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섀도 워크 저널 - 내 안에 숨겨진 무한한 가능성을 찾는 여정
카일라 샤힌 지음, 제효영 옮김 / 푸른숲 / 2024년 7월
평점 :
그림자를 마주한다는 건,
카일라 샤힌, 『섀도 워크 저널』(The Shadow Work Journal)(푸른숲)
스물 중반에 만난 『섀도 워크 저널』. 해가 더 해질 때마다 한 권씩 써서 ‘나의 그림자 마주보기’ 시리즈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Shadow(그림자)를 마주 보는 일은 쉽지 않고, 두려움과 불안 등 여러 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낄 수밖에 없어서 <섀도 워크 저널> 기록단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에 기분이 이상했다. 나의 그림자를 마주하고, 내 안에 숨겨진 무한한 가능성을 찾는 여정의 기회를 준다는 말에 마음을 혹-, 빼앗겼던 것은 사실이나, 그 기회가 내게 주어진 것은 부담과 책임을 양쪽 어깨에 나눠서 짊어져야 한다는 의미니까. 긴장됐다, 그림자를 마주 보는 일은 용기와 의지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섀도 워크 저널』은 거리를 두고 나의 그림자를 마주 볼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한다. 책상 위에 <섀도 워크 저널>과 펜, 그리고 ‘나’가 있으면 준비는 끝난다. 너무 긴장할 필요도 없었다. 도망가거나 숨기 바빴던 내가 나의 그림자를 마주 보는 게 두렵고 낯설 뿐. 지금의 나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나를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나는 과거의 내가 나임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깨끗하게 지워지길 바랐다. 나 자신에게 너무 잔인한 사람은 타인이 아닌 나였다. 그 사실을 인정하자마자 목구멍을 꽉 막고 움직이지 않던 이유를 알 수 없던 답답함과 울컥함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림자를 마주 보기 시작한 것이다. 수많은 그림자 중에 생각보다 덤덤하게 마주 봤던 것도 있고, 주춤하거나 뒷걸음질했던 것도 있었다. 나를 감싸고 있던, 내 안에 차곡차곡 쌓아뒀던 그림자는 정말 많았다. 그 많은 그림자는 좁은 공간에서 자신을 마주함으로써 털어내고, 가벼워지라고 내게 끊임없이 소리치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듣기에 나는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았고, 어쩌면 들었음에도 듣지 않으려고 귀를 막아버렸는지도 모른다. 먼 길을 돌아 어쩌다 보니 마주하게 된 나의 그림자는 하나같이 생각이 많았다. 그 생각을 먹고 자란 그림자가 나를 삼켜 버리도록 뒀다. 그림자한테 모든 것을 빼앗기는데 그저 멍하니 바라보는 것 말고는 아무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림자는 어둠을 먹고 무섭게 자라는 존재라서 나의 덤덤한 반응과 갈수록 많아지고 깊어지는 생각이 반갑고, 맛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먹다 보니 자신이 생활하기엔 공간이 좁고, 여전히 반응 없이 시들어 가는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그림자 본인의 자리가 내 자리가 될까봐 두려워하지 않았을까?) 내게 말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그림자의 배려(라고 봐야 할까)에 고마움을 느끼는 게 맞을까. 그렇게 마주한 나의 그림자를 완벽하게 털어내는 건 내 욕심이다. 털어내도 그림자가 내가 아닌 것은 아니니까 나의 마음 깊숙한 곳에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화석처럼. 그림자를 마주 보는 연습을 하고, 더 이상 주춤하거나 뒷걸음질하지 않는 내가 된다면 내가 그림자를 보듬어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림자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바라는 모습을 그려본다.
『섀도 워크 저널』에서 의아했던 부분은 ‘자기 연민’이다. 나를 불쌍하게 여기는 게 정말 나에게 도움이 될까? 누군가 나를 불쌍하게 보는 게 싫어서 다양한 척을 살며 살았는데, 스스로 불쌍하게 여겨야 한다니. 자기 연민을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아끼라는 말로 받아들이고 싶다. 나는 한 번도 나를 연민하지 않았고, 아끼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타인에게 관대한 만큼 스스로 관대했으면, 나의 그림자를 마주 보는 시간을 가질 일도-그림자가 쌓여 있는 어둠의 탑도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나의 그림자를 마주 보는 연습을 하면, 나를 더 이해할 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효과를 볼 수 있을까. 나의 그림자를 들여다보는 일이 나에서 타인으로 확장된다는 건 여전히 이해되지 않지만 스스로 가벼워지고 싶은 건 진심이다. 나만 알 수 있는 내 얼굴에 내려앉은 짙은 어둠은 분명 그림자가 나를 잡아먹으려는 신호이고, 나는 그림자가 잡아먹도록 가만히 있으면 안 되니까. 그림자가 가벼워지면 밝은 빛을 낼 것이며, 그림자에 가려져 본 적 없던 내 안에 숨겨진 무한한 가능성을 찾아 내가 정말 원했던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내 삶의 주인공은 나뿐이고, 기적을 일으킬 힘을 가진 것도 나니까.
빈칸을 채우고 질문에 답을 채우는 과정에서 내가 계속 의식했던 건 ‘솔직함’이다. 아무도 보지 않을 테니까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털어놨다.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그림자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느낌이랄까.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에 <섀도 워크 저널>을 펼쳐 펜을 들어 망설임 없이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쓸 것이다. 쓰다 보면 정말 내 안을 가득 채웠던 그림자가 사라지고 건강하고 단단한 나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는다. 더 이상 과거에 발목을 붙잡혀 있는 게 아니라,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내가 되는 그날까지 ‘나만의 섀도 워크 저널’ 시리즈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나의 그림자와 처음으로 함께 할 수 있게 기회를 준 카일라 샤힌과 푸른숲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 이 책은 기록단 활동을 위해 ‘푸른숲’에서 받았습니다:D
◎ 나만의 그림자를 마주하고, 내 안에 숨겨진 무한한 가능성을 찾는 여정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언제 시작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한 번은 꼭 그 여정을 경험하길 권한다. 한 번 하고 나면 그다음 여정은 생각보다 수월할 수도 있다.
#섀도워크저널 #카일라샤힌 #TheSadowWorkJournal #셀프저널 #푸른숲 #불렛저널 #그림자 #마주보기 #자기연민 #상처 #고통 #트라우마 #과거_현재_미래 #극복 #심리 #카를융 #그림자연구 #적극추천 #책로그 #24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