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짝홀짝 호로록 - 제1회 창비그림책상 대상 수상작
손소영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1회 창비그림책상 대상 수상작은 고등학교 영어교사인 손소영 작가의 『홀짝홀짝 호로록』이다.

배고팠던 담장 밖 오리와 문 밖의 강아지는 집 안에서 자고 있는 고양이의 간식인 우유를 몰래 먹는다. 고양이는 곧장 화를 냈지만 우연히 터진 서로의 방구 소리에 웃음이 터지고, 웃음을 공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친구가 된다. 왁자지껄 어울리다 방 안을 어지럽히며 놀다가 으레 죄책감에 함께 도망가고, 마침 내리는 비는 다시 그들이 놀이터가 되어 흠뻑 물구덩이에 덤벼들며 함께 뒹군다. 다시 실내로 들어와 따뜻한 코코아를 나누어 마시는 모습은 처음 우유를 마실때와는 이제 전혀 다르다. 그들은 즐거운 하루를 공유한 친구가 되었고, 그렇게 노곤해진 몸을 서로에게 기대고 포개어 한 몸처럼 엉켜 잠든다는 내용이다. 

이 책은 흔한 동물들의 울음소리인 야옹, 멍멍, 꽥꽥같은 음성어는 담고 있지 않다. 고양이, 강아지, 오리가 친구가 되어 어울리며 신나게 놀다가 따뜻하게 잠드는 이 모든 내용을 58가지 의성어·의태어만으로 시청각, 후각, 촉각을 두루 담아내 우리의 비언어적인 행동들 속에서 서로 공감하고 공유하는 감성의 언어를 배우게 한다. 이 모습까지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지켜 보고 있노라면 포근함이 온몸에 퍼져 그들과 한바탕 같이 즐긴 느낌이다. 

고양이, 강아지, 오리는 우리들의 반려 동물들이기도 하다. 함께 여러 감정을 느끼고 공유하지만 대화를 나누지는 못한다. 이에 착안한 걸까, 우리의 반려동물들 끼리도 아마 말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친구가 되는 과정, 얼마든지 놀잇거리가 될 수 있는 주변 환경을 탐색하며 함께 어울린다는 것의 따뜻한 감정을 사랑스러운 이 동물 캐릭터들로 잘 나타내고 있다. 눈동자와 눈꼬리의 위치, 입꼬리의 떨림, 얼굴의 붉어짐, 왼쪽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고갯짓과 허둥거림 등의 생생한 표정과 행동으로 충분히 전해지기 때문이다. 

이 그림책은 그저 상황에 맞는 상징적 언어 제시로 되어 있어 몇번을 읽으며 '이럴땐 어떤 표정과 행동이 나오게 될까?' 라는 질문으로 놀 수 있는 '말놀이 그림책' 이자 타닥타닥, 모락모락 처럼 사물을 형태에서도 움직임을 찾아 낼 수 있는 생생한 '그림 문자책(타이포그래피)'이다. 

두리번 거리며 친구를 찾고, 왁자지껄 우당탕거리며 친구가 되고, 화끈화끈한 순간도 투덜투덜한 순간도 토닥토닥으로 감싸줄 수 있는 시간을 공유하고 나면 우리는 이를 '우정'이라고 부르게 된다. 다채로운 언어표현과 감정표현 뿐만이 아니라 어울림을 통한 사교성, 놀이의 즐거움을 아는 유희성, 반려동물과 함께 공존하는 삶의 방향성을 알려주는 소중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