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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ice of Inequality (Paperback, Reprint) - How Today's Divided Society Endangers Our Future
Stiglitz, Joseph E. / W W Norton & Co Inc / 2013년 4월
평점 :
불평등의 댓가 – The price of Inequality
이 책은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콜럼비아 대학교 교수가 쓴 미국 자본주의 비판서다. 말미에는 더 평등하고 민주적인 미국을 만들기 위한 경제 정책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관한 제언이 담겨있기도 하다.
스티글리츠가 문제 삼고 있는 미국의 불평등 문제는 우리나라 상황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대표 사례를 든다면 부의 편중, 양극화, 재벌과 같은 기득권층의 편만 드는 정부의 편향 등이다. 재벌 총수는 쉽게 사면되지만 노동조합은 조금의 흠만 있어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당하고 단죄되는 사법 환경, 언론 환경은 비단 우리나라의 사례만은 아니었고 미국은 그 원조였고 최첨단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불평등의 원인으로 저자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발흥 (시카고 학파의 비조인 밀턴 프리드만과 그 추종자들이 대표적이다.)과 더불어 상위 1% 부자들이 선거 운동 자금으로 정치인을 매수하여 기득권자들의 이해만을 반영하는 정치 상황을 들고 있다.
그는 불평등과 부패의 문제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시기로 2008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제시한다. 금융에 대한 규제 완화를 끈질기게 요구했던 자본가들에게 굴복한 결과 비우량주택에 대한 무절제한 대출이 이루어졌고 이를 담보로 해서 계속 만들어진 파생상품들은 금융부문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할 때에 이르러서는 대체 해소해야 할 부채의 규모가 얼마인지를 은행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을 만들어 냈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리먼브라더스니 AIG 보험이니 골드만 삭스니 하는 금융사들과 은행이 파산하기는커녕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회생하게 된 반면, 서민들은 대출금에 물린 집을 빼앗기거나 경기침체에서 기인한 실업의 고통에 시달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스티글리츠가 제안하는 불평등 완화 조치라는 것은 알고 보면 매우 간단하고 상식적인 것들이다. 금융이 사고를 치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하고 감시하라는 것, 금융이나 토지보유 등 불로소득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에 대해서는 중과세를 하라는 것, 중과세를 통해 얻은 세수로는 평범한 일반 시민의 자제를 위한 공교육 확충이나 실직자 직종 전환 교육 등에 쓰라는 것이다.
정부나 법조계의 타락, 언론의 부패를 막기 위한 여러 제안들은 우리도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호주가 투표율 제고를 위해 실시한다는 기권자에게 벌금 부과는 투표율을 90%대로 끌어올렸고 호주의 정치인들은 상위 1%가 아닌 다수 99%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선거자금 운영을 공영화하여 더 이상 돈으로 정치인을 매수하지 못하도록 해는 규제도 필요하다. 통화정책 등 중요 정책을 담당하는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구성을 다양화하고 은행가, 자산가 일방적 견해가 관철되지 않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 책에는 우파들이 그간 선전했던 여러 신화를 통렬히 비판하면서 그것이 사실이 아니고 다르게 볼 여지가 있음을 선전하는 구절이 여럿 있다. 예를 들면 공유지의 비극은 없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이기적으로 행동하기에 공유지는 관리되지 않고 황폐화될 것이므로 팔아치워서 개인의 소유로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주장에 맞서 예전부터 공유지는 잘 관리되었고 민주적인 공동체가 있다면 황폐화의 비극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대마불사의 신화도 비판한다. 너무나 크기 때문에 정부가 죽이지 못하고 회사를 살릴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죽이지 못할 정도의 회사는 애초에 생기지 말았어야 한다는 논박한다. 그 외에도 모든 경제 성장은 다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비판적 분석, 정부 예산 적자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는 균형재정론의 한계, 부자는 다 그 자신의 노력만으로 자수성가한 것이고 그들의 부에는 그들만의 노력 또는 재능이 담겨있는 것이라는 논리의 허구도 강력하게 부정되고 거기에는 모두 적당한 예증이 붙어 있다.
저자는 불평등을 문제 삼는 것이 단순히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를 질시하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역설한다. 불평등은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잠재적 역량을 갉아 먹고 민주주의를 부패시킴으로써 장기적인 성장 원동력도 망치기 때문에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돌이켜 우리 나라의 주요 선거 국면에서 자주 회자되는 경제 슬로건도 비판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파이를 먼저 키우고 분배는 한참 뒤에 가서야 생각할 문제라는 트리클 다운론, 투기를 통해 번 내 돈을 세금 폭탄으로 거둬가는 정부는 비효율적인 사회주의 정부라는 색깔론에는 기득권을 지키고 사태를 호도하려는 우파의 기획일 가능성이 높다.
불평등한 사회는 기득권층의 기획이지만 바로잡는 것은 정치의 몫이고 양심적인 경제학자와 깨어있는 시민들의 협업으로 더 평등하고 민주적이며 효율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신념이다.
(2023.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