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12의 샘 - 믿고 읽는 소설가 7인의 테마 소설집 창비교육 성장소설 3
고비읍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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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학교에 대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그려진 단편 소설집으로 『B612의 샘』을 비롯하여 이종산, 안세화, 고비읍, 조우리, 이꽃님, 허진희, 조규미 7명의 작가의 7개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이야기는 겉으로는 미래 학교의 형태나 교육의 방법의 변화를 보여주는것 같이 느껴질 수 있으나 결국은 인간관계 형성에 대한 이야기를 꼭 품고있다.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 아니 이 시기의 청소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또래집단의 형성'이다. 친구가 가장 중요하지만 그만큼 우정을 깊게 나눌 수 있는 관계 형성과 어울리고 다투는 일련의 과정들을 가장 어려워하는 시기이다. 같은 나이대라는 이유로 한 공간에 두지만, 같은 교육을 배울 뿐, 정작 '친구 사귀는 법' '다툴 때 화해하는 법' '우울한 친구를 위로하는법' '맞지 않는 친구를 대하는 법' '우정을 유지하는 법' '취미를 존중하고 공유하는 법' 등은 배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이든 경험하면 나아지기 마련이다. 우리에게는 유소년, 청소년 시기라는 긴 시간동안 학교에서 다양한 경험과 관계를 쌓으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들은 결국 미래의 아무리 고도화된 기술이 교육의 형태와 방법을 바꿀지언정, 아마 학교라는 공간 자체는 사라지지 않지 않을까 하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지난 2020년, 처음으로 맞는 감염병 시대를 보내며 아주 많이 당황했고, 그건 학교도 마찬가지였다. 사상 처음으로 개학을 4번이나 미뤘고, 사상 처음으로 수능도 미뤘다. 개학 '연기'만을 외치던 교육부는 결국 사상 처음으로 공교육기관의 '온라인'개학이라는 방법을 도입하기에 이른다.

플랫폼이나 네트워크 구축이 잘 되어있지 않아 서버 폭주는 기본이었고, 출석체크랑 수업방향을 가다듬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우린 결국 적응하였고, 6월이 되어서야 전교생의 ½, ⅓의 등교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며 온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해가기 시작했다. 이듬해 2021년도에는 학년별 교차등교를 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했다. 플랫폼도 안정적으로 구축되기 시작했고 실시간 쌍방향 수업도 이제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다시 그 이듬해인 2022년, 이제는 익숙한 '온라인 원격 수업'은 '감염병'뿐만 아니라 '자연재해'에서도 유연하게 적용 될 수 있게되었다. 이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했던 일이였다. 감염병의 유행뿐만 아니라 태풍이나 홍수, 미세먼지나 황사 등의 자연재해로 학생들이 등교가 안전하지 못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온라인 수업 전환이 자유로워졌고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수업 일수를 조정하여 아예 휴업하기도 한다. 이제 우리에게 '비대면' 수업이라는 말은 낯선 단어가 아니다.


온라인 수업 외에도 학교의 변화는 또 있다. 바로 학생수 감소로 인한 학급 인원수 감소 및 학급 수 감소이다. 예전에는 1학년 10반 37번 이라는 학번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기껏해야 한 학년에 3~4개반으로 구성되고 한 반학생들은 20명을 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학생수가 줄어들며 선생님 수도 줄어야 했으며, 빈 교실이 늘어났기에 교실은 교과교실제와 스마트 교실(전자 칠판과 학생 개인 패드 사용)화 되었다. 학교는 이렇게 사회 변화에 따라 함께 변화하고 적응하고 있다.

교육부에서 지난 4월 발간한 성과 자료집을 살펴보면, '코로나19 감염 예방', '초·중·고 온라인 개학' 및 '원격수업', '교육바우처', '무상교육' 및 '무상급식' , '돌봄서비스', '고교 학점제', '고교정보블라인드', '스마트 교실', '그린학교', '디지털 신기술 인재 양성 혁신 공유 대학' 등의 단어를 접할 수 있다.

세상의 변화에 따라 학교의 변화가 느린것은 사실이나, 더디게나마 미래 교육을 차근히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교육부 자료에서 <미래교육체제로의 전환>부분을 살펴보면 이를 더 잘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래의 변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나 더 해보자면, World Economic Forum (WEF, 세계경제포럼) 에서 제시한 '직업의 미래'라는 보고서에서 미래에 사라질 직업과 늘어날 직업에 관한 것이다. 2022년까지 약 7,500만여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025년에는 기계(AI)가 전체 업무의 52% 이상을 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I의 대체로 사라질 수도 있는 미래 직업들로는 제조업(로봇투입), 은행원(모바일거래), 부동산중개인(온라인거래), 금융애널리스트(딥러닝), 패스트푸드 음식점원(키오스크), 스포츠경기심판(비디오판독), 건설노동자(자동화 건설기계), 농부(자동화된 농기계), 텔레마케터(ARS서비스 자동화), 사서(무인서비스), 전투기조종사(무인항공기), 경비원(홍채인식과 지문인식으로 보안화), 영화배우(CG), 바텐드(로봇), 의사(자동화 검진 시스템), 경찰·형사(일부 기술 자동화), 변호사·건축가·회계사(컴퓨터 소프트웨어), 기자(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을 예상해 볼 수 있다.


반면 새로생기거나 늘어날 일자리로는 인공지능·빅데이터 관련 전문, 3D프린터 관련, 신에너지 산업전문, 바이오헬스 전문, 고연령층대상 산업, 교육분야 등이다.

고도화된 기술을 다루는 직업군과, 인간다움이 발현되는 공감과 교감 및 관리가 필요한 분야, 그리고 아무리 학생수와 학급수가 감소해도 학생들에게 '배움'과 '소통'의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교육분야는 미래에도 사라지지 않을 직업군에 속해있다.


다시 책소개로 돌아와, 이 책에 수록된 7개의 단편들을 살펴보면 다 비슷한 설정들이 있다. 어쨌든 지금보다 적게는 20년쯤, 많게는 80년쯤 후의 미래 학교를 그리고 있고, 가상현실, 인공로봇 등 고도화된 네트워크 연결망이 구축되어 있다.

그러나 '학교'라는 이름과 공간(대면과 비대면의 차이는 있지만), 이것만큼은 어떤 이야기에도 바뀌지 않고 등장한다. 학교라는 공간 자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성인'으로 넘어가기 직전까지인 '청소년' 시기의 아이들에게 기술력이 동반된 형태와 방법은 달라진 '배움'을 전달하는 것과, 의미는 다를지언정 '교실'과 '학급'도 여전했고, '졸업'을 앞세우며 평가하고 능력을 채점하는 시스템 역시 똑같다. 지금의 학교에서의 어떤 문화가 사라지고 어떤 문화가 남겨지게 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소외, 질투, 경쟁, 폭력, 차별 등의 문제들은 장소를 불문하고 여전히 '문제'가 되는 현상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사회가 고도화되면 '문제'도 사라질까. 복잡한 '감정'이 해소될까. 모두 '옳은' 선택을 하게될까. 그건 모르는 일이다, 라고 모든 작가들은 입을 모아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책의 단편소설들의 각 줄거리와 기억에 남는 문장들을 정리해 보았다.

이종산 <B612의 샘>

학교는 매주 들어야 할 수업량이 정해져 있다. 선생님들이 미리 녹화해둔 수업 영상을 보면서 수업을 듣는 것도 있고 실시간 쌍방향 수업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있다. 각자 자기 사정에 맞게 일주일 동안 들어야 하는 수업량만 채우면 된다. 좋아하는 수업을 먼저 듣고 싫어하는 수업을 미루기도 하고, 한꺼번에 많은 수업을 다 듣거나 매일 2~3개씩 할당량을 분할하여 듣는것도 학생의 몫이다. 손목에 찬 미니 윈도우가 학교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는 높은 수준의 가상 공간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메타공간 학교이나 복도나 교과 교실 등이 갖춰있으며 자신이 수업 받을 가상 공간을 자신이 직접 꾸며 결과를 발표하는 시간도 있다. 학교에 따라 학생들의 얼굴 공개도 자율적이라 규칙에 따라 진짜 얼굴을 보여야하는 경우도 있고, 가상의 얼굴로 대체하는 학교도 있다. 가상공간이지만 가상 넘어에 모두 실재하는 동학년을 친구들이기에 친구들을 사귀고 어울리는 것은 같다. 이곳에서도 사회성은 길러내야 하기에 적응을 못하는 학생들을 도와주는 가상공간에만 존재하는 'A'가 뒤섞어 친구가 되어 외로움을 덜어주다 졸업할 무렵 서서히 멀어지기도 한다. 진심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일은 만남의 형태가 바뀐 미래에도, 그리고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널 천천히 알아 갈 수만 있다면 누군가는 널 진심으로 좋아하게 될거야."


안세화 <다시만나는 날>

한 가정에 한 아이가 귀했던 것도 옛말이 된, 한 아파트에 한 아이가 있을까 말까한 시절로 접어든 2040년경 어른들은 아이들을 길러내기 위한 자본과 인력에 대한 투자에 합의했고 공격적인 교육 개혁이 실시되기에 이르렀다. 초중등을 합한 9학년 체제에 66차 교육과정과 함께, 사립학교가 모두 문을 닫고 거대한 부지의 국립학교들이 개교하면서 학교 운동장은 자연 친화적인 공원으로, 수업관, 놀이터, 식당, 기숙사를 비롯한 20개가 넘는 생활, 편의, 문화 시설을 갖춘 학교 건물 지어졌으며 정신적 결핍을 케어해주는 최신식 시스템에 따라 안정을 보장하기에 이른다. 예를들어 친구가 없는 학생을 위한 '메이드 AI' 등으로 말이다. 학교에서 서로를 사귀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면 그들이 만들어 갈 가정과 사회는 더 엉망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에 인간이 만드는것치고 완벽한 것은 없었다. 개혁 이후 학교라 해도 완벽하지 않았다. 학교가 완벽하지 않은 만큼 가정과 사회도 완벽하지 않았다. 단지 나아지려 노력할 뿐.

"인생이 이렇다. 작정한 대로 흘러가지 않지.

그래도 언젠가 알게 될 사실이라면 학교에서 배우는 편이 나아. "


고비읍 <나에게 물어봐>

학교에는 학생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기 위해 두달에 한번 학생들의 상담을 진행하는 로봇 '온리'가 있다. 비밀유지, 태도일관, 적절조언으로 다년의 빅데이터를 쌓으며 개인로봇이 만들어졌다. 이를 '버디'라 하는데, 14살이 되면 누구나 새의 날개와 짧은 부리가 달려있는 친구같은 이 개인 로봇을 받아 20살이 되는 6년동안 이용한다. 카메라(CCTV)가 달린 눈, 스피커가 달린 부리, 모니터가 있는 가슴 그리고 날개 안쪽에 이용자와 보호자의 신상을 확인할 수 있는 개인코드가 있어서, 결제코드 연동시 대중교통 이용이나 상점 결제가 가능하며 본인만 사용할 수 있으며 이외에는 튜닝도 가능한 버디는 개인 이름을 붙여 사용하는 신분증이자 지갑같은 존재다. 또한 학교의 모든 공지와 수업내용, 과제가 버디를 통해 전달되어 영상을 확인하거나 숙제를 제출할때도 버디를 이용한다. 성인이 되도 원하여 불법 버디를 만들고 사용하면서까지 믿고 의지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수상한 행적은 없는지 '의심'하며 감시하는 '버디와처'도 있다. 살아가면서 '의문'을 품는것이도 재능이다.어떻게 살아갈지 알 수 없지만, 마땅히 해야 할일 들에 수많은 질문을 던지며 검색만 하면 쉽게 답을 얻어지는 삶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이 길고 험난할 수록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만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웃기는 소리야. 배운 감정을 표현하는 것 뿐인건 사람도 똑같아. 사과하고 싶지 않아도 미안하다고 말하고, 화가 났는데도 괜찮다고 말하고, 뒤에서는 욕하면서 앞에서는 좋아하는 척 해. 다 그렇게 살아."


조우리 <메타버스 학교에 간 스파이>

교통사고, 혐오시설, 각종범죄, 전염병, 학생 수 감소나 지역불균형으로 인한 폐교 위기, 장애와 비장애인의 통합교육 등 어떠한 제약도 경계도 없이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되는 '메타버스 학교' 교육 관련 공약은 선거철마다 주요 쟁점이었다.

학교는 안전을 보호받는 최소의 울타리이자, 또래 아이들과의 최초의 경험을 공유하는 사회이다. 사람과 사람이 모인 곳에는 즐거운 순간만큼 괴로운 순간들도 존재하고 이것은 물리적 공간으로 존재하는 학교 뿐만이 아니라 가상세계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문제였기에 최고의 교육환경을 제공한 '메타버스 시범 학교' 비밀 프로젝트를 운영하여 교육적 효과를 검증해보기에 이른다. 지금의 모습과 매우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는 가상 학교공간에 '아바타'로 대체된 학생들이 있었고, 때문에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올바른' 중학생의 모습으로 연기하는 '요원(가짜 중학생)'들도 섞여있을 수 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어른 맘대로 되지 않는 법 메타 버스 학교는 1회 졸업생을 배출하면서 동시에 문을 닫았다.

"처음엔 좀 신기했는데 학교가 학교지 뭐. 학교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지 학교를 현실에서 없애면 문제도 같이 없어지나요?"



이꽃님 <에이저>

기술이 발달되면서 사람이 할일 수 있는 일이 제한되더니 수십년전부터는 AI가 모든일을 대신하게 되면서 인류의 역할에 대한 질문이 계속되어왔다. 아무리 노력해도 AI 능력을 이길 수 없기에 학생들은 좌절감만을 느낀채 배움을 포기하였고 학습의 가치는 사라지게 되었다. 이에 교육부는 현실과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완벽히 구현된 가상체험 학교로 방법을 전환하였고 이 가상학교에서 졸업하려면 '에이저'를 통과해야 한다. 제시된 키워드(석기시대, 화재, 전쟁 등)와 관련된 가상 상황에서 AI와 대결하여 레벨(능력치)를 평가받는 학습법으로 이를 통과한다는 것은 '인간만이 해낼 수 있는 것', '무언가를 스스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우정, 협력, 지혜, 위기 대처 능력, 책임감 등을 강조했다. 지금도 고사와 평가로 학생들을 평가하듯, 미래에도 책임감이나 위기 대처 능력으로 '인간성'을 평가한다. 하지만 그 인간다움을 평가하는 주최도 결국 AI였다는 것을 안 학생들은 그 평가 기준에 의문을 품는다. 진짜 인간다움은 끊임없는 방황과 고민과 갈등하는 모습에서 나온다. 그것이 살아있는 증거이기에 고민하느냐 아무것도 결정 내리지 못한다 한들 괜찮다. 만약 어떤 것을 선택했다면 당신의 선택은 옳으며, 이렇듯 늘 누군가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사람이 사람다워야지."


허진희 <너에게 맞는 속도>

국가 차원에서 인재 양성을 위해 세운 명문학교로 전액 학비가 무료인 미르고등학교는 매학기 시험을 봐서 탈락자를 만들어내지만, 끝까지 살아남은 졸업생은 미르대학교에 입학하는 치열한 경쟁구도를 지닌 학교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저마다의 취향으로 장식한 홀로그램으로 학습을 돕는 인공지능 튜터(2043년 현재 3.0ver)를 지니고 있으며 학교 수업에도 튜터를 이용해 수업을 진행한다. 튜터의 버전 업그레이드의 가격이 높기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3.0ver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훨씬 낮은 버전인 1.5ver으로 수석입학에 첫 학기 시험 1등을 한 학생이 나타났고, 자신의 튜터1.5ver 가 아주 가끔 조금 느릴뿐 불편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그런 학생에게 게다가 그런 그에게 장학금의 명목으로 3.0ver 무료 업그레이드를 시켜주겠다고 했을때 학생들은 묘한 질투감에 휩쌓여 큰 반발을 일으켰고, 학교는 다음 학기 시험에도 1등을 한다면 이라는 조건을 다시 걸며, 장학금 제도를 제대로 마련하겠다는 어중간한 태도로 타협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하고 도움이 되어도 그것을 사용하는 것은 인간이기에 학교의 교육 방법이 달라질지언정 시스템이 같다면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관계도 비슷할 것이다. 학생들이 반발했던건 무료 업그레이드라는 장학금 그 자체가 아니었던 것이다.

"머리가 좋고 나쁜거랑은 상관 없어. 난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할 뿐이야."

조규미 <A가 오는 중>

미래 교육 위원회는 시간여행으로 지상에 없는 과거의 교실을 체험함으로써 현재의 인간이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 탐구하는 '교육 현장의 종적 탐구 및 체험 프로그램', 일명 '공중 교실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다양한 사례를 모으고 있다. 시간여행 터널을 통과하는 '다이싱'상태를 거쳐야 하기에 정상적인 신체 활동이 가능해지기까진 체험 후 24시간이 소요되며 이후에도 회복하면서 작은 신체적 후유증을 겪게 되는데, 노화가 진행되지 않은 어린 나이일수록 후유증이 미미해서 대간 여행 대상자는 18세 미만으로 조정되었다. A,J,K 세사람은 12주동안 1999년의 학교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22세기에 이르면서는 몸속에 네트워크 연결망을 심는것이 유행이였고 교실은 실체없이 배움의 순간만 나누는 시간적 개념이였으며 기술의 도움으로 타인과의 접촉은 최소화 되어 살아왔다. 따라서 삐삐로 연락하는 원시시대 네트워크, 사라진 운동경기(축구, 야구, 배구, 탁구 등)와 동물원, 감염병이 뭔지 모르고 사는 사람들처럼 입김과 온도와 냄새가 날만큼 가까이에서 이야기 하며 잦은 스킨십을 나누는 모습은 낯설었다. 지금은 익숙하고 당연한 것들은 과거에 없을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이 미래에 남겨져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A는 미래에 남겨져 있지 않은 사람과의 어울림, 응원, 지지가 낯설고 기뻐 미래로 돌아가는 시간을 늦추고 만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하죠. 가능하면 많은 것을 경험하고 돌아가세요."




미래의 학교지만 현재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시대가 변하더라도 그 시대의 변화를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청소년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바가 매우 직관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 본질은 같다. '나다움'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을 것. '행복'하기 위해 나와 주변을 잘 살필 것. 때문에 '인간성'이라고 불리는 그 따뜻함을 끝까지 놓지 않을 것.

한편의 이야기마다 작가의 말이 들어가있어서 작가의 집필 계기와 의도도 보다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책의 제목이 되기도 한 <b612의 샘>을 쓴 작가의 말에 가장 공감한다.

미래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아득하지만

사람의 마음, 사랑하는 마음은 크게 변하지 않을것 같습니다.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은 달라졌을지 몰라도

사람의 마음은 그리 많이 달라지지 않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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