특색을 설명한다면 희생자들이 바다에서 조난하는 동안 설상가상으로 상어의 공격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기록을 보면 희생자들 구조하고 보니 상어에 의해 사체가 훼손되어 지체가 온전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는 보고를 자주 접하게 된다.

재난에 관한 책을 읽으려다 보니 우리나라의 재난 상황과 비교를 많이 하게 된다. 해난 사고 부분에서는 세월호 사건과 서해 페리호 사건이 생각났고 20세기 초 호주가 겪었던 스페인 독감 확산을 다룬 장에서는 지난 해까지 맹위를 떨쳤던 코로나 19 팬데믹 대처과정을 비교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홍수나 산사태를 다룬 장에서는 작년과 올해 유난했던 강남 홍수와 오송 지하 차도 참변이 계속 뇌리에 떠올랐다.

호주가 재난에 대처하는 방식은 우리와 흡사한 점이 많았다. 대비가 부족하고 책임자가허둥대기도 하며 영웅적 무명인사가 헌신적인 노력으로 인명을 구조하는 스토리가 그러하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와 다르고 깊은 인상과 시사점을 주는 몇 가지 사례가 있었다.

첫째는 철처한 사후 조사를 통해 원인을 규명하고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수립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빠질 수는 없겠지만 촛점은 책임자를 찾아 응징하는 것이나 공분의 대상으로 삼는 것에 있지 않앗다. 도리어 관심사는 진실의 규명과 개선지점 및 정책 방향을 찾고자 하는 것에 있었다.

세월호 사건과 마찬가지로 호주에서 발생한 재난의 근본 원인에는 이윤 추구에만 전념하는 사업주들의 안전 불감증이 있었다. 선박간 통신 체계의 미흡, 철도 선로 관리의 부실함.항공기 블랙 말승의 성능 미달 등 다양한 원인을 찾아내고 향후 개선지점을 정리하여 안전설비 확충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다. 

두번째 특이점은 국가기관이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기억을 충분히 보장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교파를 초월한 종교 의식을 통해 영결식을 하는 것은 물론이요 사건 현장 주변에 추모비를 세우고 정기적으로 추도회를 개최하여 희생자의 넋을 달래주고 유족을 위로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일부 몰지각한 인사들이 하는 바와 같이 '죽은 건 불쌍하지만 잊는 게 상책이다.'라든가 심지어 '놀러다니다 죽은 건데 언제까지 물고 늘어질 것이냐?'라는 식의 몰상식한 반응은 발견하지 못했다. 동방예의지국이니 정이 많은 민족이니 하는 허황된 수사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재난에 맞서 함께 대처하고 위로하는 공동체를 우리가 구성하고 있는가에 대해 스스로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세번째는 재난 대처에서 용기를 발휘하고 헌신했던 사람들에 대해서 국가는 반드시 그 공적을 기억하고 표창한다는 것이다. 소방관, 경찰과, 자원봉사자들에게 훈장을 수여하고 지역 신문에 명단을 올리고 해서 그들의 명예를 높인다. 우리나라가 재난 이후에 책임자 색출 처벌이 중대 급선무인 것처럼  열중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돌이켜 보면 세월호 구조 작업세서도 지하차도 침수 사건 초동 대처에서도 제 한 몸을 돌보지 않고 영웅적인 희생과 헌신으로 생면부지의 이웃을 살린 분들이 있었다. 이 분들에 대해 그 공적을 충분히 인정하고 보상하고 있는가는 조금 의심스럽다. 이들을 인정하고 공적을 기리는 과정은 향후 재난 공동체의 형성, 유지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재난은 완벽히 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자연은 항상 우리의 상상 범위를 초월하는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재난을 완벽히 막아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는 것이라기 보다는 과거의 재난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고 대비 태세를 점검, 개선하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호주 재난 당국은 재난 이후에 반드시 다음 사항을 점검했다. 재난 조기 경보 체계와 의사 소통 체계는 적절히 가동되었는가? 관련 공무원들의 역할 분담과 책임 수행은 충분했는가? 지휘부는 현장 상황을 잘 파악하고 타당한 상황 판단을 했으며 지휘 전달 체계는 적절히 운영되었는가를 면밀히 살피고 개선책을 권고했다.  이 과정에는 검시관과 법률전문가, 민간 기술자들이 참여하는 수 년이 걸리는 검토작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이런 체계적인 후속작업이 있어야 비슷한 재난이 비슷한 시기에 반복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단지 자연재해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되며 다수 인명이 손상되는 산업재해, 안전 사고, 감염병 사태 등 여러 분야로 확산되어야 할 것이다.

(2023.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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