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 가는 것들
김나영 지음 / 사유와공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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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오랜만에 휴식이 찾아왔다. 따뜻한 바닥에 배를 깔고, <잃어 가는 것들>을 펼쳐들었다. 이 책은 소설 쓰는 것을 좋아하는 한문 선생님 김나영 작가의 소설집으로 '아무도 모른다', '잃어가는 것들', 'Nineteen's Kitsch', '소행성의 기원', '불을 찾아서', '쿠키영상' 등 다섯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이야기 중에서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잃어가는 것들'이었는데, 교사라면 꽤나 공감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십만 킬로미터를 넘어가고 있는 중고 소형차를 타고 다니는 칠년차 교사인 주인공은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은찬이의 어머니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점심시간에 은찬이와 현석이는 한데 엉켜 싸우고 있었고, 그녀는 이들을 떼어놓고 은찬이를 보건실로 데려간다. 병원 진료를 받을 만큼은 아니라는 보건 선생님의 말씀과 괜찮다고 말하며 축구하러 가는 은찬이를 돌려보내고, 아이의 상태에 대해 전달하기 위해 부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아 간단히 문자로 남긴 뒤였다. 학교폭력으로 신고하겠다고 강하게 항의하는 은찬이 어머니의 일방적인 전화는 시작에 불과하다. 다음날 김 선생님은 현석이에게 친구를 때린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말하고, 결국 현석이는 은찬이를 교무실로 데리고 와서 사과한다. 아이들이 싸운 일은 좋게 마무리 되는가 싶었지만, 은찬이 어머니는 학교로 찾아와 학교폭력 신고를 한다. 그리고 다음날 현석이 아버지는 김 선생님에게 화를 내며 SNS로 먼저 욕을 한 것은 은찬이라며 은찬이를 학교폭력 가해자로 신고를 하겠다고 한다......

학교에서 근무하며 학교폭력과 관련된 사안들을 직접 접수하기도 했고, 지켜보기도 했던 입장으로서 상당히 공감가는 이야기였다. 아이들은 금세 감정이 상해서 화를 내고, 엉켜 싸우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한 일을 돌아보며 잘못을 인정하고 친구에게 화해의 손길을 건넬 때가 많은데, 정작 부모님들이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학교폭력 사안이 생기면 교사로서 수업이나 업무 이외에도 엄청난 민원 전화에 시달려야 하고, 감정 소모도 많이 하게 된다. 결국, 싸움이라는 건 서로 감정이 상해서 일어나기 마련인데 어떤 입장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생긴다. 모두를 위해서 메뉴얼대로 가야한다는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씁쓸함을 남길 때가 있다.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처럼 '우리는 살면서 진짜 중요한 것들을 잃어가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순간들이 있는데, 이 이야기를 보면서 잃어가는 것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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