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무와 시리얼, 언니 이름을 찾아라!
에토프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토프 의 그림책, [순무와 시리얼]은 주인이 반려견에게 각각의 이름을 붙여주었던 것처럼, 반려견도 주인에게 적절한 이름을 붙여주고자 하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녀가 우리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우리를 특별하게 여기는 것처럼, 이 사랑스런 동물들도 그녀에게 특별한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한다. 그녀의 외모적인 특징, 행동적인 특징, 좋아하는 것들을 관찰하고 지켜보면서 어떤 이름을 지어줄까 생각하다가 결국 자신들에게 주는 '사랑'을 가장 큰 특징으로 여기고 사랑씨로 불러야겠다고 생각하는 말 그대로 사랑스러운 이야기이다.

이름을 부른다는 것, 그러니까 이 이야기에서 관계성이 반영된 별명과 애칭은 단순한 호칭을 넘어 관계의 정의(짐리적 우위나 방향성), 친밀감의 형성과 애정 표현, 마음의 깊이, 편안함, 안정감과 신뢰의 표현 등을 복합적으로 담고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가 세계를 구성한다고 하였다. 인간의 관념이 타자와 소통될때는 그것을 지시하고 차용하는 기호들이 있기 마련인데, 대게 언어를 통하여 표현하고 소통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세계를 대할때 처음으로 하는 언어행위는 명명하기, 즉 이름짓기 이다. 우리는 이름을 짓고 부름으로서 타자와의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명명한 이름을 통해 존재하는 한 세계를 자신의 세계로 이끌어 관계를 맺고 인식하고 서술한다. 김춘수의 시 '꽃'에서도 드러나듯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까지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지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게 되는 것이다. 존재, 인식, 그리고 명명을 거쳐야 관계맺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 명명에는 '정체성'을 띄게 된다. 이름을 불렀을때 관계맺기가 시작된다면, 이름이 없거나 빼았겼을때는 존재에 대한 자각과 정체성이 희미해진다. 대상 혹은 주체자로서의 힘을 잃고 따라서 중요성도 잃는다.

우리는 모두에게 무언가로 불리우고 있다.

'언니'라고 불리우는 주인에게, 자신들만의 '마음'을 담아, 그러니까 주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는지를 더 깊게 담아서 '우리만의' 언니의 이름을 '찾아'주고 싶었던 반려견들의 행동을 보면서, 한번쯤 우리는 자신이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을 부르고 있고 불리우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