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귀
문화류씨 지음 / 북오션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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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창귀>는 한 편의 지명 전설을 읽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곡동’이란 이름은 ‘호랑이가 우는 동네'라는 뜻의 호곡동에서 왔다고 한다. 곡동 사람들은 호랑이를 산신으로 섬겼는데 호랑이가 우는 날이면 사람이 죽었고, 희한한 건 이들이 절도부터 살인까지 저지른 악인이라는 것이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죄인의 머리만 남겨두는 것인데, 마을에서 성실하다고 생각했던 이들의 기괴한 죽음 뒤에는 숨겨진 죄가 있다. 친정 부모님 생신에 다녀오겠다고 집을 나가서 머리만 발견된 아내의 보따리 속에는 집문서와 금붙이가 들어있다. 

1971년 10월 어느 날, 마을에서 선녀라 불리는 이가 곧 무서운 일이 일어날 것 같다며 곡동을 지켜주는 수호신께서 크게 노했으니 마을에 있는 죄지은 이 하나로 인해 많은 사람이 위험해질 거라는 예언을 한다. 그리고 죄를 지은 사람으로  요봉산 아래에 사는 류씨 일가를 지목한다. 이후 12월 15일, 류덕현의 장남인 열 한살짜리 류영태가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결국 그는 죽은 채 머리만 발견된다. 류덕현은 보릿고개 때마다 곳간을 내주고,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돕는 시대의 성인이라 알려져있는데 그에게 왜 그런 일이 생긴걸까. 12월 25일 류덕삼의 아들인 준태의 머리가 피부병 환자들의 집 뒤 장독대에서 발견되고, 그는 절규한다. 류씨 집안에는 대체 무슨 일이 생기고 있는걸까?

짤막한 공포이야기는 읽기 편하고, 호흡이 짧아 궁금증이 빨리 해결되는 장점이 있지만 <창귀>는 호흡은
긴 대신에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 끝없이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책를 끊어 읽기 싫을 만큼의 몰입감과 사건의 전개가 빨라서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다. 또 민속적인 소재로 만든 공포감이 한국인이어서인지 더욱 와닿고, 실감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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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들남 공포 이야기
괴들남(김성덕) 지음 / 북오션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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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부쩍 공포이야기에 관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는 것 같아서 즐겁다, 사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삼십년 가까이 공포, 추리, 오컬트, 스릴러에 관한 이야기들을 읽다보니 엄청 신선하거나 독특한 플롯을 가진 이야기들을 만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장르들을 선호하는 이유는 책을 읽을 때 만큼은 다른 생각들이 나를 지배하지 않는달까. 바짝 집중해서 빠르게 읽히는 것도 기분이 좋다. <괴들남 공포이야기>는 1부 미공개 스토리 2부 독자 제보 스토리로 나누어져 총 25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장례식장, 마네킹 공장, 얼굴 없는 여자, 중고 물건, 택시기사, 강원도 황토민박, 선산 파묘 사건 등 어디선가 주변에서 들어봤음직한 이야기들도 있었고, 새로운 이야기들도 담겨 있었다.


읽었던 여러 이야기들 중에서 서울에 살고 있는 30대 초반의 여성이 제보했던 <엄마가 무당이 된 이유>가 기억에 남는다. 제보자의 엄마가 운영했던 펜션에서 겪었던 일로 그녀는 이혼 가정에서 아버지와 살았는데, 중학교 입학 때까지 엄마의 소식을 모르고 자라게 된다. 열다섯 살이 되던 해에 엄마와 연락이 닿아 아버지 몰래 연락을 주고 받았고, 간혹 만나다가 성인이 된 이후에야 별다른 제약없이 만나게 된다. 엄마는 암에 걸려서 강원도 정선으로 내려가 조그만 펜션을 운영하게 되었는데, 제보자는 서울에 살고 있다 보니 가끔 언니와 함께 엄마를 보러 가곤 한다. 그 시기쯤 그녀는 지인들에게 귀뜸해주는 말이 맞거나 꿈으로 이모의 암을 발견하는 것과 같이 이상한 것들을 보고, 느끼게 된다. 그러던 중에 엄마를 보러 갔다가 엄마는 깜짝 놀라시며 엄마가 신내림을 받지 않으면 딸이 제보자가 받아야 된다는 말을 무당으로부터 듣게 되었다고 한다. 그날 밤 인기척에 깼는데, 30대 정도의 평범한 여자가 서있었고, 제보자에게 따라 오라는 손짓을 해서 홀린 듯 걸어갔다가 자신을 말리는 엄마에 목소리에 깨게 되는데....


실제로 엄마가 신내림을 받게 된 이야기여서 조금 더 실감났던 것 같다. 오컬트나 공포는 우리가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수 많은 현상에 관한 이야기라서 호기심 많은 나에겐 미지의 영역임과 동시에 또 알고 싶은 영역이기도 하다. 제보를 엮은 이야기라서 어렵지 않고, 가독성도 좋게 구성되어 있다. 초등학생인 딸이 "엄마, 무섭고 재미있어."를 외치는 걸 보면 내심 '나의 딸이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요즘 티비로 보는 '심야 괴담회'와 비슷하다나...... <괴들남 공포 이야기>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여름 밤, 혹은 무서운 이야기가 읽고 싶은 날에 제격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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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 가는 것들
김나영 지음 / 사유와공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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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오랜만에 휴식이 찾아왔다. 따뜻한 바닥에 배를 깔고, <잃어 가는 것들>을 펼쳐들었다. 이 책은 소설 쓰는 것을 좋아하는 한문 선생님 김나영 작가의 소설집으로 '아무도 모른다', '잃어가는 것들', 'Nineteen's Kitsch', '소행성의 기원', '불을 찾아서', '쿠키영상' 등 다섯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이야기 중에서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잃어가는 것들'이었는데, 교사라면 꽤나 공감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십만 킬로미터를 넘어가고 있는 중고 소형차를 타고 다니는 칠년차 교사인 주인공은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은찬이의 어머니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점심시간에 은찬이와 현석이는 한데 엉켜 싸우고 있었고, 그녀는 이들을 떼어놓고 은찬이를 보건실로 데려간다. 병원 진료를 받을 만큼은 아니라는 보건 선생님의 말씀과 괜찮다고 말하며 축구하러 가는 은찬이를 돌려보내고, 아이의 상태에 대해 전달하기 위해 부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아 간단히 문자로 남긴 뒤였다. 학교폭력으로 신고하겠다고 강하게 항의하는 은찬이 어머니의 일방적인 전화는 시작에 불과하다. 다음날 김 선생님은 현석이에게 친구를 때린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말하고, 결국 현석이는 은찬이를 교무실로 데리고 와서 사과한다. 아이들이 싸운 일은 좋게 마무리 되는가 싶었지만, 은찬이 어머니는 학교로 찾아와 학교폭력 신고를 한다. 그리고 다음날 현석이 아버지는 김 선생님에게 화를 내며 SNS로 먼저 욕을 한 것은 은찬이라며 은찬이를 학교폭력 가해자로 신고를 하겠다고 한다......

학교에서 근무하며 학교폭력과 관련된 사안들을 직접 접수하기도 했고, 지켜보기도 했던 입장으로서 상당히 공감가는 이야기였다. 아이들은 금세 감정이 상해서 화를 내고, 엉켜 싸우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한 일을 돌아보며 잘못을 인정하고 친구에게 화해의 손길을 건넬 때가 많은데, 정작 부모님들이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학교폭력 사안이 생기면 교사로서 수업이나 업무 이외에도 엄청난 민원 전화에 시달려야 하고, 감정 소모도 많이 하게 된다. 결국, 싸움이라는 건 서로 감정이 상해서 일어나기 마련인데 어떤 입장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생긴다. 모두를 위해서 메뉴얼대로 가야한다는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씁쓸함을 남길 때가 있다.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처럼 '우리는 살면서 진짜 중요한 것들을 잃어가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순간들이 있는데, 이 이야기를 보면서 잃어가는 것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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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의 도전, 한강의 탄생
이봉호 지음 / 북오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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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타기 직전인 2024년 여름에 '채식주의자'를 읽었고,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었던 날 '소년이 온다'를 읽기 시작했다. 문학 전공자로서 그동안 영국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맨부커상 수상작인 '채식주의자'를 외면했던 것에 대해서 아주 조금의 죄책감이 있었는데, 제자가 읽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넌지시 도서관으로 향했던 것이 소설을 읽게 된 계기였다. '채식주의자'는 표현이나 의미하는 바를 떠나서 스토리 자체가 유쾌하지 않았다. 여기에서 말하는 연약한 여성 혹은 연약한 것에게 향하는 짙은 폭력성이 적나라게 묘사된 부분은 선정적인 것을 떠나 불쾌했다. <노벨문학상의 도전, 한강의 탄생>에서 작가는 "식물로 회귀하는 여자의 모습은 폭력적인 아버지로부터 벗어나려는 딸의 갈망이며 이것이 곧 채식주의자의 모습으로 털갈이 한다."고 이야기한다.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부분이 조금 정리가 되는 느낌이 든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의 사진을 보고, 한강 작가가 충격을 받아서 쓰기 시작했던 작품이라고 한다. "국가라는 폭력의 근원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역사적 사실을 한강은 작가의 이름으로 회피하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이 해설은 꽤 공감이 갔던 구절이다.


<노벨문학상의 도전, 한강의 탄생>은 한강 작가의 모든 작품을 아우르며 그녀의 작품들을 리뷰한다. 작품마다 짤막한 해석은 한강 작가 작품의 주제와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 같아 읽는 내내 유익했다. 그녀의 다른 작품을 읽게 되더라도 참고해서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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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생각이 잠든 사이에 - 마음의 발견
박세은 지음 / 사유와공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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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요일도 구별하지 못 할 만큼 정신없이 일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여유가 찾아올 때면 수 많은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일까', '내 삶의 방향은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행복하게 사는 법에 대해 알려준 적이 있었을까', '원하던 대로 나이 들어가고 있는걸까' 등의 생각을 말이다. 에세이를 읽다보면 생각이 정리되거나 차분해질 때가 있는데, 그런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던 책이 <당신의 생각이 잠든 사이에>다. 책은 1. 마음의 다양한 얼굴, 2. 내 안의 작은 지옥, 3. 나를 안아주는 마음, 4. 사랑을 시작하는 마음과 같이 네 개의 챕터로 나뉘어져 있다. 여러 사람의 사례를 들어 알기 쉽게 내가 가질 수 있는 마음이나 태도에 대해 설명하고, 우리 안에는 다양한 유형의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지금 당신은 당신이 지닌 특별함 때문에 한편으로 기쁘지만, 또 한편으론 괴롭고 외로울지도 모른다. 어차피 운명이 우연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불안감은 내려놓고 내 앞에 주어진 삶을 운명적으로 사랑하며 살아가기를, 나의 나약함도 때론 자랑이고 축복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당신에게 주어진 지금, 그대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p.17 중에서.



'마음의 다양한 얼굴'에서 말하는 멀티 페르소나, 수다 중독증, 걱정이 걱정, 나르시시스트, 분노는 나의 힘에 해당하는 유형의 마음들은 내가 가진 여러 자아 중에서 하나에 해당된다는 생각이 들 만큼 익숙한 마음들이다. 불안에 기인해서 수다를 떨고, 잠깐 동안이라도 조용한 시간이 주어지는 건 견디기가 어렵다거나 칭찬과 인정 속에서 살아있음을 느끼고, 타인의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압박감을 느껴가면서도 가면 쓰는 것을 기꺼이 자처하는 마음에 대해 읽고 있자니 문득 나의 일부 같아서 조금 안쓰러워진다. <당신의 생각이 잠든 사이에>서는 나의 대해 알고, 나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서 언급한다. 바쁜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자신을 잃어가면서까지 하루를 견디듯 살아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책은 수없는 물음 속에서 나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또 작가가 내린 해답들은 진부한 답변이라 할 수 있겠지만 진부해서 진리에 가까운 이야기들이기에 한번쯤 내 안의 나를 마주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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