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지하의 공간 침투
이반지하 지음 / 창비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많은 공간에 침투하다.

이반지하, 이반지하의 공간 침투(창비)

 


각종 매체를 넘나드는 현대미술가이자 퀴어로서 분투하는 글쓰기를 선보이며 독보적인 영역을 확보한 작가 이반지하의 세 번째 단독 저서 이반지하의 공간 침투라는 문장을 해체해서 보고 또 봤다. 책 소개나 작가 소개를 보면 읽고 넘겼는데, 이반지하라는 사람이 궁금했다. 특유의 유머와 통찰이 담긴 퍼포먼스, 끊임없이 정상사회와 대결하는 예술 행동으로 행보마다 주목을 모으는 그가 세 번째 단독 저서에서 공간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는 나쁜 장애인은 지하철을, 성소수자 청소년은 학교를, 평범한 시민조차 공공도서관을 박탈당하는 시대특유의 유머와 통찰을 통해 보여준다. 빈곤의 공간공간의 빈곤이 만연한 사회에서 그가 어떻게 자신만의 공간을 창출해 왔을지, 그의 침투를 따라가며 읽는 재미가 상당하다. 세상의 모든 공간 상실자에게 전하는, 우리가 박탈당한 공간을 되찾게 해줄 이반지하의 거침없고 솔직한 침투를 맛보면-장혜영 정치인의 말을 빌려-어디에도 가기 싫은 날, 내가 미운 날, 침대에 누워 손에 잡히는 페이지부터 다시 읽고 싶은 책을 만난 행운을 가질 수 있다.

나에게 공간은 가시적이고 실재하는 사각형이라는 이미지이다. 우리는 언제나 공간에 속해 있고, 다양한 공간을 오가며 존재한다. 이반지하는 아무리 벗어나고 뛰쳐나와도 우리가 여전히 공간안에 있으면서 동시에 어떤 이들은 끊임없이 그곳에서 배제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가 숨거나 피하지 못하고 정면으로 마주해야 했던 경험을 통해 공간이 주는 빈곤의 무게를 느꼈다. 또한 공간의 의미가 확장됐다. 공간을 그저 방 한 칸으로 간단하게 생각한 나에게 이반지하의 공간 침투는 전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기분이다. 공간을 이동하면서 마주하는 이반지하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자질구레함을 표현한 꾸밈없는 문장들은 웃음을 자아내면서 사유와 통찰의 과정에 나를 던져 놓았다. 내가 정말 말로만 세상에 관심을 갖고, 세상의 변화를 바란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는 부끄러움을 몰고 왔다. 그가 보여준 다양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많은 일이 어떤 이에게는 공간으로부터 끊임없이 밀어내는 힘으로 작용하며, 오랫동안 간절히 바라서 힘들게 이뤄냈던 것이 사라질 때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쉽게 파괴되었다. 누군가는 속해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관망하고 있는 사회에서 이반지하는 여러 입장이 되어 누군가는 끊임없이 내야 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가 아니었다면 나의 편협한 시선과 앞으로 나아가기 힘든 앞뒤가 꽉, 막힌 생각에 변화를 줘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이반지하의 공간 침투가 나에게는 이반지하에게 있어서 신해철님과의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반지하의 침투를 뒤따르면서 웃고 분노하고, 한숨 쉬면서 속도를 올렸다. 처음에는 뒤따랐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그와 걸음을 맞추면서 그와 비슷한 마음을 갖고, 닮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분명 긍정의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이반지하가 세상의 모든 공간 상실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지만, 리가 공간을 박탈당했다는 것을 알아주고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었다. 박탈당한 것도 모른 채-원래 없었다고 생각하는-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기에 이반지하의 공간 침투는 박탈당한 우리의 공간이 무엇인지 그리고 박탈당한 공간을 어떻게 되찾을 수 있는지 생각하고, 직접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실천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책장을 덮고 나서 바늘과 실처럼 공간과 소속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어딘가에 소속되는 것이 힘들고, 소속되지 못하는 사람이다. 소속되기를 원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소속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다. 공간이 존재하는 한, 소속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속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준 사람이 없다. 가끔 사람들 안에 섞여 있다가 갑자기 아득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소속되어 있지만 전혀 소속되지 않은 불편하고 붕- 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도대체 나는 어디에 속해야 하는 사람일까? 내가 속할 수 있는 곳이 존재할까?’ 등 그 누구도-나조차도-답해줄 수 없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다가 마지막에는 나의 떨어지는 사회성을 탓한다. 공간이 나를 밀어내는 것인지, 내가 공간을 밀어내는 건지 여전히 답을 찾지 못했다. 확실한 건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고 도망쳐도 공간에서 자유롭긴 어렵다. 어쩌면 공간이 있기에 가 실재하고, 드러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20년 넘게 살면서 분명 박탈당한 공간과 벗어나고 싶은 공간이 있었을 것이다. 한 번도 공간이라는 개념을 사각형에서 벗어나 확장하지 않은 나의 공간 개념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균열을 시작으로 박탈당한 공간을 되찾는 여정을 떠나보고 싶다.

 

이 책은 서평단 활동을 위해 창비에서 받았습니다:)

 

#이반지하 #이반지하의공간침투 #공간 #박탈 #공간_되찾기 #생존 #걸음 #장애인 #성소수자 #퀴어 #시민 #정상과_비정상 #저런사람들 #차별 #배제 #사회 #사유 #통찰 #유머 #창비 #책추천 #책로그 #2412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