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짜리입니까
6411의 목소리 지음, 노회찬재단 기획 / 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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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일하는 나에게 다가와, "저 혹시 하시는 일을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글로 써보실 생각 있으세요?" 라는 질문을 듣게 된다면 어떨까? 노동이 글이 되고 목소리가 되고, 그리하여 숨은 노동과 그림자 노동, '투명인간' 노동자들의 노동이 모두 드러나 주변의 노동을 다시 보기 시작하게 될 수 있다면 어떨까.  


삶이 지치고 힘들땐 새벽시장을 한번 가보라는 말이 있다. 내게 닥친 어떤 이유로 낙담과 좌절을 겪고 있을 때조차도 누군가는 치열하고 부지런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4호선 첫 지하철, 6411번 첫 버스를 타보고 그들의 발자취와 움직임을 한번 구경해보라고. 이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A4 한장 분량으로 2022년 5월부터 한겨레에 연재를 시작한 '6411의 목소리'에는 물류센터 노동자부터, 대리운전기사, 건설노동자, 봉제, 농부, 번역, 작가, 복지사, 전업 주부까지 각자의 다양한 노동현장에서 노동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든, 사회가 규정하는 일자리가 아닐지라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75명의 노동자들의 글이 목소리가 되어 그들이 겪은 내밀한 사연들을 알려준다.

이전 TV프로그램이였던 <체험 삶의 현장>이나 요즘 유튜브 채널인 <워크맨>처럼 다양한 직종의 경험을 생생하게 전해 들으며 '존재하되 우리가 그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느끼게 해준다. 우리가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한국사회가 그 노동자에 의해 지탱되고 있음을 인지하는 순간, 평소에 무심코 지나쳐온 ‘일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된다. 내가 누리던 것이 누군가의 노동의 결과였고, 마찬가지로 나의 노동이 누군가의 지나침이 되었을 수도 있었음을 짚고 넘어가는 계기가 되어준다. 모든 스치던 곳곳에 '노동'이 스며들어 있고, 우리는 그 노동 속에서 울고 웃으며 고뇌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는 순간 결국 우리는 모두 닮아 있음을 느낀다. 그것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연대'와 '연민'이며 이 끄나풀들이  '공존'과 '공생'이 되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들며 '같이 잘 살자'라는 메아리를 남긴다. 

『나는 얼마짜리입니까』에는 노동 속 일화에는 휴머니즘과 유머, 억울함, 호소, 감동 등을 실어 한번도 사회적 발언권을 지녀보지 못한 이들의 목소리로 노동 현실의 인식과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직업의 우위를 자본이라는 가치에 두고 아직도 귀천을 따지며 매몰되어있는 세상을 향해, 그럼에도 '작은 이야기가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을 갖고 서로를 '존중'하고 존중해 달라는 묵직한 메세지를 전하고자 한다. 

'매일 입에 대는 식사는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다.
누군가가 세운 집에 살고, 누군가가 지은 옷을 입고,
누군가가 움직이는 전철을 타고 일하러 간다.
난 충분히 어리광을 부리고 있어.
인간은 고독하지만, 그렇기에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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