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나답게! 자기방어 수업 발견의 첫걸음 6
박은지(데조로)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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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첫 문장이 인상적이다.

자기방어에 대해서 알고, 배우기 위해서는 그 정의를 제대로 짚어보는것이 중요한데, 이 책에서는 자기방어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자기방어의 궁극적 목표는, 나를 다치게한 상대와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니라 나를 다치게 했던 곳에서 물러나 다시 '안전한 상태로 돌아가는 것'


'나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자기방어라면, 가장 쉬운 방법은 더 많이 다치기 전에 한발 물러서 가급적 멀리 도망치는 것이다. '회피'라고 할 수 있고, '외면'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농담으로 말하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의 재해석이 '피할 수 있으면 되도록 피해라'가 되는것도 자기 방어술의 일종이다. 그러나 되도록 미뤄두고, 되는데까지 외면하고, 할 수 있는 만큼 도망간다 하더라도 결국 다시 되돌아오는 막다른 ''을 만나게 되는데, 때문에 피하는 것만이 좋은 해결을 가져다 줄 순 없다는 것을 알게 될 뿐이다.

대체로 그렇게 만나게 되는 벽을 '임계점'이라고 부르는 책들을 많아 봤다. 꼭 연인이 아니더라도 인간관계에서 어떤 똑같은 문제로 바꾸 부딪치게 되는 지점을 발견하게 될때가 있다. 습관적으로 회피하게 되는 구간이 있다. 스스로는 잘 맞이하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구석. 그것이 임계점이다. 임계점을 딪고 넘어가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자꾸 '반복'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서서히 자신을 지치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왜 자꾸 이런일이 벌어질까, 나는 운이 없어, 인복이 없어, 내가 그렇지 뭐' 그런말들을 내뱉게 되었다면, 그 지점이 임계점인것이다.

그 임계점을 알아보는 힘이 필요하다. 피할수 있다면 피하는게 맞겠지만 그리고 그것을 '예방'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면 좋겠지만 만약, 막지 못했을때는 '대피' 해야 한다. '재난대비 훈련'처럼 나에게 다가올 수있는 관계에서 맞이할 수 있는 '재해'들을 완전히 막을 수 없더라도, 안전하게 보호하고 돌보며 다시 '일상'으로 '복귀' 할 수 있게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문제적 언어(거짓말, 비아냥, 폭력성 등의 말), 문제적 행동(원치않는 터치, 공격, 폭력 등의 가해)들로 일상에서 마주칠수있는 위험한 상황을 대응하기 위해서 '자기' ,'방어', '훈련'이라는 3가지 키워드로 접근한다.


① '자기' 는 '자기 발견'을 말한다.

'오해, 편견, 고정관념'은 타인에게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나 자신을 제대로 심리적, 신체적으로 파악하며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② '방어'는 '판단' 및 '안전거리 확보'를 말한다.

어떤 상황이 내게 공격과 폭력으로 다가오는지 그것이 더 악화되려 하는 지 빠르게 그 '경계선'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건 나를 다치게 하지 않아', '이건 나를 다치게 해'라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야 그 다음 단계로 자신만의 '방어 자세'를 취할 수 있는 것이다. 파악이 먼저다, 그리고 방어를 한다는 이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자칫 자기방어를 핑계삼은 무조건 적인 '공격' 이 될 수도 있다.

③ '훈련'은 '대응'에 대한 '상상'을 해보는 것이다.

지난 시간에 날 아프게 했던 경험을 바둑처럼 '복기'해 보며,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어떻게 대응해 볼지 상상해보는 것이다. 이것 또한 '자기 발견'을 할 때처럼 심리적, 신체적으로 대응 방법을 모두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방어 수업,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남의 시선과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고

그 방식을 여러차례 반복하여 '훈련'하는 것


종합적으로 있는 그대로의, 혹은 숨겨놓았던 자기 마음을 알아보는 자기 발견을 통해 진정한 '나다움'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자기 '존중감'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알아차리기 기술과 방어적 안전거리 확보와 대응 자세를 기르고, '온전한 자신'으로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마주' 하고 '경계'할 뿐만아니라 '협력'하여 해결 하려는 힘을 얻을 수 있는 '감정 연습'과 '호신술'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우리는 쉽게 감정에 좌지우지되는 '오용'을 겪으며 위기를 맞지만,

감정이 원하는 바를 알아채고 '대답'할 줄 안다면 '관리' 할 수 있으며,

이를 '조절'해 낼 줄 안다면

비로소 감정을 '조종'할 수 있게 된다.


그리하여 앞서 자기 방어에 대해 정의했던 것 처럼 이 훈련의 목적은, 위험 상황으로부터 적절한 행동법으로 대처하여 '자기의 평소 상태로 돌아와 평정심을 되찾는 것', '온전한 자신으로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아 가는 것' 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겠다.


살아가면서 통념적인 사회적 '정상'의 범주와 기준이 정해지면 그것은 어느 순간부터 나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시선으로 기울 수 밖에 없다. 그때부터 우린 '비'참해지거나 '교'만해 지거나 둘 중 하나의 경험을 하게 된다.

외모, 경제, 성에 따른 역할 등 '~해야 해' , 혹은 '~도 모르니', '요즘은 이게~', '이 나이에~ 벌써/아직도~' 등의 말을 듣거나 하게 되면서 자신의 '결함'을 계속해서 보게 되고 그로 인해 자신에 대해 불만을 품거나 타인에 대해 쉽사리 동경을 품게 되기도 한다. 또 한편으로는 그 속에서 나와 다른 것에 대해 무례하거나 우월하게 행동하기도 쉽다. 대게는 '노출'이 많은 것들에 의한 침투로 외향적인 것들이지만 경험, 관계, 생각, 품성, 가치관 등 내향적인 것들에도 우리는 결국 타인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사회적인 기준에 의하여 인정받는것도 좋겠지만 남의 기준에 휘둘리기보다 타인의 인정 없이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자기만의 기준이 있어야한다. 스스로 강하다고 생각하는 부분, 좋아하는 부분, 나만의 특징을 찾아 지금까지의 통념적 기준과는 다르게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기준'과 '감정'이 오롯이 나의 것인지 빠르게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나를 둘러싼 환경이 어떠한가. 해야할 과제/업무가 밀려있어 여유가 없는가, 홀로 있는가 누군가와 함께 있는가, 집인가 밖인가, 밤인가 낮인가, 밖으로 쉽게 나갈 수 있는가, 주변에 기분을 해소시킬 수 있는 여건이 되는가 등을 살펴보고 살펴본 환경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해결이 될 수 있는 문제인지를 파악한다.

다음으로 자신의 상태를 온전히 살펴본다. 피곤하고 예민한 상태여서 쉬어야 하는가, 컨디션이 좋고 건강한 상태여서 산책이나 운동을 할 수 있는가, 당장 누군가를 만나거나 전화하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태인가 홀로 두는 것이 필요한 상태인가 등

마지막으로 공격대상이 명확하다면 그와의 관계성을 살펴본다. 나와 얼마나 친밀한가, 그 친밀감을 지속해야 하는가, 나와의 거리감은 얼마나 확보되어 있나, 떨어져 있을 수 있는 사이인가 싫어도 매일 마주쳐야 하는 사이인가, 나에게 지시/요구를 쉽게 할 수 있는 사이인가 내가 거절/요구를 쉽게 할 수 있는 사이인가, 그가 바라는 것이 무엇이며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반대로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이며 그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등.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파악하과 나면 감정선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숨구멍이 보인다. 예를들어 우리를 지배하는 큰 감정의 두줄기는 결국 긍정적/부정적이라는 인식인데, 그 감정의 뒤에 숨겨져 있는 '행복'과 '분노'라는 감정 속에 더 꼭꼭 숨겨져 있는 이면을 들여다 볼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제대로 파악하고 가다듬을 수 있다.


감정 대응 방법은 3가지 단계를 거친다.

자기노출, 자기연민의 단계에서 자기와의 거리두기로 넘어가야

'중립적 관찰자'가 될 수 있으며 그제야 비로소

자기를 잘 사용하여 상황을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이를테면 부정적인 시선의 뒤에는 알수없는 불편함과 분노가 늘 섞여 있는데 그 분노는 다시 후회를 동반한다. 기반성 후회(미실행), 대담성 후회(위험감수), 도덕성 후회(정의실현), 관계성 후회(선연락,용기) 등이 그 예이다. 이를 자세히 들여다 보고 파악해야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 재구성하고 새시나리오를 써내려갈 수 있고 거기에 우리의 대응방법이 나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발견한 나의 힘을 마음의 근육으로 길러내고 호신술의 원리인 '밀기, 당기기, 비켜돌기, 주저앉기' 를 자기방어 원칙으로 적용해 볼 수 있다.

위험한 상황이 발생시 빠르게 벗어날 수 있게하는 '생각하고, 고함치고, 벗어나고, 싸우고, 말하라' 스킬을 자기 방어적으로 발휘해 보는 것이다.


상황을 빠르게 판단하고(생각), 긴장 해소를 위한 행동(고함치고)과 즉각적으로 후퇴하는 것(벗어나고), 신체적으로 거부하거나(싸우고) 단호하게 주장하는 것 (말하라) 중 어떤것이 좋은 방법인지 생각해보고 대응하는 것이다.


살다보면 방어가 필요할 때가 있다. 그리고

살다보면 종종 다른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

살면서 어떤일이 우리에게 닥칠지 미리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일이든 이를 맞이하는 나의 태도는 내가 결정한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의 가장 좋았던 마무리는 바로 이부분이였다.

결국 '나의 태도'의 중요성, 거기에는 '나'만이 있지 않았다.

'모두 함께'라는 말로 마무리 짓는다.


어떤 폭력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실체없는 '부당한 세상'이나 실체가 확실한 '가해자', 신체적 접촉이 없는 '대체 공격 (가스라이팅, 은따, 소문, 조롱, 악플 등)' 등이 폭력적으로 다가오지만 관계를 망칠까봐 혹은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혹은 말을 들어주지 않아서 등의 이유로 폭력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주고

도움이 필요할 때 곁에 내어줄 수 있는 관계를 이어나가야

내게 힘든 시간이 찾아왔을때 그 시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다.

내 주변에 누가 사는지 평소에 누구와 자주 연락하고 지내는지가 우리의 건강과 안전에 많은 영향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방어에는 연대가 필요하다. 그 부당한 세상을 부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에게는 서로 함께 노력하는 힘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또 누군가를 도와주면서 관계를 풍요롭고 건강하게 맺어가야만 자기 자신을 올바로 돌볼 수 있게 된다.

다시한번 정리하자면,

자기 방어 기술은 결투에서 승리하거나 남을 해치기 위한 기술이 아니다.

진정한 방어는 나와 우리 이웃을 온전하게 살펴보고 '돌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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