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게임
박소해 외 지음 / 북오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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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여성 작가 4인이 풀어낸 결혼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라는 표지 글귀가 눈에 띄었다. 그들이 말하는 불편한 진실이 궁금해서 책을 펼쳤다가 조금 놀랐다. 예상했던 방향과는 완전히 달라서였달까. 네 명의 작가는 각각 <사마귀, 여자>, <부부, 그 아름다운 세계>, <설계된 죽음>, <시소게임>이라는 이름으로 '부부들의 이야기'를 개성있게 담아내고 있다. 일상적인 부부의 이야기를 그저 조금 다르게 풀어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미스터리 앤솔러지인 이 작품들은 참신함과 독특함을 넘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인상 깊었던 이야기를 소개해보자면, <사마귀, 여자>로 가정폭력 사건으로 인해 출동한 차민우 형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는 곧 쌍둥이 출산을 앞둔 아내가 있는 유부남이다. 이 사건의 진술을 듣기 위해 옆집에 들렀다가 송채윤을 만나게 되는데, 민우는 그녀의 노골적인 시선과 나른한 미소가 계속해서 신경이 쓰인다. 그는 추가 진술로 다시 한번 만나게 된 채윤과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마는데...... 채윤은 누군가에 의해 살해 당하고, 차민우는 연이어 이상한 일들을 겪게 된다.

<사마귀, 여자>는 워낙 강렬해서 머릿속을 해집어놓는 것 같았다. 나머지 세 편의 이야기도 단숨에 읽었는데 그만큼 전개가 빠르고, 흥미로워서 지루할 틈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고 있자니 '부부란 뭘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옛말에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문득 서로의 삶을 공유하며 내 모든 것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는 나의 남편은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아, 소설 속 이야기는 소설에 그치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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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선 자동차 여행
강구 지음 / 아임스토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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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정신없이 바쁜 3월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4월이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긴건 아니지만 바다 사진을 보면 괜스레 마음이 들뜬다. <해안선 자동차 여행>은 저자가 45년을 함께한 친구와 바쁜 일상 속에서도 2주간의 휴가를 내어 동행한 후배와의 여행코스를 담고 있다. 바다 가까운 길을 따라가는 코스를 계획하고, 지역별 축제 일정과 여행 정보를 정리한 책으로 항구, 포구, 해변, 해수욕장을 지나며 3인 기준의 소요 경비를 정리하고 있어 해안선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서해 바닷가부터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일대의 바닷길을 둘러보며 알차게 정리해놓았는데, 읽으면서 벌써부터 계획을 잡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공휴일 언저리쯤엔 무조건 한 군데 이상 들러보겠다는 결심을 하며 마음에 드는 바다와 지역을 열심히 훑어본다. 최신판이어서 정보가 변해 있을 우려도 적고, 추천 방문 시기까지 표기되어 있어서 여행가이드로는 손색이 없다. 나는 경남에서 나고 자라 통영, 호미곶, 부산, 경남 해안선은 익숙한 편이며 강화도, 태안, 정동진, 삼척 통일전망대는 꽤 많이 방문했던 터라 이전에 가보지 못했던 곳에 들르고 싶어졌다. '목포와 해남을 잇는 서해의 길'은 기억이 뚜렷하게 남아있는 건 아니지만 어린시절 아버지와 함께했던 여행 코스이기에 언젠가 다시 한번 가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책을 유심히 들여다 보고, 읽게 된다. 또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밥집을 소개하고 있어서 바닷길로 여행을 가는 날엔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식당도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바다 특유의 바람 냄새, 파도 소리, 갈매기, 바다에 스며있는 음식들......또 저자가 추천한 장소에서 할 수 있는 경험들을 소개하고 있는 부분도 인상 깊다. 너무 춥지도 너무 덥지도 않은 날에 바닷바람 맞으며 산책을 하다가 커피 한잔 들고, 앉아서 서해 낙조를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고대하는 여유로운 그 날을 위해 오늘도 주어진 일을 마저하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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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냉이 털 날리는 제주도로 혼저옵서예 - 털복숭이들과 베베집사의 묘생역전 스토리
베베집사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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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냐옹이 나오는 책들은 참을 수 없지이. 유튜브와 SNS에서 나의 검색 알고리즘은 동물들이다. 특히, 고양이와 강아지 이야기는 몇 개의 채널을 구독하고, 팔로우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쉴 때면 집에 있는 냐옹이 두 마리 꼬미와 요미, 강아지 두부와 함께 부비적거리며 책 읽고, 동물 채널 시청하는 것이 취미이자 낙이다. <고냉이 털 날리는 제주도로 혼저옵서예>는 표지부터 심쿵이다. 비바람을 막아줄 집 한칸이 절실했던 길고양이들에게 베베집사는 오두막과 밥 그리고 식구를 만들어준다. 베베집사와 고양이들의 제주살이 이야기가 시작된다.

2003년 게임 회사에 입사하면서부터 게임과 물아일체의 삶을 살던 베베집사의 직업은 UI아티스트, 내겐 생소한 직업이지만 게임을 즐기고, 사랑하는 이들에겐 더할 나위없이 부러운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집사의 또 다른 직업은 유튜버다. 세상에 유기묘들이 없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본인 식구들의 이야기를 널리 퍼뜨리고자 했단다. 그렇게 두 가지 일을 하던 그에게 담낭에 있던 결절의 발견은 진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된다.'고양이들과 행복해질 수 있는 삶'을 찾다가 제주도 이주를 결심하게 된다. 베베집사와 털복숭이 냐옹이들이의 제주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는데......

강아지 한 마리,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하는 삶을 살고 있는 나로써는 베베집사의 제주도 파란 지붕집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시골에서 나고 자라 이십 년을 주택에서의 삶을 살았던 나로서는 성인이 된 이후에 단 한번도 시골에서의 삶을 그리워한 적이 없었는데, 베베집사의 삶은 아주 조금, 부러워졌다. 고액의 연봉을 포기하고, 고양이 8마리와 함께하는 평화로운 삶을 읽고, 보는 동안 나도 함께 평화로워져서 좋았다. 언젠가 지금하고 있는 모든 일을 내려놓고, 살아갈 삶이 막연했었는데, 베베집사의 삶처럼은 어떨까하고 상상해보면서 책장을 덮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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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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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그녀를 지키다>는 2023 공쿠르상 수상작으로 책 표지 글귀부터 시선이 이끌렸던 것 같다. 수도원 지하에 숨겨진 조각상의 가슴 아픈 비밀이라니. 컨디션이 안 좋은 탓인지 기대와는 다르게 초반에 몰입이 안 되어서 혼났던 작품이다. 게다가 두꺼운 책 두께는 부담스럽기까지...... 책은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당시의 나의 상태나 마음가짐 그리고 환경에 따라 참으로 다르게 다가온다. 그래서 낭독하기로 했다! 소리내서라도 읽어보자고.

소설은 주인공 미켈란젤로 비탈리아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석공인 남편이 일하는 것을 바라보다가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는 아이가 미켈란젤로처럼 훌륭한 조각가가 되길 소망하지만 아이는 왜소증으로 태어나 사람들에게 난쟁이라며 무시받는 삶을 살게 된다. 이탈리아인이지만 프랑스에서 일을 하던 부모 밑에서 자라며 온갖 놀림과 조롱을 겪으며 살던 미모에겐 전쟁으로 인한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또 한번의 불행이 닥치고, 동생을 임신 중이던 어머니는 힘에 부쳐 결국 이탈리아북부에 있는 '피에트라달바'의 조각가 알베르토에게 미모를 맡긴 뒤, 다시 오겠다는 약속만 남긴 채 떠나게 된다. 낯선 곳에서 미모는 알베르토의 폭력을 견디며 도제로 일하고, 굶주림을 견디는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이탈리아 명문가 오르시니 가문의 대저택으로 일을 하러 갔다가 소녀 비올라를 만난다. 사회적인 차이로 인해 어울리는 것 조차 쉽지 않았던 그들은 무덤가에서 은밀하게, 지속으로 만나 대화를 나눈다. 하늘을 날고 싶은 비올라와 위대한 조각가가 되고 싶었던 미모는 서로의 꿈을 응원하기로 하는데......


소설을 읽은 뒤엔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피에타 사진을 한참 들여다봤던 것 같다. 작품의 모티브가 된 작품이라고 하는데, 평소엔 그림이나 조각상에 크게 관심이 없다가 이야기가 입혀진 작품들을 살피자니 새로운 느낌이 든다. 비록, 처음 몰입은 힘들었지만 인물들의 캐릭터가 확실해지자 은밀하게 전해져 내려오는 옛날 이야기를 읽는 기분이 들어서 꽤 흥미로웠다. 이탈리아의 수도원, 사크라 디 산미켈레에 지하에는 잠금 장치 뒤에 잠들어있는 조각상의 비밀은 애처롭기도 하고, 한편으론 아련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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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지만 서울대는 가고 싶어 죽고 싶지만 서울대는 가고 싶어 1
박일섭 지음 / 작가의집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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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처자식을 두고 바람을 피운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 두 번의 결혼을 더하고, 두 명의 아들을 더 낳은 저자의 아버지, 그는 술에 중독되었고 할머니의 재산을 탕진하였으며 결국에 난치성 조현병 환자가 되었다. 또 할머니는 치매 환자가 되었다고 한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저자에게 오락실은 어린 시절 유일하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안식처였다. 백 원으로 장시간 할 수 있는 게임을 연구하다가 원더보이로 1시간 30분까지도 시간을 때우게 되었고, 오락실 죽돌이(?)가 된다.

초등학교 3학년 1학기 초 즈음 문이 잠긴 공사장에 들어갔다가 추락하여 두개골에 금이 가 요양원에서 휴대용 게임기를 획득하고, 3주 가량을 실컷 게임했다는 이야기, 아버지에게 매일 맞고 몸에 푸르스름한 멍자국을 지니고 살던 이야기, 가족과 함께 생일 파티를 한적이 없는 이야기, 할머니께서 '삼성 슈퍼겜보이'를 사라고 주신 돈을 아버지가 카드 게임으로 탕진한 이야기... 정리하면서 보니 저자는 어린시절이 온통 불행한 기억으로 가득하다. 누가 들어도 아플 이야기인 것 같은데, 그의 필체는 덤덤하게 이어져 나간다.

여튼, <죽고 싶지만 서울대는 가고 싶어>는 죽고 싶었고 죽을 뻔 했지만 불우한 시간을 견디고 서울대에 입학한 뒤, 약사가 되어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저자의 실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사람의 일이 이토록 불행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불행을 달고 살았던 그가 누구보다도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지금 너무 불행한 이들에겐 희망과 용기의 아이콘이 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서울대는 아무나 갈 수 없지만 불행한 누군가가 간 경험이 있으니 영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란게 되니까 읽으면서도 마음이 씩씩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저자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지금의 삶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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