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한국을 말하다
장강명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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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소설 앞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

: 21인 작가, 소설, 한국을 말하다(은행나무)

 

이 책의 기획 의도를 읽고 나면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지만 수많은 이유로 모른 척하거나 지나쳐야 했던 일들에 대해 누군가는 분명 책임을 지고 용기를 내어 펜을 들어 목소리를 냈어야 했는데, 막중하고도 대단한 일들을 21인의 작가들이 지금의 한국 사회라는 공통된 주제를 완벽하게 관통하는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고야 말았다. 짧게 실린 21편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내가 21편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된 것 같고, 인물들이 놓이고 겪은 상황을 내가 겪은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분명 내가 겪었던, 느꼈던 일들이 있었을 것이다.

21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웃펐다. 울기에는 비참하고 웃음은 나오는데 어이가 없어서 나오는 웃음이랄까. 21인의 작가들은 지금의 한국 사회를 향한 안타까운 마음과 더불어 분노, 좌절, 슬픔 등의 복합적인 감정을 어떻게 조절하면서 객관적이고 명징하게 글을 써냈을까. 그들의 책임으로 이 책을 읽은 독자로서, 지금의 한국 사회를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책임을 느꼈다. 확실한 건 지금 한국 사회의 문제가 과거에도 존재했고, 여전히 존재하며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라는 것이다.

거지방, 고물가, 오픈런, 번아웃, 중독, 새벽 배송, 현대적 삶과 예술, 식단, 낙인, AI, 콘텐츠 과잉, 사교육, 가족, 자연인, 팬심, 다문화 가족, 반려동물, 섹스리스, 노동, ’. 각각 21편 글의 키워드는 이렇다. 키워드를 하나씩 소리내어 읽고 나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돌덩이에 무게가 더 해지는 것 같다. 휴대폰만 스크롤해도 알 수 있는 문제들, 뉴에서 앵커들이 쉬지 않고 떠들어대는 문제들, 세상이 어쩌려고 이러나 안타까우면서도 내 일은 아니고 당장 할 일이 많아서 무심히 지나치는 우리의 문제들. 키워드를 한 곳에 모아 놓고 보니 지금 한국 사회가 불안정하고 위태롭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개개인이 해결할 수 없지만 개개인으로부터 시작된 문제, 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이 해결 방법이 될 수 있는 문제들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을 안 해볼 수가 없다. 나는 21개의 키워드 중, 와닿는 한국 사회의 문제가 번아웃, 중독, 현대적 삶과 예술, 콘텐츠 과잉, 가족, 팬심, 반려동물, 노동, 이었다. 와닿는데는 내가 어느 정도 경험했거나 알게 모르게 시선과 마음이 간다는 이유에서다. 소설을 읽으면 형광펜으로 시선이 오랫동안 멈춘 문장에 색을 입히고 내 이야기네-, 라는 문장에는 화살표를 붙여 내 이야기를 그리고 내 감정을 솔직하게 쏟아낸다. 그러고 나면 이야기가 더 풍성해지면서 동시에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으면서 나를 포함한 그들이 안타까워 울컥했다. 사회에 변화가 생기는 건 당연한 것인데, 편리와 긍정의 변화라는 가면을 쓰고, 부정과 피해의 면을 가져오는 것도 당연한 걸까? 아니면 우리가 변화에 악을 심는 것일까? 생각이 깊어지니 나도 모르게 심연으로 가라앉는다. 개인이 행복하면 그만이지, 라는 생각이었는데 사회가 행복하지 않으니 사회의 구성원이 개인이 행복할 수 있는 기회도 줄어드는 것 같다. 개인의 행복이 곧 사회의 행복이고, 사회의 행복이 개인의 행복이라는 공식이 개인과 사회의 관계가 돈독하다 못해 서로의 분신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21편 이야기 중, 화원의 주인(강화길)을 읽다가 울컥하고 씁쓸했다. 키워드는 중독이고, 인간관계 안에 배려와 사과, 용서를 다뤘다. 미진과 영은은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다. 학창시절에는 엄청 친하지 않았지만 어쩌다 보니 영은의 대학친구 지선까지 껴서 셋이서 어울리게 되었고, 미진과 영은은 서로에게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 미진은 학창시절 때부터 자신의 허물을 들여다보고 타인의 마음을 살피는 일에 중독되었고, 영은은 그런 미진을 잘 알았다. 끝없이 배려하고 사과하고 용서 받는 삶을 영은은 미진 자신보다 잘 알았다. 미진은 배려와 사과, 용서를 쉽게 자주 했음으로 중독된 것이 확실했고, 아무도 그것에 대해 미진 자신을 위해서라도 멈춰한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 영은조차도. 영은은 알려줘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까, 아니면 그런 미진의 모습에 알 수 없는 즐거움과 희열을 느꼈을까? 이야기 끝에 다다랐을 때야 영은이 영악하고 무섭다고 느꼈다. 미진은 자주 눈치를 보며, 미안해하지 않아도 될 일에 너무 많이 미안해했고 상대가 연락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지만 얼마 못 있고 전화를 걸었다. 영은은 그런 미진을 너무 잘 알았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미진이 답장하지 않는 영은 자신에게 전화를 걸 거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영은의 확신과 달리 미진은 전화하지 않았다. 미진의 연락에 전혀 신경 쓰지 않던 영은은 미진의 연락을 기다리고, 왜 연락이 오지 않는지 궁금해 한다. 휴대폰 알람이 울리면 미진의 연락인가 싶어서 빠르게 화면을 보지만 미진이 아니다. 영은의 이런 행동을 미루어 봤을 때, 배려와 사과와 용서, 눈치에 중독된 미진처럼 영은 또한 상대의 배려와 사과와 용서, 눈치에 중독되었다. 중독된 지도 모르고 있다가 상대가 자신이 생각했던 대로 움직이지 않으니 중독 증상이 보이는 것이다. 영은은 미진에게 중독되었고, 그 중독이 미진과 영은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훤히 보이고, 그 관계의 끝이 파국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영은의 자기합리화 같은 엔딩의 마침표까지 읽고 나면 화원의 주인이라는 제목에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화원은 마음이고 주인은 인 것이다. 화원에는 이름 모를 각양각색의 꽃들이 넘쳐나고 꽃향기를 따라 나비와 벌이 들른다.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을 수도 있고. 화원에 발을 들일 수 있는 사람은 화원의 주인이 허락한 사람만 가능하며, 화원은 언제나 주인의 관리를 받는다. 다시 말해, 나의 주인은 나이며 나의 마음이 시들지 않게 틈틈이 관리하며 보살펴야 한다. 미진은 자신이 아닌 타인의 마음을 살피는 일에 중독되어 화원이 시들어 가고 있고, 영은은 생각지 못한 자신의 화원을 과할 정도로 돌봐주는 미진에게 중독되어 화원이 시들어 가고 있다. 각자의 화원을 갖고 있으면서도 주인이 되지 못한 채 엉뚱한 곳을 맴돌고 있는 이 둘의 관계는 끝이 보인다. 관계가 끝이 난다면 화원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하루빨리 미진과 영은이 자신의 화원을 되찾아서 꽃을 가꾸고 나비와 벌의 방문을 환영하며, 여유를 갖고 차를 마시며 편안함에 이르렀으면 좋겠다. 세상 모든 미진과 영은이 화원의 주인이 되어 자신을 잃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 책은 두고두고 읽혀야 하며, 전해지고 전해져서 지금 한국 사회의 문제의 심각성과 해결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봐야 한다. 한국 사회의 문제를 일으키면서 동시에 그 문제의 피해자가 된 우리가 책임져야 할 일이다. 이 책 앞에서 나는 오랜만에 사회 구성원이 되었다. 사회에 속할 수 없는, 속하기 싫은 마이웨이 개인이라고 자부했는데 사실은 사회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싫든 좋든 사회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와 보장을 받고 있었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고, 내일도 그럴 것이다. ‘지금, 한국 사회가 생기를 잃고 시들어 가고 있지만-이미 시들었는지도 모른다-한국은 위기에서 일어날 단단하고 밝은 힘을 갖고 있기에 상황이 흘러가는대로 파괴되지 않을 것이다. 여러 번의 크고 작은 위기가 있었지만 결국은 함께목소리를 내고 걸음을 맞춰 앞으로 나아가서 이겨냈다. 당면한 문제 또한 한국인의 힘으로 해결할 것이다. 필요할 때 늦지 않게 나타나는 촛불을 잊지 않아야 한다. 어둠을 밝히는 수많은 촛불은 밤하늘에 떠있는 둥근 달보다 환하다는 사실 또한.

202412, 한해를 마무리하며 따뜻하게 보내야 할 연말에 생각지 못한 소식에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분노하며, 자신만의 빛을 들고 추운 것도 잊고 거리로 뛰어 나갔다. 남녀노소, 나이불문하고 모두가 뛰어든 거리에는 절대 꺼지지 않을 수많은 다양한 빛이 있었고, 함께 한다는 사실이 추운 날씨를 이겼다. 지금 한국 사회에 찌든 문제가 하나씩 뿌리 뽑혀 나가는 그날을 꿈꾸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작은 불씨를 품은 위로를 전한다. 희망은 잔인하지만 앞으로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희망을 품은 자에게는 내일이 반드시와야만 하고, 희망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원하는 마음이 닿은 하루하루가 모인 우리의 삶은 눈이 멀 정도로 찬란할 것이다.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습니다:D

 

은행나무 : 서평단 활동을 너무 늦게 마무리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책장을 넘기고 나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이 책을 기획한 의도를 책장을 덮고 나서 90% 정도 이해했습니다. 두고두고 꺼내 읽으면서 슬퍼하고 분노하고,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책을 만나게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2024년이 다 가기 전에 이 책을 읽은 건 아마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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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국을 말하다
장강명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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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쓰고, 읽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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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무진의 여름
권석 지음 / &(앤드)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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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이 곧 결과.

권석 장편소설, 리무진의 여름(&)

 

전 무한도전 예능PD가 이 책을 쓴 작가라기에 궁금했다. 예능PD의 글은 얼마나 재밌을지, 어떨지 말이다. 예능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대중에게 선보이는 직업이니만큼 생동감과 현실성을 골고루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설에서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느꼈던 생동감을 느끼고 싶었다. 내가 이 책을 통해 느끼고 싶었던 생동감이 잘 느껴져서 읽는 동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내가 우진과 울룰루, 테일러와 베티와 함께 기나긴 여정을 보냈다는 착각이 들었다. 이런 착각이라면, 책장을 덮고 난 후 마음가짐에 조금 변화생길 수 있다면 제법 괜찮은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리무진의 여름이라는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다. 제목이 시원하고, 어떤 여름을 보낼지 궁금하다. 이 책은 림우진이라는 소년이 새엄마 세라를 찾기 위해 기나긴 여정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우진이가 유치원을 막 다니기 시작할 무렵 처음 만나게 된 새엄마는 이모할머니가 아프다는 소리를 듣고, 미국으로 간다. 미국으로 간 새엄마는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그렇게 8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17살이 된 우진이 새엄마를 찾기 위해 광활한 미국 곳곳을 누빈다. 새엄마를 찾기 위해서는 일단 이모할머니를 찾아야 했고 물어물어 이모할머니 집을 찾았지만, 이모할머니가 떠난 지 꽤 됐다는 부정하고 싶은 소식을 듣고 좌절감을 맛본다. 그러다 이모할머니를 알고 지낸 베티와 어쩌다 보니 이모할머니를 찾기 위한 여정을 함께 한다. 인연은 생각지 못한 곳에서 생각지 못한 때에 만나는 것일까. 장을 보기 위해 지나던 광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거리의 시인, 테일러와의 만남도 베티처럼 우연이었다. 유타에서 태어나고 자란, 유타를 단 한 번도 떠난 적 없는 테일러와의 만남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었던 건지도 모른다. 테일러에게 한 편을 써달라고 한 우진은 이미 테일러와의 인연이 단단한 실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속으로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테일러와 우진의 만남은 짧게 끝날 줄 알았지만, 테일러가 다시 캠프로 돌아오면서 새엄마를 찾아 떠나는 여정의 인원이 늘게 된다. 우진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낯선 타국에서 의지할 곳이라곤 AI 로봇 울룰루뿐이었는데 베티와 테일러를 만나 특별한 여름을 보내게 될 줄은. 남과 모든 시간을 함께 하다 보면 미운 정 고운 정이 쌓이고, 서로를 위한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우진은 처음에 베티의 호의에 다른 목적이 있을 거라고 의심했지만, 베티는 그저 예전에 피코맘(이모할머니)에게 받았던 도움을 피코맘의 손자인 우진 자신에게 돌려주고 싶었던 거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처음으로 우진이 직접 깨닫고 봤던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우진은 새엄마를 찾길 간절히 원했고, 여러 사람의 도움과 정보를 통해 새엄마와 가까워진다. 새엄마를 찾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고 끝내 만나지 못했지만, 우진은 그것보다 더 값진 것을 얻었다.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하고 선택에 따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마음에 꾹꾹- 눌러 담기만 했던 말들을 밖으로 꺼내보고 길바닥에서 남들과 밥과 잠을 해결하고, 누군가에게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등 처음 새엄마를 찾겠다는 마음만 굴뚝 같았던 우진과 다른 우진이 되어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

우리는 늘 결과만 중시하는 삶에 찌들었는데, 우진의 특별한 여름 여정을 함께 하면서 과정이 곧 결과라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 과정과 결과는 같을 수 없고, 과정은 결과를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그 생각이 선택과 도전, 용기를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게 했다. 새엄마를 찾겠다는 목표 하나로 기꺼이 낯설고 광활한 미국의 여정을 떠나겠다고 마음먹고 행동으로 옮겨 부딪친 우진이 멋있고 대견하다. 보호자의 품에서 보호와 보살핌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어느 순간 그 품에서 벗어나 홀로 서야 하는 때가 오면 쉽게 주저앉거나 도망가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나 또한 그랬다. 그래서인지 우진이과 함께 떠난 여정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고, 혼자서 보고 듣고 느끼고 말하는 등 직접 하는 경험의 중요성을 느꼈다. 어린 나이에 성숙해져 어른아이가 되는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나이 때에 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을 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는 건 자라는 동안, 혹은 어른이 되어서도 값진 기억으로 자리 잡아 앞으로 살면서 부딪힐 수많은 상황에 대해 자신만의 유연하고 다양한 방법을 만드는데 괜찮은 재료가 될 것이다. 리무진의 여름을 자신을 찾아 떠나고 싶은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뭐가 맞고 틀린지 알려주는 인생의 매뉴얼이 필요한 이들에게도 망설임 없이 권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매뉴얼보다 더 중요한 것을 발견할 것이다. 과정이 곧 결과라는 사실과 더불어 어제 오늘 내일을 살아가는 나와 그렇게 살아서 만들어진 삶이 곧 나라는 사실을 말이다. 우리는 매일 모호하고 거대하기만 한 삶이라는 여정의 출발선에서 심호흡하며, 갈수록 빨라지는 심장 박동수를 느낀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저하지 말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며 언젠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결국 마음으로 느껴진다는 사실을 깨달을 즈음에는 나도 새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을 소리내어 고백한 우진처럼 한 뼘 성장하지 않을까. 20대 후반이 되니까 성장이라는 표현이 새삼 낯설게 느껴진다. 아이일 때는 성장이 확연히 드러났는데, 어른이 되고 나서는 성장이 더딘 것뿐만 아니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쓴 작가는 세상의 웬만한 쓰고 단 일들을 경험했을 텐데 우진과 같은 캐릭터를 만들어 성장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인물이 떠나는 여정을 통해 성장을 보여줬다. 그래서 싹도 틔우지 못한 나의 용기 씨앗이 꿈틀댔던 것 같다. 성장은 언제 어디서나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눈에 보이는 성장이 있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성장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준 권석 작가님과 우진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넥서스에서 받았습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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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지하의 공간 침투
이반지하 지음 / 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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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박탈당한 우리가 함께 해야 할 ‘이반지하의 공간 침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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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지하의 공간 침투
이반지하 지음 / 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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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공간에 침투하다.

이반지하, 이반지하의 공간 침투(창비)

 


각종 매체를 넘나드는 현대미술가이자 퀴어로서 분투하는 글쓰기를 선보이며 독보적인 영역을 확보한 작가 이반지하의 세 번째 단독 저서 이반지하의 공간 침투라는 문장을 해체해서 보고 또 봤다. 책 소개나 작가 소개를 보면 읽고 넘겼는데, 이반지하라는 사람이 궁금했다. 특유의 유머와 통찰이 담긴 퍼포먼스, 끊임없이 정상사회와 대결하는 예술 행동으로 행보마다 주목을 모으는 그가 세 번째 단독 저서에서 공간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는 나쁜 장애인은 지하철을, 성소수자 청소년은 학교를, 평범한 시민조차 공공도서관을 박탈당하는 시대특유의 유머와 통찰을 통해 보여준다. 빈곤의 공간공간의 빈곤이 만연한 사회에서 그가 어떻게 자신만의 공간을 창출해 왔을지, 그의 침투를 따라가며 읽는 재미가 상당하다. 세상의 모든 공간 상실자에게 전하는, 우리가 박탈당한 공간을 되찾게 해줄 이반지하의 거침없고 솔직한 침투를 맛보면-장혜영 정치인의 말을 빌려-어디에도 가기 싫은 날, 내가 미운 날, 침대에 누워 손에 잡히는 페이지부터 다시 읽고 싶은 책을 만난 행운을 가질 수 있다.

나에게 공간은 가시적이고 실재하는 사각형이라는 이미지이다. 우리는 언제나 공간에 속해 있고, 다양한 공간을 오가며 존재한다. 이반지하는 아무리 벗어나고 뛰쳐나와도 우리가 여전히 공간안에 있으면서 동시에 어떤 이들은 끊임없이 그곳에서 배제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가 숨거나 피하지 못하고 정면으로 마주해야 했던 경험을 통해 공간이 주는 빈곤의 무게를 느꼈다. 또한 공간의 의미가 확장됐다. 공간을 그저 방 한 칸으로 간단하게 생각한 나에게 이반지하의 공간 침투는 전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기분이다. 공간을 이동하면서 마주하는 이반지하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자질구레함을 표현한 꾸밈없는 문장들은 웃음을 자아내면서 사유와 통찰의 과정에 나를 던져 놓았다. 내가 정말 말로만 세상에 관심을 갖고, 세상의 변화를 바란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는 부끄러움을 몰고 왔다. 그가 보여준 다양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많은 일이 어떤 이에게는 공간으로부터 끊임없이 밀어내는 힘으로 작용하며, 오랫동안 간절히 바라서 힘들게 이뤄냈던 것이 사라질 때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쉽게 파괴되었다. 누군가는 속해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관망하고 있는 사회에서 이반지하는 여러 입장이 되어 누군가는 끊임없이 내야 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가 아니었다면 나의 편협한 시선과 앞으로 나아가기 힘든 앞뒤가 꽉, 막힌 생각에 변화를 줘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이반지하의 공간 침투가 나에게는 이반지하에게 있어서 신해철님과의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반지하의 침투를 뒤따르면서 웃고 분노하고, 한숨 쉬면서 속도를 올렸다. 처음에는 뒤따랐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그와 걸음을 맞추면서 그와 비슷한 마음을 갖고, 닮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분명 긍정의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이반지하가 세상의 모든 공간 상실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지만, 리가 공간을 박탈당했다는 것을 알아주고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었다. 박탈당한 것도 모른 채-원래 없었다고 생각하는-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기에 이반지하의 공간 침투는 박탈당한 우리의 공간이 무엇인지 그리고 박탈당한 공간을 어떻게 되찾을 수 있는지 생각하고, 직접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실천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책장을 덮고 나서 바늘과 실처럼 공간과 소속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어딘가에 소속되는 것이 힘들고, 소속되지 못하는 사람이다. 소속되기를 원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소속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다. 공간이 존재하는 한, 소속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속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준 사람이 없다. 가끔 사람들 안에 섞여 있다가 갑자기 아득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소속되어 있지만 전혀 소속되지 않은 불편하고 붕- 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도대체 나는 어디에 속해야 하는 사람일까? 내가 속할 수 있는 곳이 존재할까?’ 등 그 누구도-나조차도-답해줄 수 없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다가 마지막에는 나의 떨어지는 사회성을 탓한다. 공간이 나를 밀어내는 것인지, 내가 공간을 밀어내는 건지 여전히 답을 찾지 못했다. 확실한 건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고 도망쳐도 공간에서 자유롭긴 어렵다. 어쩌면 공간이 있기에 가 실재하고, 드러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20년 넘게 살면서 분명 박탈당한 공간과 벗어나고 싶은 공간이 있었을 것이다. 한 번도 공간이라는 개념을 사각형에서 벗어나 확장하지 않은 나의 공간 개념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균열을 시작으로 박탈당한 공간을 되찾는 여정을 떠나보고 싶다.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창비에서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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