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한 내 친구 - 신나라 그림책
신나라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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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하던 아이의 일상에 찾아온 오싹하고 수상한 친구와의 특별한 하루'라는 줄거리로 책의 표지를 장식하며 책 소개를 하고 있다.


'한 아이의 외로움'이 어떤 특별한 친구를 불러냈다는 이야기인데, 그 외로운 아이라는 표현에 나도 모르게 눈길이 멈췄다. 책의 내용이 시작하기 전에 아이들이 놀고 있는 그림에서 아이를 포함한 학생들이 모두 짝수인 8명인데도 불구하고 2명,2명,3명이 모여 어디에도 끼지 못한 채 서성이는 아이의 외로운 쭈뼛거림이 보였다.


쭈뼛거렸던 책 속의 아이는 사실 씩씩하다. 누구에게나 '새학기 스트레스'가 있듯 새로운 곳으로 '전학' 온 이 아이는 아직은 낯선 환경이 익숙치 않고 조금 어색 할 뿐이다. 그런데 마침 기회가 찾아왔다. 전학 온 어린이 집에서 첫 핼러윈 데이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할로윈 데이는 죽은 영혼들이 이 땅위로 내려오는 날이다.

영미권 문화로 죽은 영혼들에게 몸을 빼앗기지 않기위해서 같은 복장을 입는다고 하며, 멕시코의 '망자의 날'은 죽은 영혼이 자신의 모습과 사람들의 모습이 달라 놀랄까봐 같은 모습으로 분장 한다는 말이 있기도 하다. 어쨌든 우리나라로 유입되면서는 그 유래나 뜻보다는 코스프레(Cosplay: '복장(costume)’과 ‘놀이(play)’의 합성어)를 하면서 파티나 행사를 즐기는 날로 인식된 날이다. 언젠가부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단골 행사가 되었고, (중고등 학교 행사로 하지는 않지만) 어른들도 좀처럼 한국엔 없었던 이 행사를 가면 무도회를 즐기듯 제법 자리잡은 문화이다.

전학생 지우 역시 어린이 집 '행사'로 기획된 이 날을 즐기기 위해 '고양이 가면'을 준비했다. '가면'은 지우에게 기회이자 용기를 줄 수 있는 훌륭한 아이템이였다.

단순히 외모를 가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전학온 아이'라는 것을 가려줄 가면이였기 때문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언제 말을 걸 수 있을까, 어떤 놀이에 낄 수 있을까 고민할 필요 없이, 이 할로윈 파티 가면 뒤에 숨어 친구들과 잘 섞여 어울리며 행사를 즐길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신났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통학 버스에 올라타면서 부터 평소의 조용한 모습과는 달리 '가면을 쓰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어 보다 적극적이고 쾌활한 성격을 보여준다. 아이들에게 가면은 역시 저 친구는 누구일까 맞추기 놀이가 되기도 하지만, 가면의 캐릭터 자체를 흉내내는 역할 놀이 이기도 하면서, 가면들이 뒤섞인 파티이기도 했다.

아이는 오늘을 즐길 준비가 잔뜩 되어 있었다. 우리는 8명이고 두명씩 짝을 맞추어 추는 춤 파티에도 어울릴 수 있고 수다떨며 간식을 먹거나 밖에 나가 놀 수 있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쩐지 오늘 뭔가 틀어진다. 춤 파트너 짝이 맞지 않고, 간식도 모자라고, 나가 놀 신발도 없어졌다.

하지만 가면 속 친구들은 가면 속 지우가 용기있게 자신의 존재를 알렸던 만큼 이에 대답해 주며 친절을 베푼다.

셋이서 추니까 더 즐거웠어요.

나누어 먹으니까 더 맛있었어요.

빌려 신은 신발로 뛰어 노니 더 신났어요.

혼자였으면 심심했을텐데 둘이 같이 있으니까 재미있었어요.

오늘 헤어진게 아쉬었지만 내일 또 만나서 놀 수 있어서 좋아요.

오늘, 정말정말 재미있었어요!

같이 추자, 같이 먹자, 내 꺼 빌려줄게.

혼자 있으면 심심했을 텐데 아이에게 오늘은 정말 모두 '친구'가 되어 주었다.


하나 둘 시간이 흘러 가면을 벗으며 귀가하면서 베일이 벗겨졌다.

아 누가, 누구였구나, 아 이건 누구였구나, 가면 맞추기 퍼즐이 맞춰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단 하나의 퍼즐이 안맞춰진다.


넌.. 누구야?

8명인 우리 어린이집에서 도무지 유추할 수 없는 한명의 유령 친구.

공룡, 꽃, 핫도그, 호박, 거미,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 고양이 분장들 사이에서 마침 분장도 유령이다.



오싹~하다기보다 그저 내 친구가 누구인지 궁금할 뿐인 아이의 시선이 순수하다.

넌 누구야 (소오오름) 이 아니라, 넌 누구양? (궁금) 으로 끝난다.

그리고 네가 누군지 오늘 당장 몰라도 괜찮다, 내일은 가면을 벗은 채로 다시 만나 놀 수 있으니까. 오늘 놀았던 친구는 내일도 만날 수 있는거다.

할로윈 데이 행사는 단 하루뿐인 놀이였지만, 오늘이 지나도 두고두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화제거리일 뿐이다. 내일도 우리는 어린이집에 나오고, 어제 이야기를 하면서 평소와 같은, 하지만 더 친밀해진 내일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어른의 시점에서 봤을땐, 순수한 아이들에게 '산타클로스'와 같은 역할을 맡은것 처럼 유령의 역할도 잘 적응하지 못한 지우를 적응시켜주기 위해서 누군가 했겠지 싶지만, 아이들의 시선에서는 그저 기묘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렴 어때 싶었을 것이다.


그 친구는 누구였을까, 불청객이였을까, 당연했던 잔잔한 일상에 작은 사건들을 일으켜 '관계맺기'에 변화를 준 중요한 도우미였을까.

오싹한 내 친구는, 오싹한 내 친구의 정체가 중요한게 아니다. 정말로 중요한건,우리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어떤 사소한 사건과 계기를 우리는 놓치지 않았고, '덕분에' '더' '재미있고 즐겁게' 핼로윈 파티를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전학(새로운 환경)을 와서 어색했던 사이는, 파티(새로운 환경)를 가서 더이상 어색해지지 않게 되었다.


'누구냐 너는!!!' 이라면서 추리하며 그 친구가 누구인가라는 정체를 알아내려 하기보다, '너무너무 재미있었다'며 웃으며 어린이 집을 나서는 지우가 내일은 더 즐겁게 어린이집 생활을 할 수 있게 되길 응원하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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