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악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송예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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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iac 은 무언가에 열중하여 미치광이처럼 구는 사람, 즉 광적인 애호가를 지칭하는 말이다.
천재들은 우리와 어떻게 다른 생각을 어떤 식으로 펼치길래 '천재'라고 불릴만한 업적과 행동을 펼쳐낼 수 있는 것일까. 『매니악』 은 이 편집증적인 '폭발적 지성'이 '새로운 안목과 창조'를 구현하기 까지의 그들의 격돌과 고뇌와 결단을 보여주는 책이다. '이책은 사실에 기반한 허구의 작품이다'라고 명확히 밝히긴 했지만 작가 벵하민 라바투트는 실제 인물들을 두고 픽션과 논픽션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이어붙인다. '신의 한수'로 불리는 영역에 발을 디뎠던 광기 어린 지성의 폭발을 보여주었던 물리학자 파울 에렌페스트, 컴퓨터 과학자 존 폰 노이만, 그리고 바둑기사 이세돌을 선택하여 1,2,3부로 구성된 이 책은 실존 인물과 사건을 바탕으로 그들이 걸은 길과 인류사에 남은 족적을 확인시켜 준다.

1부 파울 에렌페스트를 통해 '확실성'이 무너진 고전 물리학에서 '비이성'('비인간적인 지성'이 '기술'을 매개로 얼마나 우리 삶을 침범할 수 있는지)을 발견한다. 새롭고 독창적이며 우리게 통제할 수 있다고 믿고 싶겠지만 인간에게 얼마나 위협적이며 파괴적일 수 있는지 경고한다.

2부 존 폰 노이만을 통해 오늘날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예견하며 현대 컴퓨팅의 기초를 다지는 프로젝트에서 '인간의 이해나 통제를 넘어 진화하는 지능을 가진 <스스로 생각하고 진화하는 자기 복제 기계>의 탄생은 가능한가' 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한다. 최초의 프로그래밍이 가능 컴퓨터를 발명하고 게임이론, AI, 디지털 라이프, 세포 오토마톤을 개척하며 금세 무찌를 수 없는 존재로 진화해가는 AI의 초기 시대의 놀라움과 두려움을 보여준다.

마지막 3부에서는 데미스 허사비스가 탄생시킨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의 역사적 대국을 다룬다. '0.0001.'의 확률로 '신의 한 수'로 불리우며 이뤄낸 다섯 대국중 단 한번의 승리. 인류가 지닌 힘과 희망의 극적인 상징 을 발견하게 된 순간의 짜릿함이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그것은 어느 컴퓨터도 둔 적이 없는 수였다. 인간이 고려할 법한 수도 아니었다. 인간의 경험치를 훌쩍 뛰어넘은 것은 물론, 알파고의 무한해 보이는 능력조차 초월한 수였다. 새로웠고, 수천 년간 축적된 지혜와의 급진적 결별이자 전통과의 완벽한 단절이었다."라는 이세돌와 인공지능의 대국에서 우리는 어떤 인류의 미래를 그리게 되었을까.

폭발적인 지성으로 창조해 낸 '인공지능'의 진화가 우리 세상에 어떤 격변과 위험을 가져다 줄지 통찰을 선사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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