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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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을 포함한 7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는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그 중에는 「크리스마스에는」이라는 소설도 실려있다. 이 소설에 영감받아 다시금 스위치에서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연작소설로 연재하며 다시금 「크리스마스에는」으로 마무리되는 김금희 작가의 신작 『크리스마스타일』

아픔과 이별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 인물들의 치유, 화해, 성장의 이야기를 아주 잘 이끌어가는 작가이기에 이 책에서도 과거의 회상과 현재의 나를 연결하며 결국 화해하는 과정을 따뜻하고 산뜻하게 보여준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식인 옴니버스 에피소드 구성형식으로 일곱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각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다. 전편에서 나온 인물의 이름이 다음편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그 다음편에서는 주변부로 등장하면서 "아, 그친구가 누나였구나, 아 이친구가 그 전남친이구나. 아 그때 그사람이 이사람 선배구나." 하면서. 시점이 바뀌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시점이 바뀌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관점이 바뀌면 세상이 달리보이듯이.


모두의 겨울이 다르듯이, 각자가 완성한 크리스마스의 풍경들이 다르겠지만, '크리스마스 타일처럼 이어붙인 우리들의 마음'만은 그 각자의 이유로 가치있게 사랑받길 원한다는 작가의 말을 새겨본다.



세상은 내키는 대로 낙서해도 되는 백지장이 아니지만

이미 낙서된 부분들을 하얗게 지우거나 덮을수도 없다.


다른 사람에게 나를 일일이 설명할 필요도 없지만

내가 그러고 싶다면, 나를 알리고 싶다면 반대로 일일이 설명해도 된다.


대게 살아가면서 얻는 교훈들은 실천되지 않기에 우린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누군가에겐 상처로, 누군가에게 추억으로 남아가고 있다.

그 누구도 '상한 사람'으로 곁에 있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살면서 많은 것들을 애도하면서 보냈다.

그것은 시절일 수도 있고 사람일수도 있고 과거의 나일수도 있다.

누군가와 함께 보냈던 시절이 반짝였다 한들 다시 한데 모아 반짝이게 할 순 없고,

그 중 많은 이들도 떠나버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잃어버린 사람들을 또 다른 사람으로는 채울 수 없었다.


크리스마스는 어떤 용서도 구원도 수거도 필요하지 않은

그저 흔한 날중에 하루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크리스마스는,

더욱이 눈내리는 크리스마스는

모두가 모두의 행복을 비는 박애주의의 날이다.


이 겨울에 맞는 '크리스마스'라는 주제이지만, 비단 우리가 채우고 맞춰가야 할 타일이 '크리스마스 타일' 뿐이겠는가. "어떤 용서도, 구원도, 수거도 필요하지 않은 그저 흔한 날" 중에 하나일지라도 일년 내내 쌓아온 일상의 타일들이 한 해의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기에 더 꿋꿋하고 힘차게 채워질 뿐이다.

내리는 새햐얀 눈은 소복히 쌓이며 세상을 환히 밝히는 듯 보여주지만 곧 녹아 사라지는 것처럼, 그 시절을 보내며 상처를 주기도 하고 추억을 남기기도 한 우리의 함께도 영원하지 못하고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흩날리고 쌓였던 그 눈과 한사람의 자리는 새로운 사람이 똑같이 채워줄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저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하기를 비는 박애주의자처럼 매년 따뜻하고 행복한 크리스마스가 되기를 바라며 'I'm dreaming of a white chistmas'와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를 외친다.

진심으로. 여느때와 같은 일상이지만 늘 수고해왔고 애써왔던 당신에게 그 어떤것들과 화해하고 잠시라도 구원이 되길 바라며.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모두가 미리 Merry Christmas하길 바란다.

이 계절에 너무나 맞는 소설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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