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너머 자유 - 분열의 시대, 합의는 가능한가 김영란 판결 시리즈
김영란 지음 / 창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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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는 3만원 이하, 선물은 5만원 이하, 경조사는 10만원 이하여야 한다는 구체적인 액수와 함께 2016년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첫 제안자의 이름인 '김영란법'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당시 포함되어 있었지만 심의에서 빠졌다가 이후 시행된 '이해충돌 방지법' 또한 초안과는 달라졌다하지만 '제2의 김영란법'으로 불린다.

대한민국 사법사상 첫 여성 대법관이자, 입법제안 당시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했던 바로 그 '김영란'의 새로운 저서 『판결 너머 자유』가 출간되었다.

"우리 사회의 가장 이성적인 기관은 법원으로, 법이 실패하면 모든 것이 실패한다." 는 이념 아래 이 책은, 20C 후반 「정치적 자유주의」 「정의론」 등의 고전을 남긴 정치철학자 존 롤스의 의견들을 대법원의 최신 「전원합의체 판결」들과 접목하며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한다고 외치는 시대이지만 동시에 '극단적인 대결'로 치달아 되려 '다양한 목소리'가 설 자리가 좁아지는 모순적 상황이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합당한 다원주의'를 인정하고 공적 정의관에 의해 효과적으로 규제되는 사회를 '질서 정연한 사회'라고 얘기하던 롤스의 정치적 자유주의를 검토하면서 과연 우리 사회는 합당한 다원주의 사회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는 '상반되지만 합당한' 신념체계들이 공존하는 사회라 할 수 있는가? 되려 다원성을 부인하고 공감이 아닌 동조로 양분된 여론과 편 가르기 문화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최근까지도 치열하게 논의되었던 남성 상속인의 제사 주재자 우선 판단여부,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양심적 병역거부, 성전환자 성별정정 허가, 미성년자 상속 등 결코 간단하지 않은 판결들을 다룬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견, 반대의견, 별개의견, 보충의견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념과 가치관들이 부딪치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중첩적 합의’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그럼에도 ‘공적 이성’의 산물이자 '가장 이성적인 기관'인 법원에서 이를 이끌어내 사회의 표본이 되어야 한다고 뜻을 강력히 내비친다.

책의 부제는 분열의 시대, 합의는 가능한가이다.
'합당한 다원주의 현실로 인한 합당한 불일치'의 사회에서 다양한 판결들을 제시하며 합의에 이르는 길로 안내한다. 그러면서 다원주의 사회는 개별적 '연대' 뿐만아니라 집단끼리의 '연결'이 더 중요하고 이를 통해 분열의 간극을 보다 가깝게 이끌어 낼수 있을것이라 대답하고 있다.

롤스의 정치적 자유주의를 우리 사회의 입법과 사법 영역에 적용해 봄으로써 이것의 '선택'으로 저것이 '포기'되는 방향보다는 절충, 조율, 합의, 책임, 성찰로 '합당한 다원주의'이자 '민주시민'의 길로 걸어가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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