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것 - 다른 생명에게 배우기 반갑다 과학 5
이은희 지음, 해랑 그림 / 사계절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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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 걸까?
: 이은희 글•해랑 그림, 『어른이 된다는 것』 🌳 (사계절)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한 적 없다. 그래서 ‘어른이 된다는 것’이라는 제목만 보고 생각이 많아졌다. 법적으로 정해진 숫자가 내게 주어지면 어른이 되는 거라고,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건 당연한 거라고만 생각했다. 이 책에 쓰여진 것처럼 공부에 관련해서 알려주는 것은 넘쳐나지만 어른이 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은 없다. 수학 공식을 정리해놓은 수학 바이블과 같은 교재가 없다. 그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른이 될 뿐이다. 잘 먹고 잘 자고 아프지 않으면 몸은 자연스럽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잘 자란다. 그렇게 ‘어른이’, 몸만 어른이 된다. ‘어른이‘가 세상 곳곳에 참 많다. 몸은 어른인데, 마음은 어른이 되지 못 한 사람들이 많은 세상은 소란하다. 소란을 잠재울 방법조차 없다. 어른이가 아니라 진짜 어른으로 자라는 것 말고는.
자연으로부터의 배움이 매력적이다. 인간은 같은 존재니까 배울 점이 한정되어 있다(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런데 한눈에 담을 수 없는 지연은 배우고 깨달을 수 있는 것들이 아주 많다. 아낌없이 준다. 주는 것을 안 받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게 좋은 거라면 더더욱. 자연이 주는 것들이 내게 아주 유익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알아차림 이후에는 자연과 더 가까워지고, 자연으로부터 얻은 것들을 내 것으로 만들어 지금과 달라진 모습을 기대할 수 있으니 말이다.
재규어의 삶이 인상 깊었다.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이 기다림, 즉 인내심이다. 사냥을 다녀올 엄마를 얌전히 기다려야 하는 것은 어린 아이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쉽지 않은 일을 해내야 엄마가 물어온 사냥감으로 사냥 연습을 하고, 엄마와 같이 나가 사냥을 배우고, 엄마의 품을 떠나 자신의 영역을 찾을 수 있다. 시기에 따라 배우는 것이 다르다. 배우는 게 많을수록 나를 지켜주는 안전한 품으로부터 벗어나야 할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렇게 자신만의 삶을 가꿔 나가는 것이다. 독립이라는 것이 두려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영역인데, 그 영역에 첫 발을 잘 딛기 위해서는 시기마다 다른 과업을 잘 배우고 수행하며, 언제나 독립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독립할 때가 되더라도 독립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독립할 수 없다. 완벽한 준비는 없지만 아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독립을 안 하느니만 못 한다. 준비는 ‘어느‘ 정도라는 추상적인 기준이 반드시 존재한다. 추상적인 기준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가는 건 자기 몫이다. 만들어 가는 과정에 어른의 역할도 중요하다. 자신의 곁에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 중 필요한 것들을 알려줄 수 있는 좋은 어른들이 있다면 행운이고 감사한 일이다.
자연은 아주 냉정하다. 기회가 한 번 뿐이라는 것이다. 그 기회를 잡지 못 하면 죽거나 쫓기는 삶을 살게 된다. 만약 재규어가 기다리지 못 하고 밖을 나가면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쳤을 것이다. 기다림의 과제를 잘 수행하고 엄마가 알려주는 사냥법을 잘 터득하면 자신의 영역을 찾아 떠나야 하는 긴 여정의 과제만 남는다. 마지막 과제는 온전히 스스로 해야만 한다. 재규어의 성장 과정에 따른 과업을 보니 ‘독립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깨달았다. 독립을 위한 준비의 중요성 그리고, 삶의 최종 목표가 독립일지도 모른다는 것도. 독립이 삶의 또다른 시작이라는 것을 재규어의 삶을 통해 배웠다. 재규어 뿐만 아니라 뱀장어, 코끼리, 연어, 꼬마선충, 해달, 비버, 카나리아, 생쥐, 황제펭귄, 탈바꿈하는 동물들, 아홀로틀의 삶에서 배운 것도 많았다. 생김새, 생활 방식 등 같은 게 하나도 없지만 ‘삶‘이라는 거대한 세계가 각자 있다는 공통점에서 각자의 삶에서 배울 점이 다양했다. 타인이 아니라 동물의 삶과 일생 과업을 통해 삶을 이해하고,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어른이 된다는 것』을 통해 처음 깨달았다. 인간의 삶만큼 복잡하고 치열한 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인간인 나의 얕은 생각이었다. 어떤 삶이든 복잡하고 치열하기에 의미 있고 눈부시다는 것을, 고귀하지 않은 삶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삶이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존재해야 함을 배웠다.
재규어, 뱀장어, 코끼리 등 자연을 집터로 잡아 살아가는 동물들의 생애주기와 주기에 따른 과업을 통해 들여다 본 삶을 제법 ‘청춘’처럼 다가왔다. 치열하지만 그 안에 자신만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투명한 땀방울(새롭게 시작할 곳, 남은 생을 함께 할 짝, 사랑하는 이와 함께 만든 가족 등)과 같은 결과물을 얻어 내는 모습이 싱그러웠다. 제3자입장으로 보면서 ’새삼 내가 이렇게 멋진 삶을 살고 있는 존재구나.‘라고 벅찬 감동을 느꼈다. 잔잔하면서도 강한 울림이 있는 여운도 닿았다. 동물의 삶과 인간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간의 흐름을 타고 자라고, 시기에 맞게 과업을 수행하며 많은 변화를 경험하고, 자신만의 삶을 가꿔나간다는 점에서 동물과 인간을 구분짓는 모든 것들이 의미없었다. 자연을 통해 ‘삶‘을 천천히 통찰하고 다가가면서 ‘어른이 된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생각했다. 어떤 모습을 한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생각했지만 가로등 하나 없이 어둠이 내려앉은 길 위에 서 있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동물의 이야기를 통해 먼저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그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마음은 아이라서 두려운 것도 많고, 현명하고 지혜로운 어른들의 보호와 도움이 절실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다. 현명한 어른 코끼리들이 천방지축인 어린 코끼리들에게 다른 코끼리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법, 사회 규범 등 멋진 어른이 될 수 있도록 알려주는 것처럼 내게도 어른이 되는 방법을 알려줄 존재가 필요하다. 어른들이 하는 말이 잔소리로 들리고, 나를 위해서 쓴 소리를 하던 어른들이 꼰대 같이 느껴질 때가 있었다. 물론 어릴 때부터 어른스럽게 지낸 나는 잔소리를 자주 듣는 편은 아니었다. 어른이 된 지금 잔소리를 듣고 싶어질 줄 이야. 잔소리가 어둠이 내려앉은 길을 비춰줄 가로등이나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내게 방향키가 되어줄 것 같다. 어른인 내가 이제와서 누구에게 조언을 구해야할까? 솔직히 조언해달라고 누구를 찾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부끄럽다. 무엇보다 그동안 내가 맞다고 생각하고 살아온 시간을 스스로 부정하는 기분이 들어 불편하다. 매일 어떤 하루를 살아야 할지 고민해도 언제나 비슷한 하루를 산다. 반복되는 하루에 이렇게 비슷하게 살 거면 왜 고민하는 건지 답답함을 요즘 자주 느낀다. 그럼에도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걸 보면, 삶을 향한 나의 의지가 있다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 의지가 꺼지지만 않는다면 비슷한 하루하루에서 다른 점을 찾아낼 거고, 내 삶을 ‘나답게’ 색을 입혀 다채롭게 만들 수 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고, 도움을 받더라도 결국엔 스스로 해야 한다. 곁에 좋은 어른이 있다고 해도 어른은 길을 제시하고 방법을 알려줄 뿐, 그 길을 선택하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고 걷는 사람은 자신이다.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모르겠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어른? 누군가가 기댈 수 있는 어른? 좋은 것만 가진 어른이 된다면 좋겠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어떤 사람과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 건 다른 걸까?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는 생각해뒀다. ‘타인으로부터 자유롭고, 스스로 믿고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몸과 마음이 단단하고 건강한 어른으로 크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서 스스로 미안하다. 어른으로 산지 약 1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도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준비는 아주 오래 걸릴 것이다. 이 준비의 끝은 없을지도 모른다. 어른이에서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해 가고 있는 길이 쉽지 않다. 모양과 크기가 제각기인 돌, 제멋대로 뿌리를 내린 잡초, 다듬어 지지 않아 방향 없이 줄기를 뻗어 햇빛을 가리는 나무, 먼저 가겠다고 나를 밀치고 가는 이들의 뒷모습. 어른이 되기 위해 당연히 경험해야 하는 일이라는데 상처와 눈물의 경험 없이는 어른이 되지 못 하는 걸까? 이 경험들이 없어도 어른은 되지만, 이 경험들이 훗날 내가 딛는 땅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잘 넘겨야 하는 걸까? 어른이 되기 위해 겪는 통증이 웬만한 마음과 체력으로 버티기 어렵다. 그러면 나는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으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마음과 체력이 단단하고 건강한가 보다. 잘 버티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세상 곳곳에서 ‘독립’을 위해 부지런히 배우고, 익히고, 새로운 삶의 시작을 위해 떠날 준비를 하는 모든 존재에게 오늘도 당신의 하루는 눈부시다고, 눈부신 당신을 응원한다고 전한다. 내 응원이 닿아 잠시라도 가장 아름다운 세상의 장면을 보고 마음에 잘 간직하길, 보낸 응원이 내게 다시 돌아와서 나 또한 힘내어 주어진 삶을 부지런히 살아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쉽지 않은 어른이 되는 과정을 잘 버틴 어른이들, 진짜 어른의 세상이 조금은 다정하고 너그럽기를. 너무 힘들 때는 각자 삶을 바쁘게 살고 있을 어른이들과 진짜 어른들을 떠올리며 힘을 내보기를.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는 계속 생각하고, 바뀔 것 같다. 지금은 ‘누군가가 내게 도움을 청할 때 다정히 도와줄 수 있는 다정함을 가진 어른‘이 되고 싶다. 실험용 생쥐의 다정함이 다음 세대에 전해지는 것처럼, 나의 다정함도 세상 곳곳에 전해진다면 좋갰다. 태어날 때부터 품고 있는 다정함이 잘 발현될 수 있도록 세상이 다정해져야 한다. 세상을 다정하게 만드는 몫은 어른이다. 어른이 자신을 위해, 타인을 위해, 어른들의 보호와 사랑 그리고 도움으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다정함을 잃지 않고 세상을 다정하게 만드는 데 마음을 보태길 바란다. 작은 다정함이라도 보탤 수 있게 나 또한 다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 내 농도에 맞게 노력할 것이다.

★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사계절‘ 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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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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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게 거기 있었어
샤를로트 파랑 지음, 최혜진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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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을 받아들이는 과정
: 샤를로트 파랑 글•그림, 최혜진 옮김, 『그때 그게
거기 있었어』 🌳 (문학동네)

1월에 이 책을 만나게 된 건 아주 특별하다. 모든 걸 안다고 생각하지만 모르는 게 많은 우리에게, 한해를 다시 시작할 준비를 하는 1월에 딱 어울리는 책이다. 이 책을 소개한 편집자가 붙인 편지에 적힌 대로 모름을 받아들이는 일은 큰 용기와 잦은 연습이 필요한데, 뮈리엘과 함께 하면 될 것 같다.
’나는 뮈리엘이다!’라고 생각해보자. 이 숲에서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한 뮈리엘이 모름을 발견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생각보다 간단한데 쉽지 않다. 모름을 발견했지만 무엇인지 모르고, 모름을 알고 받아들이는 데까지 꽤 시간이 걸린다. 특히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자신하는 이들에게는 모름 자체가 아주 큰 과제인지도 모른다. 나는 평소에 모르는 게 있으면 바로 찾아보는 걸로 모름을 받아들인다. 내가 모른다는 것을 힘들여서 인정하는 게 아니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다행이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많다는 것이 부끄러울 때도 있지만, 재밌기도 하다. 모르는 것이 있다는 것은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고, 배우면서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얻는 성취감이 상당하다. 뮈리엘도 처음에는 모름이 무엇인지 모르고, 모름에 한 발짝 다가가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서툴렀지만 갈수록 모름과 가까워진다. 먼저 모름에게 인사를 건넨 뮈리엘이 편안해보인다. 그리고 평범하게만 보이던 뮈리엘의 하루하루가 전과 달리 특별해 보인다. 모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펼쳐지는 특별한 세계, 그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큰 용기와 잦은 연습이 필요한데 뮈리엘은 용기를 냈고 앞으로 자주 모름과 재미난 하루하루를 보낼 것이다.
‘앎‘과 ’모름’을 뮈리엘의 이야기로 간단하고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그림책이다. 장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말해주는 기분이다. 모름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큰 용기와 잦은 연습이 요구되지만, 재밌고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모름’을 생각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뮈리엘 덕분에 모름이 주는 것들이 긍정적으로 내게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일단 용기를 내어 모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차근차근하는 게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뮈리엘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생각에 벗어나 ‘모름‘을 받아들임으로써 지금 누리고 딛고 있는 세계보다 더 넓고 깊고 재밌고 특별한 세계를 만났으면 좋겠다. 뮈리엘이 앞으로 어떤 세계에서 어떤 경험을 할지 알 수 없지만 모름을 받아들인 이상 전과 다른 특별한 하루하루로 자신만의 삶을 잘 가꿔나갈 거라는 건 확신한다. ’이 숲’이 아니라 ‘뮈리엘의 숲‘을 만들 것이다. 뮈리엘의 용기 있는 모습에 나도 용기를 얻어 ’모름의 세계’에 발을 들일 준비를 해야겠다!

★ 매년 1월에 꺼내 읽어도 좋을 책을 만난 것 같다. 모름을 받아들이거나 새로운 도전을 하거나, 용기를 내야 할 때 뮈리엘을 떠올리며 힘내야겠다. 세상 곳곳에서 모름과 친해지고 있을 뮈리엘을 응원한다!

★ 이 책은 <뭉끄 6기> 활동을 위해 문학동네에서 받았습니다:D

#그때그게거기있었어 #샤를로트파랑 #문학동네 #뭉끄6기 #1월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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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기대하고 상처받지 마라 - 관계에 배신당하는 당신을 위한 감정 브레이크 연습
하야시 겐타로 지음, 한주희 옮김 / 갤리온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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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무엇인가.

: 하야시 겐타로, 혼자 기대하고 상처받지 마라(관계에 배신당하는 당신을 위한 감정 브레이크 연습)(모두와 잘 지내고 싶어 꾹 참는 당신을 위한 적당히 애쓰며 관계를 지키는 감정 조절 솔루션)(갤리온)


 

기대와 실망은 비례한다. 아니 기대보다 실망이 더 크다. 어째서 매번 기대하면 실망한다는 걸 알면서 또 기대하고 실망하는 건지 이해되지 않는다. 한 번 경험하면 안 하면 되는데, 인간은 어리석어서 매번 반복한다. 어리석은 게 아니라 가능성, 희망이라고 봐야 할까. 2025년은 기대하면 실망한다. 기대 같은 거 하지 말자.’라는 말을 속으로 자주, 많이 생각했다. 기대로 인해 실망하고, 상처받는 것이 두렵고 아프기 때문이다. 매일 마법 주문처럼 외우고 다짐해도 퇴근 후 집에 들어오면 실망과 받은 상처에서 괴로워하며 머리를 싸매다가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게 지쳐 잠드는 경우가 다반사다. 극단적일 때는 기대를 한 내가 이상하고 잘못이라며 스스로 몰아세운다. 근데 진짜 기대하는 내가 잘못일까? 이 책에서는 기대는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한다. 기대는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처럼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일단 기대는 자연스러운 것이며 기대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니 기대를 다루는 방법을 알려준다. 책에서 말하는 대로 기대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책에서 배운 것을 생각하고 적용하기 전부터 기대가 발생하기 때문에 책 내용을 떠올리기도 전에 실망과 상처를 경험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 책에서 배운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지만, 언제까지 기대하고 실망만 할 수 없고 기대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에 조금의 가능성을 보고 연습하고 싶다.


먼저, 기대의 이해가 필요하다. 기대는 인간의 본능 중 하나이며, 이성적 사고라기 보다는 자신도 모르게 솟구쳐 오르는 감각에 가깝기 때문에 이성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또한 우리는 설레게도 하고, 이루어지지 않으면 슬프게도 하며, 어떨 때는 긍정적인 감정을, 어떨 때는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한다. 기대하는 쪽과 기대를 받는 쪽이 존재하며, 상대를 향한 바람이며, ‘공존하고 싶은 마음이고 타인의 기대를 받으면 마음속으로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헌신 욕구가 발생하고, 잘 활용하면 인간관계에서 윤활유 역할을 한다. 이 책에서는 기대에 대한 내가 갖고 있던 생각을 완전히 뒤집는다. 기대에서 늘 실망만 경험했을 뿐, 긍정적인 부분을 경험한 적이 없는데 그건 기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무지했기 때문이다. 기대에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기대는 곧 바람이고 공존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상대를 위한 마음이라고 했다. 기대를 통해 늘 골칫거리였던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기대가 단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내가 기대를 불편하고 찝찝함을 남기는 무언가로만 생각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기대가 갖는 보이지 않는 면들이 이 책을 통해 드러났다. 이 책을 통해 기대를 제대로 이해하고, 기대하지 않아야겠다는 나의 극단적이고 불가능한 다짐에 변화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은 의지와 상관없이 기대와 공생하는 관계이고, 기대를 한다는 것은 내가 어떠한 행동을 하며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며, 기대 이전에는 반드시 우리 외의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니까.


매번 기대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바닷가에 쌓은 모래성처럼 쉽게 부서진다.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임을 알았다. 그러면 기대를 어떻게 다뤄야 할까? 이미 기대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실망도 많이 경험하고 상처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기대를 다시 이해하고, 기대를 다루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사실이 두렵다.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세계에 발을 들여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한숨이 나온다. 기대를 일상 중 나에게 유용한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배워야겠다. ‘기대와 제대로 공생하는 삶을 살아보자!


모두와 잘 지내려고 애썼던 마음이 상처받는 것은 기대때문이다. ‘매번 상처받고, 그 상처가 사람에게 받는 거라면 내가 너무 많이 바라는 건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솔직히 이 질문을 처음 들을 때 기분이 나빴다. 나의 기대는 많은 것도 아니고, 나만 좋자고 그러는 것도 아닌데 내가 기대를 많이 하고 나만을 위해서 바라는 것처럼 나를 이기적이고 나쁜 사람으로 말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동안 받았던 기대와 내가 했던 기대가 떠올랐다. 객관적으로 받은 기대와 한 기대에 대해 생각했다. 받았던 기대는 상대가 나를 위한 것이기도 했고, 상대 본인만을 위해 이기적인 바람이기도 했다. 그 기대로 힘들기도 했지만, 어떤 기대에서는 성장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기대에 대한 배신이 주는 경험은 당황스럽고 분노를 유발했지만, 반복되는 경험에 나름 나만의 방식이 생기기도 했다. 기대라고 해서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여기서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상대에게 한 기대는 상대에게 묻지 않고 내가 정한 거였다. 그래서 상대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당연했다. 기대치 조절이 필요했다. 내가 한 기대에는 상대를 위한 마음과 함께 좋은 결과를 얻고자 하는 마음이 들어있지만 나 혼자 생각하고 판단하고 통보하는 과정에서 내가 생각한 기대가 상대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고, 나의 기대와 상대의 기대에 차이가 있었다. 기대에 대해 이해하니 내 기대에 맞춰줄 거라고 확신한 결과가 실망과 배신이라는 점이 놀랍지 않다. 기대를 이해하고, 기대를 다루는 방법을 알고 나니 그동안 기대에 배신당한 수많은 순간이 나의 욕심과 부주의로 인한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기대가 무조건 이루어질 거라고 확신하는 마음부터 잘못되었다. 아무리 계획을 꼼꼼히 세우고 대안을 여러 개 준비해도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게 인생인데, 자신도 모르게 솟구쳐 오르는 감각에 가까운 기대라는 것을 어떻게 100퍼센트 채울 수 있을까. 기대에 대해 단 한 번의 의심도 없이 제멋대로 100퍼센트 믿고 나서 배신당했다고 난리 피우던 전의 모습들이 얼마나 최악이었을지, 생각만 해도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 없다. 기대를 다루는 방법 중, 이 기대는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고 먼저 생각하면 기대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생각보다 덜 힘들 거라는 방법은 인상 깊었다. 기대는 나도 모르게 솟구쳐 오르는 감정과 같은 것인데, 기대하고 근데 이루어지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하라니. 모순적이고 신박하다. 하지만 연습하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방법인 걸 보니 이 방법을 연습해서 나만의 기대를 다루는 방법을 찾아야겠다. ‘오늘 이런 기대를 했지만, 이루어질 확률은 0퍼센트에 가깝겠지.’라고 말하고 뒤에 이 말을 덧붙일 것이다. ‘, 안 이루어지면 어때? 인생이 그렇지, 내일은 이루어질지도 모르잖아.’. 이렇게 기대를 또 하는 것이다. 진짜 기대는 내가 조절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면서 동시에 기대치를 조절할 수 있는 권리도 내가 갖고 있음을 확실히 배웠다.


기대는 우리에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내가 기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쓰느냐에 따라서 유용하고 여러 면에서 부드러운 윤활제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매일 머리를 싸매고 괴로워하다가 겨우 잠든 밤이 편안하고 가벼운 밤이 될지도 모른다. 내 마음이 그동안 지옥이었던 것은 기대때문이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기대를 제대로 이해하고, 기대와 공생하는 관계임을 인정하고 기대를 다루는 방법을 알기 전까지는 기대는 곧 실망이었다. 기대하면 대부분 실망만 남았으니까. 기대가 긍정과 부정의 두 가지 측면을 갖고 있고, 내가 기대를 어떻게 대하고 받아들이냐에 따라 긍정의 기대가 내 것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기대는 내가 누군가에게 바라고 응원하고, 함께 좋은 것을 얻고 싶은 마음이다. 반대로 상대방이 내게 거는 기대 또한 그렇다. 그런데 그 기대는 각자 생각하는 기준이 달라서 상대방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래서 기대치 조절이 필요하다. 이 기대치 조절은 상대와 대화를 통해서 할 수 있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대화. 그리고 대화에서는 경청하는 자세와 상대가 본심을 자연스럽고 편하게 꺼낼 수 있는 반응을 보여줘야 한다. 처음에는 서툴러서 실수가 많고, 상대에게 한 기대로 인해 배신을 수도 없이 경험할 것이다. 하지만 배신당한 경험이 기대를 실망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 기대의 진정한 의미가 서로에게 전달되는 그날까지 계속해서 기대를 배우고, 기대를 다루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우리는 혼자가 아닌 함께 살아야 하고, 기대는 자기도 모르게 솟구쳐 오르는 감정과 같은 것이며 인간과 공생하며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줄 테니까.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웅진지식하우스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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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구직자 - 그리고 소설가 정수정의 화요일 다소 시리즈 5
정수정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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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구직자뿐인 세상에서 들리는 침묵의 아우성‘(모순)

: 정수정 소설, 연쇄 구직자(다산시리즈)


 

이 소설을 읽게 되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편하다. 너무 현실적이라서 읽으면서 한숨을 쉬지 않았던 페이지가 없다. 안타깝고 짜증나고, 화나고 답답하고. 그 이상일 때는 우울하기까지 했다. 소설의 주인공인 최지수가 세상 곳곳에서 있고, 나 또한 최지수이기도 하니까. 우리 모두는 연쇄 구직자 최지수와 별반 다르지 않는 삶을 살며 최지수로 살고 있다.


어렸을 때 2020년이 넘어가면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생기고, 우주를 자유롭게 오고 가는 시대라고 생각했다. 정말 어리고, 어린 만큼 무지했다. 과학의 날을 맞아 그린 과학 상상 그림 대회의 주제는 대부분 SF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들이 주를 이뤘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좋았던 것 같다. 그때는 그래도 말도 안 되는 일들을 상상하며 즐거워했을 테니까. 현실을 너무 잘 알아버린 지금은 당장 오늘을 살고,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내일이 고민이다. 매일매일 사는 게 가장 큰 문제고, 고민이다. 매일 하는 고민이 덜어지는커녕 계속 몸집을 키우고, 나를 괴롭힌다. 근데 나만 이런 게 아니라서 어디에 하소연 할 수도 없다. 다 다르지만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는 걸 알고 나서는 말을 아끼게 되었다. 어린 날 했던 철없던 상상에 더해 한 번 얻은 일자리로 평생을 일할 거라는 확신도 참 어리석다. 고등학교 때 진로 수업을 들으면 이젠 일자리가 고정적이지 않고, 지금 있는 일자리도 많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많이 생길 거라고 했다. 물론 사라진 일자리도 있고 생긴 일자리도 있지만 눈에 띄게 큰 변화는 없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새로운 것을 원하지만, 그 세상에 빨리 발을 담그고 오래 있던 이글을 새로운 것을 원하면서도 경력을 들먹이며, 오래된 것을 찾았다. 얼마나 모순적이고, 불편한 일인가. 그런 이들을 보는 건 어렵지 않다. 긴장되는 마음과 떨어질 거라는 마음에 드는 95%의 불안, 혹시나 하는 5%의 설렘을 품은 이력서들은 언제나 가면을 쓴 웃음과 냉정함, 건성으로 버려진다. 그렇게 마음도 준비한 시간과 비용도 길거리에 나뒹구는 담배꽁초보다 더 쓸모 없게 버려진다. 세상은 모순 투성이면서 동시에 정직적인 것을 요구하니 요구 당하는 을의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갑을 꿈꿔본 적 없지만, 그런 갑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살다보면 나는 그런 갑이 되지 않을 거라며, 내가 갑이 되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한다. 근데 그것도 잠시 갑도 을도 진절머리가 나서 갑과 을이 없는 세상을, 일자리에 목매지 않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꿈꾼다. 어릴 때는 무지하기 때문에 용감하게 꿈꿨던 것들이 어른이 되고 나니 모든 게 시간 낭비고 당장 가치가 없어서 모든 게 낭비가 되고 의미 없는 것이 된다. 최지수의 삶이 꼭 최지수 것만이 아니라서 다행이면서 참 안타깝다.


최지수는 직장을 제발로 나오고, 일을 다시 구하기 위해 전전긍긍한다. 2023~2024년에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읽는 내내 불편하고 속상하고, 짜증났다. 지수가 그만두겠다고 나오는 장면이 통쾌하지만은 않았다. 그 뒤가 어떨지 알고, 내가 생각한 대로 상황은 이어질 테니까. 역시나 내 생각대로 흘러가는 현실적인 지수의 일상은 괴로웠다. 알고 보면 좀 나을 거라던 누군가의 말은 틀렸다. 알고 보니 더 잔인하고, 괴로운 게 아니라 고통스럽다. 일자리를 그만둔 것까지는 일단 나쁘지 않았다. 지수가 스스로 선택했고, 참고 일했다면 더 최악의 상황이 지수를 괴롭혔을 것이다. 그때 지수가 감정적으로 한 선택인지를 생각했다. 감정적일 때 마음을 먹고 선택하면 분명 후회할 거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지수의 마음과 감정이 그때 격했던 것 같지 않다. 모든 걸 집어 삼킬 듯이 거칠게 타오르던 불길이 겨우 진정해서 재와 연기가 뒤섞인 상태였던 것 같다. 너무 지쳐 아무것도 남지 않은. 솔직히 그때 지수의 선택이 좋은 선택이었는지 모르겠다.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 쉽게 구해지지 않는 일자리에 힘들어하고, 직장이 없을 때 확실히 더 거친 세상으로부터 매번 불합격 도장을 받는 지수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이 정도도 예상하지 못했을까? 금방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여기 그만두고 조금 쉬다가 다시 일자리를 구하면 구해질 거라고, 일하던 것보다 더 좋은 곳으로. 근데 그건 착각이었다. 내 희망사항이었다. 쉽게 구해지지 않고, 구직기간이 길어지다보니 일상에 균열이 생기고, 별일 아닌 것들이 별일이 되고 생각지 못한 상황들이 들이닥쳤다. 특히, 돈에 그렇게 짜게 굴지 않았는데 돈에 짜게 굴게 되는 것이다. 무기력하게 매일 누워서 영상만 보던 나와 다르게 지수는 계속 구직 활동을 했다. 대단했다. 이력서를 몇 십통을 넣고, 뭔가를 배워보겠다고 주민센터에 방문해서 듣고자 하는 강습을 신청하는 등 계속 움직이는 지수였다.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했지만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지수의 능력을 알아주는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는 게 현실이었다. 현실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짰다. 짠 현실 앞에서 맥없이 무너지는 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모습이었다. 무너져서라도 존재할 수밖에 없으니까.


이력서를 보고 면접 보러 오라던 곳도, 출근하고 나니 내일부터 그만 나와 달라던 곳도 최지수의 삶에서는 볼품 없이 쌓이는 경력처럼 보였다. 1일에 몇 시간을 일했듯 그 일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경력으로 보였다. 그 경력이 쌓이면 정말 만능인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자리는 하나같이 잘하고 내 일처럼 일하길 원하는 곳뿐이다. 급여는 쥐똥만큼도 안 되면서 바라는 건 엄청 많다. 조건도 많이 따지고. 지수가 일을 오래 하지 않고 자꾸 그만둘 때는 뭐 그럴 수 있지, 계속 일했으면 호구에 등신, 나중에는 육체적심적으로 많이 다쳤을 거야, 등등 생각했다. 그런데 계속 반복되니 지수가 일할 생각이 있기나 한지, 이렇게 일일이 따지면 일할 곳이 있기나 한지 묻고 싶었다. 지수가 생각하고 바라는 조건이 얼토당토않는 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세상은 지수가 바라는 조건을 받아들일 만큼 마음이 넓지 않다. 그래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은 수그리고 들어가야 한다. 부려 먹는 사람과 수그리고 들어간 사람의 차이는 돈의 주는 입장, 받는 입장이다. 그 차이는 동전 앞뒤만큼 간단한데, 간단해서 가장 잔인하고 냉정하다.


오늘도 세상 곳곳에 있는 최지수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당신만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니라고, 그래서 위로가 되지 않냐고. 세상이 자신한테만 지랄맞게 구는 것 같다면 옆을 보라고, 옆 사람도 부글부글 끓는 냄비처럼 속이 시끄러울 거라고. 경력만 따지고 내 일처럼 몸이 부서져라 일하기를 원하는 더러운 세상이지만, 또 나를 써주면 금세 고마워지는 게 세상 아니냐고 덧붙여서.


일하고 있는데도 최지수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 일하고 있는데도 불안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을 안 해도, 하고 있어도 문제는 언제나 발생한다. 곳곳에서 연쇄 구직자들의 아우성이 들리는 것 같다. 적나라한 소리를 들을 자신이 없어서 이어폰 뒤로 숨는다. 이어폰을 잠시나마 현실 소음으로부터 나를 해방시킨다. 잠깐의 해방 뒤에 잔인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잠깐의 해방의 단맛을 놓질 못하겠다. 퇴근길이 울적하다. 얼마 되지 않는 시급을 받아가며, 사람들한테 시달린 오늘이, 내가 참 짠하다. 뭐 나만 짠하겠나. 버스 타고 멍하니 창밖으로 보는 최지수, 초점 없는 눈은 폰 화면에 고정한 채 손가락으로 빠르게 화면을 넘기는 최지수, 쩌억- 하품을 하며 피곤함을 드러내는 버스 기사 최지수, 아주 많다. 언제쯤 연쇄 구직자 없는 세상이 올까? 그런 세상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간절히 바라도. 연쇄 구직자, 참 잘 지은 별명이다. 오늘도 누구는 연쇄 구직자가 되고, 누구는 연쇄 구직자가 될 뻔한 위기를 겨우 면하고, 누구는 연쇄 구직자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고, 누구는 연쇄 구직자에게 자신의 일자리에 대해 떠들어대며 같잖은 위로와 조언을 했을 것이다. 수많은 최지수의 오늘 무게를 감히 추측해볼 뿐이다. 나도 최지수면서. 모두가 최지수라는 사실이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최지수의 삶을 벗어나려고 하면 할수록 더 구렁텅이로 빠지는 것 같다. 그냥 최지수임을 인정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연쇄 구직자 활동을 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 연쇄 구직자로 활동하는 기간이 불행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 당시에는 모르겠지만. 연쇄 구직자 활동은 꽤 오래 할 수 있지만, 계속 하지는 못한다. 언젠가 일자리를 구한다는 소리다. 나를 써주는 곳, 나의 능력을 알아봐주는 곳은 분명 있다. 서로 운이 좋다면 낭비하는 시간없이 바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서로를 만나기 위해 준비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고. 좋게 생각하자. 연쇄 구직자로 활동할 수 있음에 감사하자!


그리고 구직을 포기하거나 일을 하지 않아도 뭐 괜찮다. 이 말을 적는 순간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 남 일이라고 쉽게 말하는 걸로 보일까봐. 구직을 열심히 하고, 일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으니까. 근데 지수가 최지수에 적응한다고 말하던 장면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꾸 뭘하려고 애쓸수록 되는 게 없다고, 그러다보니 힘들고 괴로운 거라고. 그냥 나대로, 나 자신에게 적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금은 나에게 적응할 시간을 건너는 중이라고.


제목이 뭔가 호기심을 끌어서 펼친 책에서 만난 너무 현실적인 최지수의 이야기가 자주 생각날 것 같다. 생활하다가 내게서 최지수를 자주 볼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안타깝거나 답답한 마음이 들어 괴롭겠지만, 아주 가끔씩 웃어주고 싶다. 그 마음 안다고, 연쇄 구직자로 사는 게 많이 힘들지만 잘하고 있다고 덧붙이면서.


제목이 연쇄 구직자이지, 한 사람의 삶을 하루하루 기록한 일기장 같다. 직장을 그만두고, 쉬다가 다른 직장을 구하는 시간 속에서 일어난 많은 크고 작은 일들. 남편, 시댁, 도련님, 아버지, 서나, 미옥언니, 미진선배, 원 선배, 다솜이 등등. 그 중 돈과 관계에 대한 지수의 솔직한 심정을 드러낸 에피소드와 문장들에 눈길이 오랫동안 머물렀다. 남은 페이지가 얼마 되지 않을 때는 지수가 하던 일, 하던 생각 등 모든 게 덧없게 느껴졌다. 지수는 가벼워보였다. 왜 일을 구하겠다고 아등바등 매달렸는지 이유조차 사라졌다. 그냥 최지수로 있는 게 어색해서 최지수를 꾸밀 수 있는 수식어를 갖기 위해 스스로 괴롭혔다. 지수는 천천히 수식을 하지 않은 본인을 찾기 시작했다. 처음은 연쇄 구직자 최지수의 침묵의 아우성이었지만 이제는 최지수의 소리다. 어렵게 찾기 시작한 소리를 잃어버리지 않길 바란다. 세상 곳곳에 있는 모든 지수가.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다산에서 받았습니다:)

 

다산 : 서평 등록이 늦어진 점 너무 죄송합니다. 정말 잘 읽었습니다. 읽는 동안 일자리가 구해지지 않아 고통의 시간을 보냈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그때 참 힘들었는데 연쇄 구직자 활동을 했다고 생각하니 위로됩니다. 그 시기를 내 시간에서 가장 지우고 싶은 시기로 꼽았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세상 모든 최지수가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실적이어서 안타깝고 답답했지만, 공감했습니다. 종종 지수가 보고 싶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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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최지수에게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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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 - 비교와 강박을 내려놓고 삶의 중심을 되찾는 마음의 기술
전미경 지음 / 갤리온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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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들일 때, 진정한 ( )를 만날 수 있다.

: 전미경, 당신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비교와 강박을 내려놓고 삶의 중심을 되찾는 마음의 기술)(웅진지식하우스/갤리온)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 발견한 것은 없었다. ‘받아들임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을 뿐이다. 이 배움은 앞으로 삶을 살아갈 때 중요한 것이며, 이 배움을 실천하지 못해서 지나온 과거가 힘들었고 지나는 중인 현재가 힘든 것이다.


당신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라는 제목만 봤을 땐 조금 불쾌하고, 외로웠다. 특별하지 않고 지극히 평범한 나인 걸 아는데 제목마저 내게 그러니 진짜 나는 특별하지 않구나.’ 생각했다. 세상에서 동떨어져 있는 기분을 느꼈다. 그것도 잠시 내가 특별하지 않다는 말이 직관적으로 읽히지 않고 그 안의 의미를 파악했을 때는 위로의 말로 읽혔다.


우리는 늘 특별함을 쫓는다. 남들과 끊임 없이 비교하며, 남들이 보기에 부러워하거나 치켜세워주는 무언가를 갖길 원하고 하길 바란다. 그리고 실제로 갖거나 함으로써 그걸 증명하듯 sns에 올려 좋아요와 조회수로 만족감을 느낀다. 그 만족감은 일회성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더더를 외치며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지경까지 가게 된다. 본인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거의 없을 것이다.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받아들이라고 하면서도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 즉 슬픔과 우울, 고통, 힘듦 등 진짜 모습을 숨기거나 거리를 두고 행복과 웃음, 여유 등 거짓으로 꾸며진 일상을 매일 수십 개의 피드를 올림으로써 누군가가 누른 좋아요와 써준 댓글에 만족한다. 숨기거나 피함으로써 사라지거나 넘겼다고 생각하지만 틀렸다. 우리가 회피한 부정적인 감정들은 반드시 더 크고 깊게 찾아온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특히, 자신을 잃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자신을 되찾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수많은 관계 속에 놓인 우리는 진정한 관계를 꿈꾸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진정한 관계가 손에 꼽을 정도거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필요나 목적이 있는 수단으로 맺어진 관계뿐인 현대사회에서는 놀랍지 않다. 진정한 관계는 타인을 완전히 인정하거나 소유할 수 없는 미지의 존재라는 것을 인정할 때 맺을 수 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매번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때 빨리 친해지길 원하고, 아낌없이 주는 편이다. 상대는 나와 같은 생각이 아닌 경우에서 혼자 상처 받고,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많다면 자책한다. 상대를 거의 알다고 내 마음대로 생각한 결과였다. 반복되는 과정에서 관계에 진저리를 치고, 목적이 없다면 관계를 맺지 않는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타인은 우주와 바다보다 더 미지의 존재라는 것을 까먹는다. 타인을 미지의 존재로 인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다. 그래서 매번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상대와 있었던 일을 나노 단위로 쪼개어 혼자 분석하고 의미 부여하며, 스토리를 만들고 결국 스스로 비련의 주인공이 된다. 이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괴롭지만, 멈추는 것이 두렵다.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받아들임이 진정한 자유와 진정한 관계, 진정한 삶을 가져다주는 것을 이 책에서 여러 번 말한다. 핵심이 받아들임이다. 내가 가장 못하고, 어려운 것이 받아들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뭔가를 받아들이는 것이 능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건 내 착각이다.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넘기는 것이다. 변화를 줄 수도 없고 바뀌지도 않아서 정면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으니까. 한계상황처럼 말이다. 당연히 마음과 머리에 계속 남아 되감기를 하고, 진실과 멀어지고 한 편의 드라마를 쓰는 건 금방이다. 받아들이는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


언제 올지 알 수 없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좇아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사는 삶은 정말 고단하고 외롭다. 근데 그 당시에는 그것을 알지 못한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깨닫는다. 영원히 곁에 있어줄 것 같던 가족들이 떠나거나 살아있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을 때처럼 극단적인 상황에 놓여서야 말이다. 우리는 현재를 사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현재를 산다. 당장은 굴러가는 것처럼 보여도 현재에 집중 못 한 결과물은 현재를 받친 미래에서 잔인한 형태로 나타난다. ‘지금 이 순간이 모여 미래가 된다는 것을 이론적으로는 안다. 하지만 그 이론을 적용하여 현재에 초점을 맞춘 삶을 사는 이들은 드물다. 이론이 바탕이 되지 않고 맨땅에 헤딩하듯 부딪치듯 산 삶은 돈과 명예, 지위로 완전함을 손에 쥘 것 같았지만 결과는 산산이 부서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완전함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알아주는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취직하고, 수준 맞는 사람(이 수준이라는 것이 뭘 말하는지 모르지만)과 결혼하고 모두가 그런 것처럼 아이를 낳고, 자녀를 좋은 대학을 보내고 대기업에 취업하도록 지원하는 등 뻔한 스토리 말이다. 언제부터 이런 진부한 흐름이 완전함의 기준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해진 틀 밖으로 벗어나지 않고 만든 삶이 완전하다고 믿는다. 대부분 완전함이 가능하다는 환상을 품고 살아서 나중에 환상이 깨지는 순간에 처절히 무너진다. 애초에 환상 같은 건 깨부숴야 한다. 완전한 것은 없다. 이 사실부터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미완전함 안에서 이미 완전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것도. 완전함을 꿈꾸고 좇는 것이 덧없다는 것을 일찍 직접 경험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환상 속에 사는 것이 고단한 현재를 위로할지 모르지만 잠깐이다. 그 환상 속에서 시들고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보바리 부인의 삶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아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삶은 유한하다. 알고 있지만 죽음은 나에게 너무 멀고 희미한 세계라서 유한성이 와닿지 않는다. 유한한 삶이 내게 무슨 의미를 가질까? 처음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유한하니까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게 나만의 삶을 살자? 유한한 삶이 눈앞에 다가온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 살기 시작하고 그동안 놓쳤던 일상의 순간들을 소중히 느낀다. 인간은 참 어리석고 찌질한 존재라고 여러 번 생각했다. 왜 뒤늦게서야 후회하고 반성하고, 깨닫는 걸까? 뒤늦게라도 후회와 반성, 깨달음을 얻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확실한 건 삶이 유한하다는 것만으로도 주어진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설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자유와 선택이 있다. 자유와 선택을 온전히 누리며, 타인이나 세상에 맞춰진 기준이 아니라 자신의 기준에 맞춰 자신에게 가치 있고 어울리는 삶을 살아야 한다. 삶이 유한한 이유는 고통과 불행에도 끝이 있음을 알려주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그 끝에서 만날 달콤함이 얼마나 황홀할지 기대가 되는 것도 같다.


유한한 삶. 문득 달리는 버스 안에서 창밖을 보니 제 수명을 다하고 길거리로 떨어져 바람과 사람들의 발길에 이리저리 쉽게 치이는 나뭇잎, 갈색 옷을 입고 겨울바람에도 단단히 서 있는 나무,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달리는 차들, 바깥 풍경을 가득 채운 것이 덧없이 느껴진다. 진짜 인생은 춘몽이다.


삶은 고통이다. 불행과 고통이 삶이라는 것을 부정하려고 하니까, 부정적인 것과 거리를 두려고 하니까 괴로운 것이다. 삶은 애초에 고통과 불행으로 점철되어 있고, 우리는 각자 주어진 불행과 고통을 이겨내고 주어진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이라는 것을 선물 받은 것이다. 이런 선물을 원한 적 없으나, 불행과 고통을 준 대신 삶이라는 거대한 도화지를 줬다. 네 것이니 마음대로 그리고 지우고, 칠하라며. 우리는 각자 도화지가 있음에도 남들을 따라하고, 더 좋은 것을 좇다가 신이 준 도화지를 버리고 자신을 잃어버린다. 신은 버려진 도화지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신은 이마저도 예상했을지 모른다. 신은 혀를 차거나 그럴 줄 알았다며 비웃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신은 우리에게 여러 번 기회를 준다. 유한한 삶, 고통과 불행으로 굴러가는 삶의 단맛을 맛보게 하기 위해.


모든 것은 받아들이는 것으로부터 진정으로 얻을 수 있다. 받아들임이 갖는 진정한 의미에 대한 발견을 내 몫이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매일 받아들임을 경험하고 익히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자유롭다고 느낄 때, 머릿속에 한 문장이 떠오를 것이다. “, 받아들임이 비로소 내 것이 되었구나.”


특별하지 않다’,가 아니라 특별하지 않아도 된다고 있는 그대로 특별하다고 말해준 이 책이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여정에 있는 이들을 잘 찾아갔으면 좋겠다.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갤리온’(웅진지식하우스)에서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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