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내리기 일보 직전 문학동네청소년 ex 소설 1
달리 외 지음, 송수연 엮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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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아내리기 일보 직전이 가장 떨리는 것 같아.

달리, 듀나, 박애진, 최영희, 녹아내리기 일보 직전(문학동네)

 

녹아내리기 일보 직전은 표준과 정성에서 벗어나 청소년의 개별성과 주체성을 확인하는 네 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네 편 모두 개성을 가득 담고 있어서 읽는데, 마음을 톡톡- 건드는 매력이 상당하다.

최영희 작가 특유의 B급 유머가 돋보이는 지퍼가 내려갔어는 여중생 채이가 오빠 채윤에게 닭다리를 빼앗긴 설움을 풀기 위해 청소년 감시단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불량 청소년 감시가 임무인 줄 알았는데 파충류 외계인 렙틸리언을 색출하라는 믿기 힘든 임무가 내려지고, 아이돌 같은 전학생 도챈스를 렙틸리언으로 의심하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여중생 채이는 여중생의 통통 튀는 매력과 당찬 모습은 물론, 낯선 존재에 대한 거부감이 아닌 익숙함, 익숙한 존재에 대한 낯섦에 대한 덤덤한 모습을 통해 나의 여중생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박애진 작가의 알 카이 로한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 서러워하는 정윤의 마음을 대변하는 작품이다. 속상해 하는 정윤을 위로해주는 건 넌 알 카이 로한의 후손이야.”라는 할머니의 말이었고, 정윤은 매달 삼백만 원이 입금된 할머니의 통장과 의문의 남자가 찍힌 흑백 사진을 발견하면서 정말 자신이 외계인의 후손일지도 모른다는 특별함에 이끌린다. 정윤의 상황과 마음이 내 상황이고 마음이던 때가 있었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힘들었다. 잘해보려고 하면 꼭 어긋나는 게 처음부터 친구와 어울릴 수 없는 운명을 타고 난 거라고 생각했다. 적극적이지 못하고 남들이 따르는 성격이 아닌 나를 원망하면서 친구를 무조건 가져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럴수록 나를 잃어가는 것은 물론, 친구들과 친해지는 건 밤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힘들어졌다. 어느 순간 친구 만드는 걸 포기했다(지쳤으니까). 포기하고 나니까 친구가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그렇게 애써도 되지 않았던 것이 내가 포기한 순간 되는 상황에서 억울함과 안심의 한숨이 모순되게 함께 일어났다. 정윤은 할머니의 말로 위로를 받았지만 나는 위로받기 전부터 도망갔다. 위로는 내게 전혀 들어먹지 않았다. 위로의 말들이 아무것도 없으면서 입만 나불대는 기괴하게 생긴 탈을 쓰고 나를 놀리는 인형 같았다.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고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것이 많은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은 신비로운 일이지만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그 순탄치 않은 과정을 넘기고 나면 진짜 친구가 된다. 진짜 친구가 되어도 언제든 다툼이 일어날 수 있고, 서로 시간을 가지며 이어나갈 수 있는 관계다. 정윤이 부디 영화와 세진과 진짜 친구로 오랫동안 우정을 잘 이어나갔으면 좋겠다. 셋이서 나눈 이야기가 가볍게 여겨지지 않길 바란다.

듀나 작가의 자코메티는 외계 로봇의 침략으로 기계 도시가 된 안양시를 그린다. 아비규환이 된 세계에서 도망자로 살아가는 찬미와 성격부터,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 모든 게 다른 민정이 함께 지내면서 마주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맞는 게 하나도 없는 두 사람은 낯선 생명체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공통점을 지니고 더 넓은 세계로 발걸음을 옮긴다. 개인적으로 자코메티의 엔딩이 좋았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함께 선택받았다며 가자고 손 내미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정말 다행이면서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외계인이 등장하면 항상 외계인이 공격하고 정복하면서 인간이 살 곳을 찾아 떠나가거나, 인간과 외계인의 전쟁으로 인해 승리와 패배가 완벽하게 나뉘는 엔딩뿐이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경계와 공격적인 시선으로만 외계인을 바라봤던 시선과 달랐다. 낯선 생명체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자칫 갇힐 수 있는 SF장르의 엔딩을 확장시켰다. 찬미와 민정이 도착한 그곳에서는 어떤 생명체를 만날지 모르고,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하나도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외계()를 더 이상 경계와 공격적인 태도로 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찬미와 민정이 첫 걸음을 뗐고, 괜찮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달리 작가의 기억의 기적은 누구나 원하는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미래 사회를 그린다. 수우는 갑작스레 자신을 떠난 민하와의 깨진 우정을 마주하기 위해 시간 여행사의 도움을 받고, 과거의 자신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며 진실을 찾아 헤맨다. 그런 수우 앞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면서 이 소설은 깊이 있게 독자를 끌어들인다. 네 편 중, 마음이 갔던 작품이다. 기억의 기적, 이라는 제목부터 뭔가 기적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수우와 민하의 우정, 과거로의 시간 여행, 시간 여행 속에서 만난 친구, 시간 여행 속에서 마주한 진실. 이 소설은 우정과 시간, 타인과 나라는 키워드로 설명된다. 깨진 우정을 마주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용기가 필요하다. 수우와 민하는 각자의 기억으로 깨진 우정을 마주하고, 과거에는 하지 못했던 마음을 전한다. 서로 갖고 있는 기억이 달랐지만, 그것마저도 진실이라던 민하의 모습에서 둘의 우정은 한 번도 깨진 적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깨진 것이 아니라 서로를 잘 알고 있다는 마음이 우정을 앞서 나갔던 것이다. 시간 여행 속에서 서로의 기억으로 과거와 깨진 우정을 마주하고, 전과 다름없이 어디서든 어떤 모습이든 평생 친구 하자는 둘의 약속은 꼭 지켜질 것이다. 서로 같은 마음이니까.

SF장르를 늘 낯선 무언가의 등장, 이라고만 가볍게 생각했다. 내가 쉽게 생각했다. SF지금 이곳의 당연함을 가장 낯설고 새롭게 보여주는 공간’(212)으로 변방의 장르라고 불렸던 게 무색할 만큼 가시적이다. 녹아내리기 일보 직전을 통해 가장 익숙했던 것들을 낯설고 새롭게 만날 수 있었다. SF 소설집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달라서 계속 눈이 가고 마음이 가는 청소년들에게 특별한 시간을 선물해 줄 것 같다. 네 편의 작품에서 만나는 낯선 존재들이 사실은 아주 익숙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것이다. 우리의 기대에 부응해 줄 낯선 존재가 사실은 익숙한 존재이고, 그 존재가 나 자신으로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틈틈이 알려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정확하게 뭐라고 정의할 수 없는 나를 감싸 안는 모든 것들로부터 나 자신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SF와의 특별한 만남을 선물해 준 네 명의 작가님과 문학동네 편집부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문학동네로부터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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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세계최강입니다 - 제4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 수상작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박상기 지음 / &(앤드)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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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조연은 없어, 주연만 있을 뿐.

박상기 장편소설, 우린 세계 최강입니다(앤드)

 

주원, 영훈, 아민, 성진, 지유 모두 비 맞는 방식이 모두 달랐고, 어느 한 사람만 주목하기 싫다던 작가님은 모두를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모두 주인공으로 만들어준 작가님께 고마웠다. 주인공이 있으면 그 뒤에는 주인공을 더 빛나게 해주는 조연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내심 싫었다. 이왕이면 조연보다 주연이 좋지 않은가. 조연도 자신의 입장에서는 주연이니까.

세계최강밴드를 응원하고 싶다. 각자 품고 있는 상처의 크기와 깊이가 다른 이들이 모여 세상을 향해 연주하는 단 하나뿐인 밴드니까. 부모님의 이혼에 숨겨진 사실을 알고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고 연을 끊고 살던 주원, 왕따 피해자 형의 견디다 못한 의자 휘두름으로 인해 순식간에 가해자가 되어 쫓기듯 살던 곳을 떠나 이름을 바꾼 채 정체를 숨기며 살던 영훈, 차기 걸그룹 데뷔에 유력한 연습생이자 세계최강 밴드의 보컬 아민, 세계최강 밴드 동아리의 지도 교사 성진,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했던 지유. 캐릭터마다 분명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그 이야기를 자신이 드러내기보다 누군가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드러난다. 영훈과 성진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입과 손가락으로부터 나오면서 사실이 아닌 부분이 사실이 되고, 살까지 붙어 진실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만큼 부풀어진 눈덩이가 되어 영훈과 성진의 뒤를 쫓는다. 영훈과 성진은 분명 사람들이 알고 손가락질 하고 수군대고, 따가운 시선을 보낼 날을 수도 없이 상상했을 것이다. 막상 그런 날을 마주한 그들은 생각보다 단단했다. 속은 무너져 내리고 있는지 몰라도 겉은 꿋꿋했다. 그들이 단단할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수도 없이 그려본 그날을 마주하는 수많은 자신을 상상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이 아니며 숨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거나(영훈), 당시에 자신을 괴롭히는 것(, 아픈 동생, 엄마 등)에 가려져 못 본 척 했던 것(지유의 마음)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할 거라는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영훈과 성진과 같은 상황에 놓였다면(상상만으로도 괴롭지만), 나는 또 다시 숨을 곳을 찾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을 것이다. 숨고 나면 떨리는 심장을 부여 잡고 아주 잠깐 숨을 고를 수 있지만, 들키게 되면 또 다시 도망가야 하고, 그렇게 내게 주어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채 어둠만 쫓아 완전히 어둠이 될 거라는 두려움을 안은 채 말이다. 나와 달리 숨지 않고 세상을 향해 고개를 든 영훈과 성진에게 아무 말 없이 환한 웃음으로 응원과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다섯 인물의 이야기 모두 내가 겪었거나 혹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들이다. 누구나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유 모를 안도감이 느껴진다. 다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수군대고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살을 붙여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들의 태도가 모순적이라는 것이 당황스럽다. 삶의 주인공은 나 자신인데, 언제부터 타인의 개입이 자연스러워진 걸까. 타인의 개입으로 본인 삶의 색은 물론 형태마저 잃어가는 삶을 더러 본 적 있다. 그들이 맞고 있는 비를 같이 맞아줄 마음이 없다면 눈길조차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눈길이 관심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관심은 눈길에 마음이 있을 때 성립하는 것이다. 비를 피할 우산이 없어도 좋다. 그냥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어도 상관 없고, 곁에 있어 주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된다. 비가 그치고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날이 오면, 비를 함께 맞아줘서 고맙다는 듯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나를 보며 환하게 웃어줄 테니까.

세계최강 밴드 안에서 각자 역할을 맡아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일은 주원, 영훈, 아민, 성진, 지유에게 있어서 기분 좋은 시원한 바람 또는 저 멀리서 반갑게 손을 흔들며 나를 향해 뛰어오는 친구들인 지도 모른다. 또다시 그들에 비가 내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이겨내는 방법을 알고 있다. 아니, 비가 멈추고 해가 뜬다는 것을 안다. 비가 내리는 무대에서도, 비가 그치고 맑게 갠 무대에서도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꿋꿋하게 온전한 자신으로 하루하루를 연주하며 멋들어진 삶을 만들 거라는 걸 안다. 그들의 밴드 활동을, 앞으로를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린 세계최강 입니다!’ 하고 외치고 시작하는 무대는 모두가 행복할 것이다.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넥서스 앤드출판사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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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탓 멈추기의 기술 - 당신을 망치는 부정적인 혼잣말과 깔끔하게 이별하는 법
케이티 크리머 지음, 김지혜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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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멈출 때,

케이티 크리머, 내 탓 멈추기의 기술(위즈덤하우스)

 

요즘 자신을 돌봐야 한다라는 주제로 책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나를 돌보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에게는 괜찮은 지침서가 생기는 건 좋지만, 이런 책들이 많이 나오고 읽힌다는 사실이 곧 우리가 마음을 다칠 일이 많고 다친 마음이 아물기도 전에 위험한 상황에 놓여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런 책들을 통해 얻은 것들을 내 것으로 만들어 실제로 적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이 책을 읽고 든 생각은 하나다, 내 의지가 정말 중요하구나. 내가 아니면 나를 향해 겨눠져 있던 수많은 화살의 방향을 바꾸거나 모조리 부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구나.

나를 가장 우울하게 하는 사람은 나였다는 문장에서 약간 억울하기도 했다. 누구보다 나는 나를 잘 알고, 다치지 않게 위협하는 것들로부터 거리를 둔다고 확신했다. 근데 나를 가장 우울하게 만드는 건 나였다.(인정하고 나니까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나는 활짝 웃는 모습보다 무표정 또는 쳐져 있는 어깨와 그림자가 진 얼굴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분위기가 있다고 착각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느 순간부터 착각으로 만든 얼굴이 내 진짜 얼굴이 되고, 자연스럽게 그림자가 되기 시작했다. 그림자가 되고 싶지 않았고, 벗어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건 내가 가장 잘 알았고 누구보다 잘했다(인정하니까 편하다). 셀프 악담부터 내 목소리와 표정, 행동이 아닌 타인의 목소리와 표정, 행동에 기준을 뒀기 때문이다. 셀프 악담은 쉬웠고, 쉬운 만큼 자주 했고 그렇게 혼자 예민해지고 몸을 웅크린 채 빛이 전혀 없는 동굴로 들어가기를 선택했다, 아니 동굴이 되었다. 스스로 악담을 많이 한다는 것도 의식하지 못했다. 크리머의 날카롭고 현실적인 말들에 깨달았다.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셀프 악담이 없던 적이 없고, 셀프 악담은 물론 내가 만든 타인의 울타리로부터 한 번도 자유로운 적이 없으며 그렇게 내 삶이라는 가면을 쓴 채 현실은 내가 없는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이마저도 억울했다. 누구도 나한테 강요한 적 없는 삶을 꾸역꾸역, 살아왔다는 사실에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 너무 아까웠고, 그 시간을 걸어온 내가 안쓰러웠다. 여전히 이것도 내 탓이라고 화살을 스스로 겨누는 내 모습이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언제부터 내 탓을 하기 시작했을까? 내 탓을 하는 게 왜 쉬워졌을까? 내 탓의 시작을 찾기가 어려웠다. 솔직히 그 시작을 마주하기가 두려운 마음이 크다. 확실한 건 내 탓을 하면 불편한 상황에서 빠르게 벗어나면서 의외로 간단하게 정리되었다는 몇 번의 경험이 내 탓 우수자로 만들었다. 굳어버린 내 탓은 나와 상관없는 일들에서도 내 탓을 찾아 그 짐을 떠안았다. 반복될수록 세상 곳곳에서 일어나는 불행한 일들이 모두 나로 인해 발생한다는 무섭고 외롭고 거칠고, 두려운 생각마저 들었다. 어쩔 땐 영원한 잠을, 먼지보다 더 가볍고 하찮게 사라지는 꿈이 실현되길 간절히 바랐다. 마음에 먼지 따위가 드나들 공간마저 없었던 때 말이다. 그때 크리머를 만났다면 스스로 상처 주는 일도 동굴을 여러 번 오가는 대신 탁, 트인 바다를 보거나 초록색으로 가득 채워진 산을 걸으며 마음을 토닥이는 시간을 가졌을 텐데. 지금이라도 크리머를 만나 지금까지 내 탓을 해왔던 시간, 셀프 악담, 타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 한 내 삶에 대해 구체적으로 진단할 수 있었다. 크리머의 현실적인 조언을 어떻게 적용하고 꾸준히 연습해야 하는 건 온전히 내 몫이다. 나를 가장 우울하게 만든 사람이 나였고,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도 나였다. 이제 우울에서 벗어나 행복해지고 싶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하루하루에 나만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 느끼면서 행복을 키우고 싶다. 나를 괴롭히는 셀프 악담, 내면의 비평가에게 단호하게 대처하며, 긍정적이고 용기를 돋우고 진심으로 응원하는 내가 되기까지 크리머가 알려준 방법들을 꾸준히 연습할 것이다. 내 삶의 주연은 나이고, 나만이 내가 원하는 대로 변화를 끌어낼 테니까.

우리는 크리머가 말한 것들을 다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수많은 이유를 들어 못 본 척하거나 스쳤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탓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은 당장 이 책을 펼쳤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사실은 자신의 탓이 아닐 때가 더 많았다는 것을, 상황을 빨리 정리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테니까. 그리고 셀프 악담과 타인의 울타리, 내면의 비평가에게서 꽉 잡힌 세상에서 벗어나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숨을 아주 편안하고 잘 쉰다는 사실을 경험할 테니까. 내 탓은 멈추고 긍정의 말로 용기를 만들고, 믿음을 다져 건강한 가 되기를, 모두가 자신을 가장 우울하게 만드는 게 아니고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날이 오길 바란다. ‘내 탓 우수자의 명찰을 시원하게 떼버리길!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위즈덤하우스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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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질수록 행복해진다 - 관계 지옥에서 해방되는 개인주의 연습
쓰루미 와타루 지음, 배조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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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질수록 행복해지는 거라면 (멀어져볼래. 행복해질래.)

쓰루미 와타루, 멀어질수록 행복해진다(위즈덤하우스)

 

그동안 스스로 몰아세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이상한 줄 알았다. 낯선 곳에서 적응이 더디거나 피하고, 사회성도 없어서 어울리지 못하고. 사회 부적응자’, ‘비정상이라는 나에게 어울리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전에 잠깐 일하던 곳에서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식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앞에서는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며 웃었지만, 생각할수록 화나고 억울했다. 직접적으로 그런 식으로 말한 사람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나보다 더 사회성이 부족해 보이는 사람에게 듣고 나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한동안 그 말이 나를 따라다녀 사회에 발을 못 들이게 했다. 적응을 어려워하고 어울리지 못한다는 건 나도 알고 있다. 적응과 어울림이 필요할 때는 나름 노력하면서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무조건 적응하고 어울리는 것이 사회가 바라는 인간의 모습이라는 것, 하지만 나는 사회의 강압에 응답할 필요가 없다는 것, 내가 있을 곳은 내가 필요로 하는 곳 그리고 모두와 거리를 좁히면서 관계의 망을 넓히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쓰루미 와타루는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들려주며 말한다. 그의 경험에 용기를 얻은 것 같다. 맞다.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이들의 말과 표정에 현혹되어 나를 버리기를 자처했고, 나를 잃어가면서 불행해졌다. 나의 마음과 다르게 행동하던 나는 천천히, 부서지고 가라앉고 있었다. 쓰루미 와타루와 너무 늦지 않게 만나 다행이다.

멀어질수록 행복해진다고? 물음표가 생겼다. 멀어질수록 외롭고 힘들다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살았다. 근데 가까워질수록 행복해졌던가? 이 질문에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거리가 좁혀졌을 때 행복했던 적이 있긴 했으나 오래 가지 못했고, 숨이 잘 안 쉬어진다는 느낌이 자주 들었다. 답답하고 힘들더라도 나를 위해서 관계를 어떻게든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끝에서 몸을 웅크린 채 어둠으로 숨어 들어가는 건 항상 나였다. 학창 시절, 소수 인원으로 친구와 어울리기 좋아했던 나는 늘 떨어져 나가는 돌멩이고, 친구들에게 미운 시선을 받았다. 그 순간들만 떠올리면 괴롭다. 친구 관계에서만 그랬던 건 아니다. 가족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족은 내 인생의 전부다. 그때도 지금도. 특히 부모와의 관계에서(엄마와는 더). 사랑만 가득할 것 같던 가족 안에서도 미움과 원망은 수시로 자라고, 나는 가족 안에서 자라는 이 감정들이 낯설고 당황스러워 억지로 웃고 괜찮다고 말해야 했다. 가족 앞에서만큼은 솔직할 수 있다고 자신했는데, 어느 순간 거짓이 늘었고 거리가 너무 가까워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시원한 바람이 오가는 창이 되어주던 가족이 창을 굳게 걸어 잠그고 자물쇠를 채울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항상 왜 사랑하는 가족과 있는데, 내 전부를 다 줘도 아깝지 않은데, 가족이 없는 세상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목이 메는데 함께 있는 게 더 이상 행복하지도 않고 답답한지 궁금했다. 답은 아주 가까이 있었고, 너무 가까워서 알아차리지 못했다. 거리였다. 가족과는 모르는 게 없을 만큼 가까웠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그래야 할 필요가 없는데도 말이다. 일차원적으로 봐도 가까운 관계인데 더 가까워지려고 하니 탈이 난 것이다. 이제야 알아버린 지금이라도 거리를 두기 위해 애쓰는 중이지만 그게 상대방에게는 자신을 피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내 마음을 보지 못하고 그들을 위해 내 전부를 맞췄다. 이제는 나만 생각하고 싶다. 거리를 두는 것이 나를 위해 괜찮은 선택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더 그렇다. 내 생각과 내 선택에는 내가 아닌 모두가 존재했다. 한 번이라도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선택했던가. 마음에 큰 구멍이 난 것 같다. 그 구멍으로 부서져 나간 나를 어떻게 찾아와야 할까.

아무에게나 곁을 내어주지 말고 가족이란 이름의 지옥에서 해방되고, 짝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고 어디서나 내 마음을 편안한 곳에 둘 것.’ 쓰루미 와타루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일일이 알려줘야 하는 사실을 진실하고 명확하게 말한다. 관계 지옥에서 해방되는 개인주의 연습을 하도록 부추긴다. 우리의 대부분 걱정과 스트레스는 인간관계이며, 그것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멀어져야 하고 개인주의를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행복해지는 방법이 멀어진다는 게 여전히 어색하지만, 가까울 때보다 멀어진 채 느꼈던 행복이 선명한 건 맞는 것 같다. 관계의 망이 좁아서 받던 스트레스와 마음을 갉아먹던 부러움, 어디든 속해야 한다는 강박과 답답함, 외로운 혼자로 보이기 싫어 애쓰는 시간과 졸이던 마음 등으로부터 천천히, 해방될 것이다. 나를 괴롭히던 것들로부터 멀어져 행복을 찾을 것이다. 나를 다치게 두지 않을 것이다. 멀어져도 괜찮다는 것을 알려준 쓰루미 와타루에게 고맙다. 가까운 관계 속에서 숨이 턱, 막히고 덧난 상처로 늘 울어야 했던 이들에게 이 책을 망설임 없이 추천한다. 멀어져도 괜찮을 거라는 말과 함께.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위즈덤하우스에서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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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질수록 행복해진다 - 관계 지옥에서 해방되는 개인주의 연습
쓰루미 와타루 지음, 배조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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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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