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능력주의 - 한국형 능력주의는 어떻게 불평등을 강화하는가
김동춘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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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만 보고도 자신을 돌이켜보니 수능, 국가고시, 국가공인 자격증 시험까지..

나역시도 수많은 시험을 거쳐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해와야했다는 것을 새삼 인식하게된다.

그것에 대한 불만은 없었다. '모두'가 그렇게 하고 있으니 차라리 그게 공정하다고 믿은것도 사실이다. 거기에 미친 자들은 '노력'의 대가를 마땅히 받는 것이고 미치지 못한 자신은 '능력'의 '한계'라고 생각했던것 마저도.

시험 능력주의를 말하기 위해서 이 책은 초반부터 '학교' 교실 속을 들여다본다.

성적과 진학이라는 획일적인 가치 강요로 자고 있는 학생, 선행 학습과 학업 중단을 선언한 학생, 공격성과 반항성의 일환으로 나타나는 학교폭력과 우울증(자살), 그리고 최근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가속된 교육의 격차와 학교의 위기까지.

그리고 짚어본다. 과연 우리 학교는 시험 만능주의를 인지하고 있는걸까. 이를 바꾸기 위한 '노오력'은 하지 않은 것인가.

수능만능주의가 팽배한 한국 교육에서 수행평가, 동아리, 봉사, 독서, 행동특성과 인성등을 골고루 반영한 학생부종합전형과 입학사정관제, 논술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결국 사람을 '평가'하거나 '선발'할 때는 당연한듯한 절차로 공정과 변별의 합리성을 앞세우면 결국 시험문화(culture of testing)만이 남는다.

학원과 입시준비가 학교교육을 압도하고 각종 고시와 시험을 치뤄 승리한 시험선수(혹은 시험형인간) 엘리트들이 권력(지위)과 경제력(부)을 차지한 후 자녀에게 세습하는 나라, 한국이다. 성적°성과로 서열과 등급 매기기가 중심이 된 이곳은 시험은 공정하고 그 결과는 능력의 증거라 생각하기에 명문대 졸업장을 신분증 혹은 브랜드처럼 여기고 있다.


한국은 사람을 평가할때 시험성적이력을

거의 절대시하는 시험만능주의 사회다.

이런 현상을 '시험문화(culture of testing)이라 부른다.

시험이라는 것은 어느나라에나 있지만, (특히) 아시아나라들에서

시험은 '사회계층이동'과 '더 많은 경제적 기회'라는 의미를 갖는다.



교육과 시험은 분명히 별개의 것이지만,

'시험'이 '교육'을 이겼다.

그리고 시험 중에서도 자격시험이 아닌

순위(ranking)을 정하는 시험이 이겼다.

시험을 통한 절차적 공정과 최고자격자(the most qualified)선발의 원칙이교육과 수련, 공적, 일에 대한 적성 확인 절차를 거친

적임자 선발 원칙을 이겼다.

한국에서는 최고 적임자보다는 최고 능력자 선발을 우선했다.


별개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시험'이 '교육'을 이긴 한국에서는 일에 대한 적합성을 따진 '최고 적임자'보다는 그 분야에 대한 순위를 매겼을때 제일 위에 있는 '최고 능력자'선발을 우선했다. 즉 능력있는 사람이란, 그일을 잘 수행할수 있는 '자격'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성적을 엄격히 변별해서 '최상의 순위'순서대로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능력주의는 자유주의와 개인주의와 맥락을 같이한다. 그리고 이런 신자유주의 시대의 공정, 능력주의 실적주의가 낳은 차별과 혐오는 노동의 중요성을 가르치지 않는 학교로부터 파생된다. 학교는 시험능력주의에 따라 학력, 학벌이라는 정치자본을 가진 신분이 생산노동자의 신분위에 군림하는것이 전혀 이상하지않다고 가르치며, 교과서는 주류 경제학은 시장주의 이론에따라 노동자를 산업전사, 생산성향상을 위해 순응하는 육체노동계급으로 서술하고있다. 한국의 과잉교육열은 결국 노동천시와 맞물려 노동비하로 나타난다.

학생들이 교과서에서 긍정적으로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선호하는 직업군(전문직,공무원,공기업,대기업)은 경제활동의 10%정도에 불과하며 이들이 장차 피고용자로 일하게 되었을때의 대처나 재해정도는 가르치지않는다. 그렇다면 학교와 사회는 학생들에게 도달 할 수 없는 신기루만을 제시한후 좌절시키고 있는것은 아닐까 생각해볼 일이다.

그런 맥락에서 대입경쟁도 결국, 노동의 세계에서 탈출하기위한 전략, 즉 사회적 '노동자신분' 비하, 저임금, 고용불안, 위험한 일터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다.



'무엇이 삶을 의미있게 하는가'라는 가치 기준평가에서

한국인들의 대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독 한국인들만 '물질적 복리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대답한 것은

시험능력주의와 무관하지 않기때문이다.

다른 선진 16개국들은 '사회', '가족', '직업' 라고 대답했고,

이는 한국사람들이 최종 성적표를 '부'로 여기며

다른 가치들을 후순위로 돌린다는 것으로 가치 일원성, 가치 획일성이 매우 큰 나라임을 시사한다.

이책은 이렇게 학력인플레와 대졸청년들의 고통, 능력주의와 개인주의의 자기모순과 한계, 진짜 적용되어야 할 영역과 이를 넘어선 정의와 형평까지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능력주의는 수평적다양화, 능(能)과 지(知)를 고루 중시하는 사회를 말한다. 따라서 로스쿨, 경영대, 의대로 국가 엘리트를 양성하려는 능력주의가 아닌 순수학문분야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사회.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 철학, 예술에 특별한 재능을 가자 청년들이 자신들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수 있도록 지원하여 이후 일자리뿐만아니라 높은 보상까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세가지 개혁이 필요하다.


✔️관료 법조인의 (지위독점,지위폐쇄) 특권철폐와 반부패, 전문직 직업윤리확보 등으로 '지배집단' 구조개혁

✔️노동의 인간화, 처우개선, 임금격차축소, 단계적 숙련형성 등으로 사회적 연대와 조직운동을 활성화한 '노동사회' 구조개혁

✔️능력주의, 성장주의, 물질주의 이데올로기에대한 비판적 사고와 정신적 노예화 극복 등의 '가치'개혁과 대학 공공성 확대와 대학서열 구조 완화로 병목통로 확대

이책의 교육의 본질에 집중한다. 교육은 기본적으로 계층, 계급, 불평등을 복합적으로 안고 있어 경제, 복지, 노동, 수도권 집중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풀 수 있는 사회개혁 사안으로 보고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책은 한국의 사회개혁, 불평등극복, 시험능력주의 극복을 위한 일종의 정책 제안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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