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질수록 행복해진다 - 관계 지옥에서 해방되는 개인주의 연습
쓰루미 와타루 지음, 배조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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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질수록 행복해지는 거라면 (멀어져볼래. 행복해질래.)

쓰루미 와타루, 멀어질수록 행복해진다(위즈덤하우스)

 

그동안 스스로 몰아세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이상한 줄 알았다. 낯선 곳에서 적응이 더디거나 피하고, 사회성도 없어서 어울리지 못하고. 사회 부적응자’, ‘비정상이라는 나에게 어울리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전에 잠깐 일하던 곳에서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식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앞에서는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며 웃었지만, 생각할수록 화나고 억울했다. 직접적으로 그런 식으로 말한 사람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나보다 더 사회성이 부족해 보이는 사람에게 듣고 나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한동안 그 말이 나를 따라다녀 사회에 발을 못 들이게 했다. 적응을 어려워하고 어울리지 못한다는 건 나도 알고 있다. 적응과 어울림이 필요할 때는 나름 노력하면서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무조건 적응하고 어울리는 것이 사회가 바라는 인간의 모습이라는 것, 하지만 나는 사회의 강압에 응답할 필요가 없다는 것, 내가 있을 곳은 내가 필요로 하는 곳 그리고 모두와 거리를 좁히면서 관계의 망을 넓히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쓰루미 와타루는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들려주며 말한다. 그의 경험에 용기를 얻은 것 같다. 맞다.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이들의 말과 표정에 현혹되어 나를 버리기를 자처했고, 나를 잃어가면서 불행해졌다. 나의 마음과 다르게 행동하던 나는 천천히, 부서지고 가라앉고 있었다. 쓰루미 와타루와 너무 늦지 않게 만나 다행이다.

멀어질수록 행복해진다고? 물음표가 생겼다. 멀어질수록 외롭고 힘들다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살았다. 근데 가까워질수록 행복해졌던가? 이 질문에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거리가 좁혀졌을 때 행복했던 적이 있긴 했으나 오래 가지 못했고, 숨이 잘 안 쉬어진다는 느낌이 자주 들었다. 답답하고 힘들더라도 나를 위해서 관계를 어떻게든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끝에서 몸을 웅크린 채 어둠으로 숨어 들어가는 건 항상 나였다. 학창 시절, 소수 인원으로 친구와 어울리기 좋아했던 나는 늘 떨어져 나가는 돌멩이고, 친구들에게 미운 시선을 받았다. 그 순간들만 떠올리면 괴롭다. 친구 관계에서만 그랬던 건 아니다. 가족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족은 내 인생의 전부다. 그때도 지금도. 특히 부모와의 관계에서(엄마와는 더). 사랑만 가득할 것 같던 가족 안에서도 미움과 원망은 수시로 자라고, 나는 가족 안에서 자라는 이 감정들이 낯설고 당황스러워 억지로 웃고 괜찮다고 말해야 했다. 가족 앞에서만큼은 솔직할 수 있다고 자신했는데, 어느 순간 거짓이 늘었고 거리가 너무 가까워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시원한 바람이 오가는 창이 되어주던 가족이 창을 굳게 걸어 잠그고 자물쇠를 채울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항상 왜 사랑하는 가족과 있는데, 내 전부를 다 줘도 아깝지 않은데, 가족이 없는 세상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목이 메는데 함께 있는 게 더 이상 행복하지도 않고 답답한지 궁금했다. 답은 아주 가까이 있었고, 너무 가까워서 알아차리지 못했다. 거리였다. 가족과는 모르는 게 없을 만큼 가까웠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그래야 할 필요가 없는데도 말이다. 일차원적으로 봐도 가까운 관계인데 더 가까워지려고 하니 탈이 난 것이다. 이제야 알아버린 지금이라도 거리를 두기 위해 애쓰는 중이지만 그게 상대방에게는 자신을 피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내 마음을 보지 못하고 그들을 위해 내 전부를 맞췄다. 이제는 나만 생각하고 싶다. 거리를 두는 것이 나를 위해 괜찮은 선택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더 그렇다. 내 생각과 내 선택에는 내가 아닌 모두가 존재했다. 한 번이라도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선택했던가. 마음에 큰 구멍이 난 것 같다. 그 구멍으로 부서져 나간 나를 어떻게 찾아와야 할까.

아무에게나 곁을 내어주지 말고 가족이란 이름의 지옥에서 해방되고, 짝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고 어디서나 내 마음을 편안한 곳에 둘 것.’ 쓰루미 와타루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일일이 알려줘야 하는 사실을 진실하고 명확하게 말한다. 관계 지옥에서 해방되는 개인주의 연습을 하도록 부추긴다. 우리의 대부분 걱정과 스트레스는 인간관계이며, 그것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멀어져야 하고 개인주의를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행복해지는 방법이 멀어진다는 게 여전히 어색하지만, 가까울 때보다 멀어진 채 느꼈던 행복이 선명한 건 맞는 것 같다. 관계의 망이 좁아서 받던 스트레스와 마음을 갉아먹던 부러움, 어디든 속해야 한다는 강박과 답답함, 외로운 혼자로 보이기 싫어 애쓰는 시간과 졸이던 마음 등으로부터 천천히, 해방될 것이다. 나를 괴롭히던 것들로부터 멀어져 행복을 찾을 것이다. 나를 다치게 두지 않을 것이다. 멀어져도 괜찮다는 것을 알려준 쓰루미 와타루에게 고맙다. 가까운 관계 속에서 숨이 턱, 막히고 덧난 상처로 늘 울어야 했던 이들에게 이 책을 망설임 없이 추천한다. 멀어져도 괜찮을 거라는 말과 함께.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위즈덤하우스에서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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