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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빙허각 ㅣ 창비아동문고 340
채은하 지음, 박재인 그림 / 창비 / 2024년 11월
평점 :
세상이 궁금한 눈에 불을 가진 모든이들에게
부디 자기의 뜻을 마음껏 펼쳐나가길 바라며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 수상자인 채은하가 쓴 아동장편동화 『이웃집 빙허각』은 조선시대의 유일한 여성 실학자 빙허각 이씨가 최초로 한글 실용 백과사전인 『규합총서』의 탄생 과정을 담고 있다.
백성의 생활을 나아지게 하는 학문이란
결국 잘 먹고 잘 입고 건강하게 하는 방책을 연구하는 것 아니겠니.
그 일을 가장 잘 아는게 누구냐, 생각해보렴,
그런 학문이야 말로, 마땅히 부인이 연구할 바다.
조선은 '기록의 나라'라고는 하지만 여인의 대한 기록은 극히 적다. 그런 면에서 규합총서는 여성이 직접, "여인이 먹고 사는 일에 관한 책을 썼다"는 에 첫번째 의미를 두며 이를 '자부심'을 갖고 썼다는 것에 두번째 의미를 둔다.
내가 일 평생 해 온 일이고, 내가 가장 잘 아는 일이니까.
설령 누군가는 고작 여인의 일이라 깎아내리고
또 그일이 거칠고 고되다고 외면하더라도
그 속에는 내 경험과 삶이 들어있으니까,
그건 어떤것보다 귀하지 않겠니.
흔하고 하찮은 일이 아닌 숱한 경험과 실수를 통해 이제는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되어 그 경험담을 알려주는 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지만 당연하지는 않은 일, 대접받으려면 대접하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마음 가짐을 먼저 갖추는 태도, 이 모든 것들이 담긴 것이 바로 규합총서이다. 『이웃집 빙허각』은 이렇듯 자연스럽게 조선 후기의 생활상, 특히 여인들의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해 낼 뿐만아니라 빙허각과 함께 꿈을 꾸는 덕주의 성장기, 나아가 여인들이 그들의 삶에서 어떤 태도와 마음가짐을 지녔을지를 담은 책이기도 하다.
눈에 불이 담겨있는 사람은, 그 불(꿈)을 가슴 속에 품고 산다.
저는 이야기가 좋아요.
세상에 가까워 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리고 꿈꾸게 돼요.
나도 중요한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의 마음을 설레가 할 수 있지않 을까
그 꿈이 실현되는 꿈,
그리고 꿈이 다른사람에게로 퍼져 또다른 꿈으로 피어나는 꿈.
그리하여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며 연대하는 그런 꿈.
완성된 규합총서는 덕주 뿐만이 아니라 훗날 많은 여인들이 모두 소중히 여겨, 손에서 손으로 필사되어 지금까지 전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생활과 경험이 담긴, 자부심이 담긴, 당연하지도 흔하지도 않은 삶'을 다루른 책을 통해 더욱 서로가 서로에게 불씨를 전하고 끈끈해졌던 연대감을 지금의 독자에게도 선사하고자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뜻을 가진 여인으로서 꺾이지 않을 거예요.
온갖 요령을 다 부려서 저를 지킬거예요.
미꾸라지 처럼 잡히지도 않고, 다치지지도 않게, 헤엄칠겁니다.
그러니 걱정 마셔요. 저는 잘 살테니까.
'저는, 잘살거예요.' 라는 덕주의 말이, 제한이 많았던 조선시대를 거쳐 복잡하고 장벽이 많은 현대인 지금에 와서도 가슴을 울린다.
눈에 불을 가진 이들이 자기 뜻을 꿋꿋이 펼쳐나가기를
간절히 빌었다.
그리고 이 책은 이 책을 읽는 수많은 불씨의 주인들에게 응원의 메세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