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슈의 발소리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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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라키의 머리>라는 작품으로 알게된 사와무라 이치의 신간 출간 소식에 얼른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호러라는 장르답게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섬뜩하지만 폭력이나 억압과 같은 결코 가볍지 않우 사회적 문제를 소재로 하고 있어 그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젠수리 발소리>도 다섯편의 단편이야기들이 담겨있다. <거울>, <우리 마을의 레이코씨>, <요괴는 요괴를 낳는다>, <빨간 학생복의 소녀>, <젠슈의 발소리> 등인데, 특히 <빨간 학생복의 소녀>가 인상에 남는다.

영업용 회사 차로 고속도로의 아랫길을 달리다가 대규모 연쇄 추돌 사고를  당한 주인공 후루이치 슌스케. 머리를 세게 부딪히는 바람에 뇌 안에 출혈이 생겨 도쿄 도 히가시무라야마 시에 있는 미쓰카도 학원 대학병원에서 머리를 열고 수술을 받는다. 당분간 입원해야한다는 진단을 받고, 입원 환자 307D가 된다. 회사 사람도, 아내도, 아들도 슌스케를 찾지 않았고, 그는 아무도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병실은 307A 미즈시나 씨, 307B 간바라군, 307C 모리 씨, 307D 4인실 슌수케로 4인실이었는데, 어느날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빨간 학생복의 소녀를 만나고 올 거라는 말을 남긴 채 죽었다는 미즈시나 씨 이후로 병실은 차례대로 환자들이 죽어나가는데...... 병실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슌스케는 무사히 살아서 병원을 나갈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빨간 학생복의 소녀>는 병원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 흔한 공포물인가라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야기는 반전을 가지고 있다. 슌스케의 어린 시절 친구였던 빨간 학생복의 소녀 히가가 사람들을  하나, 둘씩 죽이며 공포스럽게 다가오지만 또 자세한 사정을 알고나면 그것대로 '아, 그랬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나머지 네 편의 작품들도 큰 틀에서는 비슷한 느낌으로 전개되고, 마무리된다. 공포물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꽤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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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무녀
박해로 지음 / 북오션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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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속 오컬트라는 장르와 박해로 작가님의 신간이라는 소식을 듣고, 얼른 읽어보고 싶었던 <사악한 무녀>, 책 제목도 그렇지만 6장까지 있는 목차도 심상치 않다. 1장 죽도록 이웃에 시달리기, 2장 죽도록 귀신에게 시달리기, 3장 죽도록 무당에게 시달리기, 4장 죽도를 기억에서 시달리기, 5장 시달리기에서 벗어나기, 6장 악마를 시달리게 하기라니, 이상한 제목과 목차가 섬뜩하면서도 궁금해진다.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민규는 로또복권 1등 당첨으로 그동안 꿈꿔왔지만 실현할 수는 없었던 소설가의 꿈을 실현하기로 마음먹는다. 몇 달간 칩거 생활을 해가며 쓴 <떼부잣집 탐정>이란 추리소설은 다행히 먹고 살만한 수입을 남겼고, 차기작도 잘 풀릴 거라 예상하며 신축아파트인 '코어힐'에 입주한다. 하지만 '코어힐'의 부실시공으로 그곳이 인간 지옥임을 알게 되면서 민규의 꿈은 서서히 망가지기 시작한다. 자신을 겨냥한 채 반복적으로 들리는 소음 공격과 지독한 악몽으로 제대로 된 잠을 잘 수 없었던 민규는 불안감을 느끼며 신경질적으로 변해간다. 조용한 아파트를 찾던 중에 '동신아파트' 101호로 집 구경을 하러 가고, 2층에 무속인이 산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민규의 시달림은 외부로부터의 소음이 아닌 중국 장수의 신이 내려지는 신내림 증상이었고, 장군은 매일 밤마다 그를 찾아와 괴롭혔다. 2층의 천지신녀 무녀가 민규의 신내림을 막기 위해 무속적인 방법들을 동원하기 시작하는데...... 민규는 장군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소설의 초반부에는 무서운 사람을 비롯한 귀신도 하나 등장하지 않는데, 민규가 듣게 되는 온갖 소음과 악몽만으로도 무서움이 더해지는 듯하다. 토속 오컬트에 관한 이야기도 종종 찾아 읽는 편인데, 이 소설은 무속인과 신내림이라는 소재를 극대화한 스릴러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늘한 밤에 더욱 더 강렬한 서늘함을 느끼고 싶다면 이 책 추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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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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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관하여>는 책의 띠지 속 "부커상 최종 후보"라는 글귀에 호기심이 생겼던 책이다. 부커상은 영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상으로 노벨문학상, 공쿠르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 하나로 유명하다. 1969년 영국의 부커사가 제정했으며 작가의 국적과 상관없이 영국에서 출간된 영문 소설을 대상으로 수상작을 선정하는데, 2016년 아시아인 최초로 우리나라의 소설가 한강이 국제상을 수상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문학을 전공하면서 상을 받았거나 혹은 받을만큼 유명한 작품들은 미리 알아놓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고통에 관하여>는 오랜만에 나의 앎의 욕망이 작용한 책이다.


책은 첫장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읽는 이로 하여금 엄청난 속도로 몰입할 수 있게끔 전개된다. 작품 속 세상은 부작용없이 고통을 없애주는 진통제 NSTRA-14R가 개발되고, 사람들은 더이상 고통을 느끼며 살아가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한 신흥 종교 교단에서는 오히려 고통을 느끼며 사는 것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주장한 교단 내에서는 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 피해자들은 교단의 지도자들로 온몸이 고문의 흔적으로 가득했고, 체내에서 다량의 약물이 검출된다. 사건을 쫓던 형사들은 진범을 밝히는 과정에서 제약회사 테러 사건의 범인으로 수감되어 있던 태를 불러들인다. 태는 같은 교단 시설에서 자란 한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형사들은 숨어있는 한을 붙잡아 유치장에 가둔다. 한은 유치장에서 시체로 발견되는데...... 이들은 둘러싼 사건의 전모와 진실은 무엇일까?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유명 OTT의 드라마로 제작되면 상당히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고통이 없는 세상은 따스하기만 할까? 소설에서 던지는 의문은 묵직하면서도 철학적인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고통 없는 세상이 마냥 편할 것 같지만 한편으론 고통과 결핍에서 벗어나기 위한 인류의 지속적인 노력이 결국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주된 이유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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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기대 수명 시네마
노유정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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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도 제목도 독특해서 시선을 끌어던 책 <기대 수명 시네마>, 직업의 기대 수명을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기대 수명도 알려주고, 직업의 세계에 대해서도 안내하는 곳이 있다면? 그런 곳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제일 먼저 달려가서 나의 직업 기대 수명을 알고 싶다. 내게는 어린시절부터 꿈꿔왔던 진로가 있다. 지금은 꿈꿨던 일을 하며 살고 있는데, 세상에 영원한 건 없으니 언젠가 이 일을 놓은 채 다른 것을 하며 살게 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빠져들곤 한다. 만약 다른 일을 한다면 어떤 일을 하며 살 수 있을까? 이렇듯 꿈과 진로에 대한 고민은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소설에서는 11년 차 배우 지망생인 송세린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세린은 딱히 배우를 꿈꿨던 건 아니지만 연기에 재능이 있다는 말을 듣고 연극영화과에 진학하여 배우지망생이 된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배우 지망생들의 수순대로 극단에 들어가지만 그 때까지도 세린은 자신의 직업에 대한 확신이 없다. 그러던 어느날 아끼는 후배에게 자신의 역할을 빼앗기는 일이 벌어지고, 화가난 그녀는 극단을 박차고 나왔다가 기대 수명 시네마의 존재를 알게 된다. 때마침 시네마에서는 재연 배우를 모집하는 중이었는데, 세린은 6개월 계약직으로 근무하며 자신의 기대 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사라진 사람들의 기대 수명이 사라진 이유를 모색하고, 그들을 돕는 업무를 맡게 된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데......

 


어쩌면 직업을 선택하는 일은 길 위의 여러 갈피 중 자신만의 꽃 갈피를 발견해 피워 내는 것일지도 몰라요. 앞으로도 연우 님의 길 위엔 수많은 갈피가 놓일 거예요. 그런데 이제 연우 님은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 것 같죠? 모두 세린 님 덕분이에요.

p.323 중에서.

 


책을 읽고 나니 마음 속에 잔잔한 파문이 이는 듯하다. 사실, 인생에 정답은 없는건데...... 어디에서 무얼하든지 내가 행복하고, 만족하면 그걸로 좋은 직업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직업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거나 고민해봤던 이들이라면 흥미롭게 볼 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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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고 말할 때 초록잎 시리즈 14
신운선 지음, 유보라 그림 / 해와나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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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히지만 죽음과 이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의미있는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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