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아르테미시아 - 최초의 여성주의 화가
메리 D. 개러드 지음, 박찬원 옮김 / 아트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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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 Arrtemisia는 그녀의 묘비명이다.

이름만으로 존재를 증명하고 명성을 증언한것이다.

1593년 그녀가 태어났을 당시 여성은 법적으로 아버지나 남편의 소유물이었으며 여성혐오와 마녀사냥이 극에 달하던 시기였다. 그런 그녀의 묘비명이 이름으로 새겨져있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카라밧조와 젠틀레스키, 클림트가 그린 유디트의 그림은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비교감상해봤을 그림이다. 같은 인물을 두고 각기 다른 해설과 시선으로 그려낸 유디트는 유약하거나 매혹적인 팜므파탈이였지만, 그녀는 달랐다. 강인하고 주최적인 영웅의 모습이였다.

이전부터 유디트나 막달라 마리아는 여성의 고정된 유형의 정체성을 부여하기에 좋은 소재였는데, 아르테미시아는 카라밧조의 화풍은 이어받되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인물을 빚어내 변화하는 유형을 만들어 깊이와 복잡성을 얻어냈다.

그녀의 회화는 거의 최초로 여성적시각에서 젠더관계를 보여주었다. 대담하고 인습타파적으로 가부장제도에 맞섰고 기성권위(미켈란젤로와 카라밧조)에 도전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성숙하고 건장하며 전통적인 여성미가 없는 영웅적 여성상(강인한 여성지도자)로 등장시켰던 것이다.

그렇게 수십년에 걸쳐 아르테미시아는 유디트를 시작으로 여성에게 힘을 실어주는 이미지를 계속 그렸다. 이로써 여성에게 가해진 제약으로부터 가상의 탈출을 추구했으며 유사한 미적 전략들을 사용해 문화적 제약에 도전했다.

7장의 목차로 이루어져 있는 이 책의 내용 구성은 다음과 같다.

✔그녀의 발걸음(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나폴리, 잉글랜드)과 그녀가 만난 작가, 후원자들. 그녀가 불러일으킨 저항운동과 연대의 물결

✔죽음을 무릅쓰고 정숙한 아내로 순결을 지킨 성서속 여성적인 덕행의 모범이자 구약시대 규범의 상징인 '수산나'에게 저항과 사회적 모순을 표현

✔드레스와 장신구라는 유희를 개인의 독자적 선택문제의 자유로 대담하게 주장하고 '막달라'에게 역할극하듯 다채로운 삶으로 연결

✔"겸손이 오만함을 처단"하는 도나텔로의 정신을 이어받아 반가부장적 도전의 영웅적 주인공으로 '유디트'를 그려 "여성이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를" 주장

✔악마같은(악명높은) 여인의 전형이된 '메데이아'를 자신의 삶을 통제할줄아는 사람으로, 감정적이고 연약한 '에스더'를 죽어가는 디바의 인간적인 모습으로, 성서 속 유약한 '야엘'을 강인한 여성으로 표현하며 젠더 역할이 전도된 권력이미지로 활용

✔여성의 이중성('이래야 한다'와 '이러고 싶다')사이에 끼인 분열되고 상충된 자의식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극복하기위한 전략을 고안하고 알레고리와 자신을 동일시

✔교양학문과 뮤즈들의 알레고르를 그림으로 그림으로써 여성 성취와 모계계승을 담아 이념의 유산을 확장 및 전달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역시나 그녀의 재해석한 여성 인물들의 그림이다. 보란듯이 남성과 여성의 시각적, 개념적, 지위적, 육체적, 인간적인 차이를 보여준다. 성별을 떠나 그녀의 그림에는 결국 자기 삶을 개척하고 고뇌하고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즉, '주체적인 인간'의 모습을 담아내려 애썼다. 그녀부터가 스스로 개척해 나간 삶을 살아가는 '주체적인 여성'이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였다.


책의 말미에 몇 줄로 정리된 그녀의 이력. 성폭행의 피해자이자, 가부장적인 가정의 딸과 아내, 엄마로 살았지만 화가이자 가장이자 사업가였다. 무엇보다 이 책의 부제목처럼 '최초의 여성주의 화가'로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젠더갈등을 수면으로 드러내며 논쟁해왔던 정치가였다.


아르테미시아의 가장 탁월한 전문가인 아메리칸대학 미술사 교수 메리D.게이드의 이 책은 솔직히 논문이나 다름없다. 마지막 60페이지정도가 참고문헌과 이미지출처등으로 적혀있는것을 보면 얼마나 심도있게 연구를 해왔는지를 대변한다. 수많은 여성작가,음악가,권력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작가는 페미니즘미술사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 공로상을 탄적이 있었던만큼 바로크시대에서 여성화가로 꽃피운 아르테미시아의 이야기를 깊이있고 입체적으로 다루고있다. 그리고 질문한다.


당시 시대상을 뚫고 창조적 상상력으로 그려낸 여성영웅은 현재 사회적 삶은 한계를 뛰어넘었는가.

아니면 아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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