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따위 멸망해도 ㅣ 사계절 1318 문고 155
남유하 지음 / 사계절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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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두 얼굴

「세상 따위 멸망해도」는 읽고 나면 "세상이 멸망해도 너와 내가 있다면"처럼 들린다. 그런데 이 말은 동시에 위험하다. "너 하나만 있으면 세상은 필요 없다"는 말은 로맨틱하지만, 세상과의 연결을 모두 끊는 일이기도 하다. 두 사람이 서로를 구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둘 다 세상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아이들이다. 그래서 이 해피엔딩은 완전하지 않고, 그 불완전함을 감추지 않는다는 점이 이 작품을 단순한 아포칼립스 로맨스 이상으로 만든다.


「사랑이 모든 걸 구원할까? 모르겠다.」


이야기는 12월 31일 하루라는 시한 안에서 흘러가고, 결말에서 재이의 첫 번째 소원이 밝혀진다. 그것은 "나랑 키스하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키스하고, 소설은 이렇게 끝난다. 

" 달콤하다. "

이 결말이 작품의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은 사랑이 구원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그 순간의 달콤함만을 믿기로 한다. 딸기 우유의 맛과 키스의 감각이 겹치면서, 세상은 아직 구원되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달콤하다는 감각으로 끝난다. 거창한 선언 없이 작은 감각 하나로 닫히기 때문에 오래 남는다.

여기서 LOVE라는 주제어가 분명해진다. 이 작품의 사랑은 구원이 아니다. 상처를 지워 주지도, 두 사람을 완전히 구해 주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사람이 다시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게 만드는 힘이다. 


세상이 멸망한다면, 무엇을 붙잡을까

『세상 따위 멸망해도』는 사랑과 죽음을 다룬 일곱 편의 청소년소설집이다. 출판사는 여기서 '죽음'을 육체적 죽음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어제의 나, 나를 억압하던 관계, 이미 끝난 사랑을 떠나보내는 일까지 죽음으로 보고, 그렇게 무언가를 끝내야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때문에 love or death 중에 하나를 고른다면 사랑을 고르겠다.

책의 제목이 된 「세상 따위 멸망해도」은 단편집 전체에 던져진 질문처럼 느껴졌다.

'세상 따위'라는 말에는 반항과 체념이 섞여 있는듯 하지만 다 읽고 나면 이 말이 전혀 다르게 들린다. 세상을 포기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사실은 사람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 그것이 이 소설의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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