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로 오컬트 포크 호러
박해로 지음 / 북오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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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고개 비화>와 <사악한 무녀>로 만나봤던 박해로 작가의 새로운 소설이라서 읽어보게 되었다. 호러나 스릴러를 좋아하다 보니 한번 만났던 작가의 출간 소식은 괜스레 더 반갑게 느껴지는 것 같다. <박해로 오컬트 포크 호러>는 작가의 이름을 내 건 소설집으로 K-호러로 활약하고 있는 그의 참신함이 돋보이는 세 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수낭면에 가면 수낭법을 따르라>, <며느리는 약했지만 여인은 강했다>, <지옥에 떨어진 형제>로 구성되어있는데 특히 인상 깊었던 '수낭면에 가면 수낭법을 따르라'을 잠시 소개하고자 한다.


지금은 폐교된 1986년 섭주 수낭면에 위치한 수낭국민학교는 전교생이 50명 남짓한 평범한 시골학교였다. 갓 발령받은 총각 선생이었던 이상식 선생이 비명횡사했던 초현실적 사건이 폐교의 원인이 되었음을 밝히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당시 26세였던 그는 학교에서 약 15킬로미터 떨어진 수낭면까지 스쿠터로 출퇴근했다. 문제는 술을 마시고 스쿠터를 운전하는 악습관이 있었는데, 이는 교장선생에게도 큰 걱정거리였으며 마을 사람들의 민원도 끊이질 않았다. 결국 교장은 이상식 선생을 불러 술을 마시면 스쿠터 열쇠를 반납하고, 자신이 보는 앞에서 귀가 하든지 아니면 수낭에 사는 다른 선생 집에서 자고 가든지 둘 중 택일하라는 선전 포고를 한다. 


그해 회식이 있던 날, 거나하게 술을 마신 이상식 선생은 평소 궁금했던 학교 옆에 있는 폐가와 화장실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듣는다. 화장실은 원래 학교 부속 건물이었으나 폐가 주인인 아메리카 김이 화장실을 사서 똥돼지를 길렀으며 이 화장실을 사용했던 학생들이 전염병에 걸려 죽어나가면서 악의적인 소문이 퍼진다. 집에 불이나면서 아메리카 김의 행방불명이 되고, 사건은 미궁에 빠진 채 흉물스럽게 처분하지 못한 폐가만 남아있다는 것이다. 때마침 소변이 마려웠던 상식은 교장 선생과 그 화장실을 이용하고, 이상한 낙서를 발견하는데... "4호 변소에 앉아 계속 밑을 봐라. 귀신이 지나간다."


이야기 속에는 K-호러라는 말을 연상시키는 소재들이 많이 담겨있다. 첫 이야기에서는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어릴 때부터 익히 들어왔던 화장실 괴담이 자연스레 떠올랐으며 마을 서낭당이나 장승, 한복입은 여자의 등장은 '전설의 고향'을 연상시키는 소재들이 자주 등장했다. 낯설지 않은 소재를 이용하여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부분이 신기하게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읽을 때마다 박해로 작가의 이야기는 더욱 흥미로워지는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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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비나이다
신도윤 지음 / 한끼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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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오컬트 붐을 이어갈 참신한 호러'라는 소개글을 보고 어찌 그냥 넘어갈 수 있단말인가. 무섭게 재미있을 것 같다는 호기심과 기대로 책을 펼쳐들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는 첫 이야기부터 꽤나 강렬하다.

편히 잠들어 있던 주인공 이준은 화장실에 같이 가자며 자신을 흔들어 깨우던 동생 덕에 일어난다. 뜨거운 방문 문고리를 잡은 동생은 화들짝 놀라며 울어대고, 손은 잔뜩 물집이 잡힌다. 문틈으로 바라본 거실은 이미 화염으로 뒤덮여있고, 베란다 너머 집 밖에는 사람들이 서 있다. 옆집 박씨 아주머니가 2층에서 뛰어내린 이준이를 두 팔로 받아주었지만 미처 뛰어내리지 못한 동생은 폭발한 집에서 나오지 못하고, 결국 이준은 그날 가족을 모두 잃었다. 성인이 되어 초등학교 교사가 된 그는 한사람 마을의 초등학교로 첫 발령을 받는다. 마을 사람들은 빨간 것이 잔뜩 들어있는 봉투를 들고, 교회로 향하고 그것이 피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면서 이상함을 감지한다. 마을에서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이장 겸 목사의 허락을 받은 이준은 예배에 참석했다가 놀라운 광경을 목격한다. 이후 그는 영접에 집착하기 시작하는데......

존재할 리가 없는 신을 믿는 것은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랬으면 우리 집이 불탈 때 도와줬겠지. 내가 얼마나 기도를 열심히 했는데. 속 편하게 신을 믿니 어쨌니 하는 당신들이 마음에 안 들어. 종교쟁이들이 말을 걸 때마다 어떤 심정이었는지 당신들이 알아? 아마 모르겠지. 신경도 안 쓸거야. 당신들한테는 이게 하나의 놀이 같은 거잖아. 기쁜 일이 있으면 신 덕분, 나쁜 일이 있으면 신이 주신 시험이라고 둘러대니 마음이 편하겠지. 그러니 책임감이 없는거야. 그래서 집이 불타는데도 무책임하게 가만히 앉아서 기도나 하고 있는거라고.

p.200-201 중에서.

호러나 스릴러의 매력은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궁금증을 이어가는 묘미와 반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나이다 비나이다>는 인상깊은 첫 이야기로 몰입감을 더하고, 이어지는 궁금증으로 단 시간에 책장을 넘기게 한다. 이상하고, 폐쇄적인 마을, 그리고 신과 사이비 종교가 결합한 클리셰는 진부하고, 뻔한 결말로 마무리 될 가능성이 있지만 다행히도 이야기는 지루하지 않게 마무리된다. 또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사건은 소설을 흥미롭게 읽는 재미를 더한다. 지루한 밤에 읽을만한 흥미로운 호러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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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 그래도 해야지 어떡해 - 현실 공감 120%! 팩폭과 위로를 넘나드는 아찔 에세이
아찔 ARTZZIL(곽유미, 김우리, 도경아)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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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120%"
소설이 좋아하지만 때론 짧은 글이 도움이 될 때가 있어서 언젠가부터 읽게된 웹툰, 일러스트...

복잡하고 어지러운 감정을 귀여운 일러스트로 표현하며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의 압박 등으로 힘들어하는 모든 사람에게 위로와 웃음을 전하고 싶었다는 작가들의 소개글을 읽고 있으니 책이 더욱 궁금했었다.

직장 생활을 하다보니 화가 나는 일도, 당황스러운 일, 억울한 일이 생길 때가 수시로(?) 있지만 월급은 통장을 스쳐갈 뿐이고... 팍팍한 현실에 푸념만 가득해질 때가 많은데. <힘들어? 그래도 어떡해 해야지>를 읽으니 꽤나 공감이 되었다. 이들이 털어놓는 솔직한 인생이야기를 보고 있으니 '사람 사는 이야기는 크게 다르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공감가기도 했고, 생각하는 것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혼자만 이렇게 답답한가.', '내 직장 생활만 이런가.'라는 생각이 드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시라.

처음엔 정남매가 먼저 읽어보고는 "엄마, 이 책은 욕이 많이 나와."라고 해서 조금 당황했는데 때론 속시원한 욕 한미디로, 때론 감동이.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의 삶이 보여서 정감가기도 했던 책같다. 또 심플하면서도 리얼한 표정의 일러스트도 책의 묘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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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에게 그래픽 노블 1
이루리 지음, 모지애 그림 / 이루리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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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다는 걸 일깨워주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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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에게 그래픽 노블 1
이루리 지음, 모지애 그림 / 이루리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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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에게>는 제법 두툼한 책으로 외계에서 온 생명체가 등장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여느 때와 같이 아침 식사를 하던 어느날,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은 아버지의 등에 올라타 있었고 아버지는 평소와 달리 가족들에게 거친 행동과 말을 쏟아낸다. 괴물은 형태를 바꿔가며 아버지의 입 속으로 들어가려하고, 이를 본 주인공은 단숨에 달려가 괴물을 잡아당겨보지만 큰형의 힘에 의해 제압당한다. 그러고 보니 큰형도 심상치 않다. 주인공은 큰형의 얼굴을 뚫고 튀어나온 괴물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고, 작은형은 이를 슬픈 눈으로 바라본다. 작은형은 주인공에게 다른 사람들 눈에는 괴물이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아버지를 공격하는 모습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둘은 힘을 합쳐 그들을 없앨 방법을 궁리해보는데......

"형! 걱정마! 이제는 우리 둘이야!"

사실 둘이어서 힘이 난 건 나였어요.

<지구인에게> 중에서.


SF물이었다가 감동이라는 반전과 함께 막을 내리는 이 동화가 우리에게 이야기 하고 싶은 건 뭘까? 더 많은 내용을 이 글에 담아보려하니 스포하는 것 같아서 자제를 좀 해야할 것 같다. 확실한 건 작가의 말에서 작가가 밝힌 것처럼 우리 모두는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으며 사랑해서 결혼했고,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아름답고 행복한 추억을 만드는 것'이라는 그의 말이 인상 깊다. 요즘 많은 일과 누적된 피로를 빙자한 귀차니즘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던 건 아닌지. 우리 가족의 시간은 늘 흘러가고 있는데, 이걸 너무 방치하고 있는 건 아니었는지 스스로를 반성하게 된다. <지구인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다는 걸 일깨워주는 이야기이다. 아이들과 혹은 가족과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눠보면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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