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hind the Beautiful Forevers: Life, Death, and Hope in a Mumbai Undercity (Paperback)
Katherine Boo / Christian Large Print / 201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원한 아름다움의 이면 - beyond the beautiful forevers

이 책은 론리 플래닛 인디아 편에서 인도 뭄바이 지역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추천하여 읽어 보게 되었다. 뭄바이 중에서도 구체적으로 뭄바이 국제공항 주변의 안나와디라는 슬럼가가 이야기의 중심무대가 된다.
이책의 장르는 논픽션이고 사회학적으로 참여관찰이라고 볼 수 있는 방법론을 활용하여 4년간의 마을 공동체 관찰을 서술한 르포다. 하지만 생생한 대화와 심리의 묘사는 때때로 이것이 작자의 창작 소설인가하고 착각하게 할 정도로 정교하고 핍진한 표현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르포를 관통하는 하나의 사건은 이웃 장애인 여성인 파티마의 분신자살과 그에 연루된 압둘 가정의 파탄과 회복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단순한 말다툼이 비화되어 분신자살로 이어지고 많은 목격자들이 있음에도 이권, 원한관계, 질투심 등에 사로잡힌 주변인들의 비협조, 위증에 의해 주인공 가족은 오랜 기간 구치소 생활을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는 무죄로 석방되지만 그 과정에 주인공 가정은 사법시스템의 부패로 인해 구명 운동 과정에서 많은 재산을 잃게 된다. 경찰은 경찰대로 사건 관련 뇌물을 요구하고 정부 사건 조사관, 법의학자, 시체공시소 관리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계의 부패고리가 연루되어 있었다. 이들은 증언을 조작하고 객관적인 판정을 내리는 일에도 당사자의 유불리를 가늠하여 선처의 댓가를 요구하곤 한다.
재판 이야기와 더불어 병행되는 주제는 마을의 여성 지도자인 아샤와 그의 딸 만주의 성공스토리다. 이들은 안나와디 지역 민원책임자로서 잡다한 탄원을 중계하고 관청에서 나오는 보조금 사업을 분배 또는 편취함으로써 사익을 추구한다. 예를 들면 대학생인 만주가 어머니 아샤의 명의로 된 사설 유아원을 운영하는 것이다. 인도의 열악한 공교육 상황은 이런 미인가 사설 유아원에 정부기관의 또는 해외 원조 자금을 배분하는데 이것 역시 수익원이 되는 것이다.
이 암울한 인도 빈민가의 이야기는 지금 한국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져서 내가 살아보지도 않았던 50년대나 60년대 한국에서 벌어지던 일이 현대 인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상상을 하게 했다. 공항 주변 무허가 슬럼가에 대한 강제 철거와 주민 퇴거, 새 주거지로 갈 입주권 딱지에 대한 상류층의 투기 거래, 세입자나 이주 이력이 짧은 이들이 무권리 상태에 놓이는 상황 등이 옛날 도심 무허가 주택 재개발 상황과 매우 흡사했다.
르포가 전하는 여러 비참한 상황중에는 어린이들의 죽음이 여러 번 나온다. 넝마주의를 하다 도둑으로 몰려서 맞아 죽고, 신변을 비관하여 쥐약을 먹고 죽고, 부모나 어른들의 관리 소홀로 익사하기도 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마을에서 말을 키우던 사람이 간이 경마대회에서 마차 관리 소홀로 달리던 말이 죽는 사고가 발생하자 방송국 기자들과 동물보호 협회가 총출동하여 말에 대한 영양 상태 평가를 한 후 동물학대로 말주인을 구속하라고 나발을 분 일이었다. 이를 본 학생들은 말보다 못한 처지에서 천덕꾸러기로 살아왔던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며 황당함을 느낀다.
제목인 영원한 아름다움의 저편에서 영원한 아름다움이라는 표현은 뭄바이 국제공항과 슬럼가를 가르는 공항 벽면에 붙은 이탈리아 타일회사의 광고문구에서 따온 것이다. 공항과 공항 이용객이 상류사회를 표방한다면 아름다움의 저편은 소외된 인도 빈민층의 삶을 대표한다. 그곳의 사람들이 활기를 잃지 않고 그곳의 아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비단 인도인만의 과제가 아니고 모든 인류의 과업이어야 마땅하다.

(2023.9.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